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철 감독 만난 '골때녀' 불나비, 우승 도전 청신호 켰다

[리뷰] SBS <골 때리는 그녀들>

[김상화 기자]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일명 '최진철 더비'에서 불나비가 첫 승을 거두고 <골 때리는 그녀들> 슈퍼리그 4강 진출 청신호를 켰다.

14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 제5회 슈퍼리그 B조 FC 불나비 대 FC 탑걸의 경기에서 불나비는 에이스 강보람의 1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1대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불나비는 B조 3개팀 중 가장 먼저 1승을 따내면서 준결승 직행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만약 다음주 FC 스트리밍파이터(스밍파) 마저 꺾는다면 B조 1위로 진출해 A조 2위 월드클라쓰와 4강전을 치르게 된다.

이번 두 팀의 경기는 최진철 감독이 현재 지도 중인 팀(불나비), 그리고 가장 오랜 기간 애정을 갖고 지도했던 팀(탑걸) 간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플레이 내용 또한 종료 휘슬이 불릴 때까지 예측불허의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어제는 가족, 오늘은 적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최진철 감독은 각종 자료를 정리한 인쇄물을 불나비 팀 선수들에게 나눠주면서 마치 '알타 강사' 처럼 일목요연한 설명으로 강의에 돌입했다. 어제까지는 가족과 같은 사이였지만 이제는 반드시 잡아야 할 대상이 된 탑걸에 대한 전력 분석 및 각종 축구 전술 등을 요약한 내용을 접하게 된 불나비 선수단은 "우리에게 딱 맞는 감독님이 오셨다"라는 환영했다.

반면 이러한 소식을 제작진으로부터 듣게 된 탑걸 선수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하면서 "어제의 딸"이 오늘 꼭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워 웃음을 자아냈다. 탑걸을 맡게 된 김태영 감독은 수비수 출신 답게 조직력 강화에 중점을 두는가 하면 스로잉 등에서 약점을 보이는 골키퍼 태미를 전담 지도하며 불나비와의 일전을 준비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된 전 제주 FC 골키퍼 유연수 선수가 응원차 방문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불나비 GK 안혜경에겐 선전을 기원하면서 직접 장갑도 선물했다.

한번의 실수가 결정지은 양팀의 희비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두 팀의 경기 초반에는 백중세 양상을 나타냈다. 불나비는 한초임을 전방에 두고 강보람이 전천후로 활약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반면 탑걸은 에이스 김보경을 원톱으로 내세워 집요하게 골문을 공략했다. 대등한 경기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6분경, 의외의 선수가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바로 불나비 채연이 강보람이 찔러 넣은 날카로운 전방 패스를 그대로 끊어 득점에 성공한 것.

골키퍼도 전혀 손 쓸 수 없을 만큼 기습골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일순간에 불나비로 넘어갔다. 반면 탑걸은 실점 이후 위축되다 보니 상대 수비진의 두터운 벽 앞에서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던 와중에 김보경의 중거리 슛 동점골이 터지면서 탑걸의 상승세로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두 팀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채리나가 핸드볼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허용한 것이다. 그리고 강보람은 GK의 왼쪽 방향으로 골을 넣었고 이는 점수로 연결됐다. 탑걸은 이후 총공세를 펼쳤지만 골대를 맞고 나오는가 하면 GK 안혜경의 선방에 가로 막히면서 아쉬운 패배를 맛봤다.

'덕장' 최진철 감독 만난 불나비, 우승 꿈 이룰까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SBS

불나비로선 최진철 감독을 만난 게 신의 한수다. 챌린지리그 하위팀 탑걸을 만나 슈퍼리그 우승, 그리고 강등에서 재승격까지 이뤄 놓은 '덕장' 최진철 감독을 만나면서 팀 운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발견되고 있다.

최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취골을 넣은 채연을 비롯해서 주로 벤치 멤버로 머물렀던 이주리를 적극 활용하는 등 모든 선수를 고르게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에이스 강보람은 수비와 공격을 오가는 등 종횡무진 활약으로 2골을 모두 본인의 발끝에서 만들어 내며 기대에 부응했다.

마치 전성기 탑걸의 재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정도다. 한창 좋았을 때 탑걸이 지녔던 강점들 (조직력, 수비력 등)을 불나비에 주입시키면서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수비수 이승연과 골키퍼 안혜경이 든든하게 후방 뒷문을 잠그면서 탑걸은 좀처럼 공격 기회를 마련하지 못했고 이는 불나비의 팀 승리로 이어졌다.

이전까지 '다크호스' 수준에 머몰렀던 불나비로선 비로소 우승 도전의 최적기를 맞이한 셈이다. 물론 스밍파라는 또 다른 강팀을 넘어야 4강 진출이 확정되지만 불나비는 이번 탑걸 전을 통해 기량 향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나비는 "이번만큼은 꼭 우승"이라는 당찬 목표의 유리한 위치에 일단 올라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