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평화운동, 주한미군기지에 저항하다

전희경 2024. 8. 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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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연대(PTN),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

[전희경 기자]

8월 19일부터 29일까지, 한미 당국은 '을지자유의 방패(UFS, Ulchi Freedom Shield)' 훈련을 통해 핵전쟁연습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동포들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

이에 8월 13일(미국 현지 시각), '한반도평화를 위한 해외동포연대 (PTN)'가 80년간 주둔 중인 주한미군기지의 실태와 문제점을 현장의 여성평화활동가들에게서 들어보는 온라인 간담회를 마련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안김정애 활동가가 기조발제를 하고, '강정평화네트워크' 최성희 활동가, 성주 평화활동가 손소희, '평택평화센터' 임윤경 활동가가 주한미군과 군사기지의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다시 보기).
▲ 한미연합 핵전쟁연습 중단 촉구 간담회 행사포스터와 제주 강정 최성희 활동가 발표 제목. 80년간 주둔 중인 주한미군기지의 실태와 문제점을 현장의 여성평화활동가들에게서 들어보는 자리
ⓒ 해외동포연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조약과 협정은?

안김정애 대표는 "1945년 9월부터 3년간 미군정 실시, 한국전 발발 후 현재까지 주둔 중인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한미 상호방위조약 (Mutual Defense Treaty between ROK and USA, 1953)과 한미행정협정(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1966)의 체결을 통해 미군의 한반도 배치를 권리로 규정하고 있으며, 주한 미군범죄 발생시 미군 구금이 불가능하여 범죄 증거 인멸,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한 미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김 대표는 '미국의 주한군사고문단 연구'(인하대)로 박사, 육사 강사, 옛 국방군사연구소(현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 조사2과장, 1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팀장,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대표 (2015~2018년)로서 세계 여성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여성평화걷기 대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24일, 'PCUSA의 군사주의에 저항하는 워킹그룹'과 평화사역부 주관으로 이은주 목사와 세 발표자들과 함께 웨비나를 열기도 했다.

왜 제주일까?

2011년부터 제주 남방해상에서는 한미일 해상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최성희 활동가는 '왜 제주일까?'라는 물음에 아래와 같은 설명을 내놨다.

"제주 해군기지는 한반도 서해안 평택 미군기지, 군산 미군 기지, 성주 사드 미군 기지 등과 더불어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 입니다. 미 해군 장교인 데이비드 서치타(David J. Suchyta)는 2013 년에 쓴 '제주해군기지: 동북아의 전략적 함의(Jeju Naval Base: Strategic Implications for Northeast Asia)'라는 보고서에서 '제주해군기지는 센카쿠 열도에서 일본과 중국의 무력 충돌 발생시 일본을 지원할 수 있으며 대만 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는 자국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은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의 북해함대를 막을 수 있고 또한 중국의 동해함대 의 측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라고 말합니다." (최성희)

지난 14년 동안 제주해군기지 및 제주군사화 반대 투쟁 중인 최성희 활동가는 슬라이드와 영상을 통해, 절대보전지역 해안을 파괴하면서 건설된 제주해군기지가 미군의 패권을 위한 기지가 되어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중임을 보여줬다.

"올해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한미 핵작전연습인 아이언 메이스 24가 최초로 실시되기도 했습니다. 7월 11일 한미 정상이 한국의 재래식 무기와 미국의 핵무기를 통합한 일체형 확장억제를 약속하며 한미 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한 후 실시된 훈련입니다.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세계 핵전쟁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제주 동남방 해상에는 올해 4 월 핵무장이 가능한 전략폭격기가 한미일 공중전력과 연합훈련을 가진 바 있습니다." (최성희)

2016년 7월 12일 밤뉴스를 보고 사드 배치 결정을 알게 되어 큰 충격에 빠졌었다는 사드 반대 성주 주민 손소희씨는 한국 경찰 8천명이 소성리로 들어와 저항하는 주민들과 평화 시민들을 꼼짝 할 수 없게 만들고, 미군이 사드발사대와 레이더를 배치하도록 했던 역사와 사드-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소성리를 지키는 여성들의 영상을 보여줬다.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를 지켜줄 거라고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명을 빼앗는 전쟁무기일 뿐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지키고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서 싸웁니다. 전쟁 말고 평화를 심는 운동을 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손소희)

임윤경 활동가는 "평택 미군기지와 환경오염문제" 발표에서 2002년부터 시작된 '주한미군기지 이전 확장사업'을 설명하고, 미군의 탄저균 불법반입, 생물무기 실험실 운용, 유해물질과 기름 유출, 공공하수처리장으로 폐수 불법 유입 등으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공해로 인한 농작물피해와 주민 피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주한미군이 국제법에서 이야기하는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미군 측에서 해결하는 등의 노력을 해줄 것을 기대하였으나, 주한미군은 반환기지의 오염정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한미SOFA 제4조 제1항을 들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임윤경)

지금까지 진행 중인 '주한미군기지 이전 확장사업'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주한미군사령부 등 부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용산기지이전계획(YRP, Yongsan Relocation Plan)'과 한강 이북의 동두천과 의정부에 위치한 미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 Land Partnership Plan)'을 의미한다.

임 활동가는 한미SOFA환경규정의 문제점을 다음의 여섯 가지로 정리했다.

