한동훈-이재명 당대표 임박, 포인트는 '중도 경쟁'
판이하게 다른 엘리트 코스 걸어
중도층 잡기 위해 협력·경쟁 가능성
오는 18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가 끝나면 총선 이후 여야 지도부 교체 작업이 마무리된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됨에 따라 한동훈-이재명이 여의도 정치를 대표하는 시대가 열린다. 여야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은 극한대결로 인해 꽉 막힌 정국을 뚫고, 새 시대를 열 수 있는 정치 지도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앞서 7·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한 대표는 62.8%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특히 당원과 여론조사 모두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어 보수진영의 차기 대권주자 1위임을 재확인했다. 이 후보 역시 권리당원 온라인 득표에서 89.1%를 얻는 등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어 80%대 이상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수와 진보의 대표주자가 여야의 실질적 의사결정자로 올라섬에 따라,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극한대결도, 담판을 통한 정국 해법도 가능한 상황이 됐다.
한동훈, 이재명은 누구인가
한 대표와 이 후보는 한국 사회가 배출한 최고의 정치엘리트다. 법조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판이하게 다르다. 한 대표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며 최고의 학력, 검사 등을 거친 엘리트의 삶을 살아왔다. 반면 이 대표는 소년공의 어린 시절을 딛고 입지전적인 성공을 거뒀다. 굳이 표현하자면 한 대표는 경력이나 교육, 환경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의 최고 스펙이라면, 이 대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인 역동성의 극한을 구현한 인물이다.
1973년생인 한 대표는 199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7기로 입소했다. 공군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검사가 됐다. 기업 관련 수사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 특수통으로 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검사 시절 특수부 수사 등을 통해 가까워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 수사 등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부 초기 수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당시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맡은 뒤 박해를 받았다. 사실상 사퇴를 강요받던 그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정권의 황태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위기에 처한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뒤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대응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윤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졌다. 총선 패배 후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지만, 국민의힘 전대에 다시 도전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전당대회 기간 친윤계 등의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당심과 민심 모두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 대표는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경기도 성남의 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때 프레스기에 손이 끼어 장애를 얻어 병역을 면제받았다. 중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마쳤고, 성적이 우수해 생활비를 지원받기 위해 중앙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성남에서 지역 활동을 하다, 정계 입문을 시도했다. 여러차례 도전 끝에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부상할 당시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등 사이다성 발언으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일약 대선주자로 부상했다. 대선 경선 패해 이후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지만,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대선 이후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이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돼,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여의도 정치를 맡게 된 두 사람
한 대표와 이 후보가 처해 있는 상황은 전혀 다르다.당대표 경선 내내 윤 대통령과의 불협화음 문제로 친윤계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았던 한 대표는 취임 후에도 정책위의장 인선, 김경수 전 경상남도 지사에 대한 복권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압승을 거뒀음에도 정치에 입문한 지 8개월에 불과해 당내 입지도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다. 친한계 등 당내 입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내에서는 비주류다. 다만 최근 보수정당 등에서 찾아보기 힘든 팬덤 등이 구축된 것은 강력한 권력 자원이 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누구도 견줄 수 없는 1인자다. 일극주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당내에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총선을 거치며 비명계를 자처했던 정치인들이 대거 경선에서 패하거나, 탈당했다. 전당대회에서도 지지층의 결집을 도모하는 기존 문법을 떠나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이라는 먹사니즘을 표방하고,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완화와 같은 중도 실용주의적 의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이 후보의 중도·실용 정책 방향은 기존의 민주당에서는 성역과 같은 부분이라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관계를 보여줄 것인가다. 한 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워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이후 협력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한 대표는 경선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전쟁 같은 총선은 끝났고, 이젠 정치를 할 때"라며 "범죄자에 대한 처단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상식이 흔들린 건 아니지만, 정치의 상대방이 될 것이니 대화와 설득을 하고 필요할 때는 설득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 역시도 대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 MBC가 주최한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여야 간 당연히 대표가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끔 보면 대화하자는 게 아니라 그림을 만들기 위해 하자는 게 많고 그런 것은 시간 낭비, 정치적 낭비"라고 언급해, 그림 만들기·정치적 쇼가 아닌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관전 포인트는 두 사람이 중도층을 향해 어떤 표심을 내세울지다. 한 대표는 격차해소 등을 내세우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방안을 이끌어내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중수청(중도층, 수도권, 청년)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이 후보 역시도 기본소득 등 진보적 의제 외에도 보다 민생을 내세우며 보다 중도·실용적 노선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각자가 이끄는 정당이나 지지층 측면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것은 두 사람의 숙제다.
이외에도 연금개혁이나 채상병특검법 제3자 추천 등 한 대표의 해법 등에 대해 야권 일각에서 수용 의사를 밝히는 등 의외의 접점 등이 모색될 가능성도 크다. 현재로서는 꽉 막힌 채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두 정치인이 할 수 있다.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여당 대표지만 대통령과 불편한 기류가 있고, 이 후보 역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바가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두 사람의 정치적 역할을 얼마만큼 존중하느냐, 대화 상대로 여기느냐에 따라 여야 대표의 역학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3대 권력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이 후보라고 할 때 윤 대통령의 변화 의지가 없는 게 확인됐다. 반면 한 대표와 이 후보는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투세 등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법안이 한 건도 여야 합의로 처리되지 못한 지난 몇 달과 달리 향후 새로운 모색들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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