"1)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원상복구와 정화비용 부담에 대한 의무 규정이 부재한다. 2) 주한미군에게 대한민국의 환경법을 적용하겠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합의의사록 제3조 제2항3에 기술된 '존중한다', '확인한다'는 단어는 강제성이 없다는 치명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3) SOFA 제4조 제1항은 국제법상의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한 원상회복 비용을 부담할 의무와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불공정 조항이다. 4) 현재 미군이 사용 중인 기지들에 대해서는 환경오염 원상복구의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5) '공동환경평가절차'를 도입했는데도 주한미군은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따른 'KISE' 4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환절차에서 주한미군기지 내부의 오염이 발견돼도 정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군이 말하는 'KISE'에 해당하는 오염물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6) 미군 측이 한국의 정부와 지자체에 해야 하는 통보, 정보공유가 미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사고 기록과 한국정부나 지자체가 공유받은 기록이 각기 다르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리하기 매우 어렵다."

몇 차례 소송을 통해 한국 사법부에서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문제를 환경 주권과 국민의 권리문제로 해석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와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환경단체를 포함해서 우리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풀어야 할 숙제이다.

해외동포연대 김미라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미군 기지 오염 사고에 대한 정보 공개와 주민과의 소통, 피해보상체계 개선 방법,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미군기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등이 논의되었다.

"한미SOFA 개정이 시급하다. 지자체 차원에서 국민 알 권리와 안전을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미군을 상대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임윤경)

"제주, 오키나와, 괌, 하와이 등 모든 미군사 기지 지역민들 간의 정보교환, 교육, 교류와 연대가 전제 조건이다. 해외동포들이 마련해 주신 웨비나가 소중하다. 국제평화활동가들로부터 세가지 축이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지역민들의 투쟁, 미국민들의 투쟁, 해외동포들의 연대이다." (최성희)

이 외에도 우주 군사화, 한화우주센터 강행과 제주인들의 투쟁, 미군기지 반대 국제 연대 단체, 한국과 미국의 바람직한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육-해-공을 넘어 우주도 군사화 되고 있다. 위성에 의한 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드론 살상, AI 기술을 접목한 대량살상 등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에도 우주 사이버 기술이 쓰이고 있다. 우주산업과 기업들,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미국 제국의 문제는 무엇일까?

미국이 자국 패권을 위해 우주영역으로 동맹을 확장 중이라는 최성희 활동가는 "저는 우주의 무기와 핵을 반대하는 글로벌네트워크(Global Network against Weapons and Nuclear Power in Space, https://space4peace.org), 태평양 평화네트워크 (Pacific Peace Network) 등과 연대한다. 림팩 (RIMPAC) 등 아시아 태평양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훈련에 함께 반대하는 연대체이다. 이 모임에는 제주, 필리핀, 오키나와, 괌, 하와이,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미군 기지가 있는 나라, 섬들이 함께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김정애 활동가는 "조미평화조약 체결하도록 미 백악관과 의회 상,하원의원들에게 대해 편지 쓰고 전화하면서 주지시켜 달라, 군산복합체 기업 앞에서 "죽음의 무기를 생산하지 말라"는 1인 시위와 집회, 구체적인 요구를 해 달라"고 해외동포들에게 부탁했다.
▲ '한국여성평화운동, 주한미군기지에 저항하다' 간담회 참석자들  안김정애(평화를만드는여성회), 최성희(강정평화네트워크), 손소희(성주 평화활동가), 임윤경(평택 평화센터) 발표, 김미라(해외동포연대) 사회
ⓒ 해외동포연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외동포연대(PTN)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해외동포 단체들의 연대체로서,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지의 50여 해외동포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해외동포연대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행동의 하나로 온오프라인 피케팅과 시위, 2차 피켓 인증샷 모으기, 동영상 제작, 웨비나 등 한미연합 핵전쟁연습 중단 촉구 캠페인 중이다(관련 기사 : 해외동포들,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행동, 관련 영상).
 13일(미국현지시각) 워싱턴주 타코마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재향군인회 ‘Golden Rule Project‘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미연합 핵전쟁연습반대‘를 위한 인증샷 공동행동에 참여했다.
ⓒ 이구
한편,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며 항해하는 '평화를 위한 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의 평화의 배 '골든룰'이 한국전 정전 71주년에 맞춰 해상 시위를 계획하고 시애틀을 방문했고, 13일 (시애틀 현지시각), 타코마시의 티아공원에서 '시애틀늘푸른연대'가 '워싱턴 핵무기 반대연대'와 함께 평화활동가를 환영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연대 단체들의 '골든룰 프로젝트' 소개, 핵무기폐기 관련 연설, 음악 공연과 음식 나눔이 있었다.

일본에서 대만까지 100일이 넘는 반전 반핵 평화 항해를 했던 '시초' 강정마을 활동가가 이 타코마행사에 참여 후 활동 상황을 공유했다. 그녀는 "사람 만나서 연결되는 것이 소중하다. 이구 시애틀평화활동가를 비롯하여 고마우신 분들을 만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릴 적부터 '간디대안학교'를 다니며, 여름이면 제주강정마을에서 열리는 평화프로그램에 참여한 20대의 '시초' 활동가는 대학에서 미술과 영화연출을 배우고 있다. 현재 강정마을에서 '개척자들'과 함께 지내며, '송강호 박사'와 함께 '요나스웨일호'를 타고 동아시아 바다를 연결하는 '공평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참여하고 있는 '골든룰 프로젝트'를 통해, 좀 더 많은 미주의 젊은 활동가들과 연결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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