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야스쿠니신사 달려간 일본 차기 총리 후보들
[윤현 기자]
▲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도하는 NHK 방송 |
ⓒ NHK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패전일인 15일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에 '자민당 총재' 명의로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일본의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도 집단 참배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소속 의원 중심으로 78명이 모여 참배했다고 전했다.
'우익 본색' 드러낸 차기 총리 후보들
기시다 총리가 연임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내달 하순께 치러질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가 유력한 인물들도 잇따라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내각제인 일본은 현재 제1당인 자민당 총재가 곧 총리가 된다.
현직 각료이자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영혼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으로 감사의 뜻을 바치고 유족의 건강을 빌었다"라고 밝혔다.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힘을 합쳐 일본 열도를 강력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사명이 있다"라며 출마 의지를 나타냈다.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야스쿠니신사를 단골로 참배하며 자민당에서도 극우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지난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도 출마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나 낙선했다.
자민당에서 40대 젊은 정치인으로 꼽히며 총재 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참배했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먼 이국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고향을 생각하면서 희생된 영혼을 위해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라며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맹세를 새롭게 했다"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현직 각료일 때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해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위패가 있다.
또한 일제에 강제 징용됐다가 숨진 조선인 2만1181명도 본인이나 유족의 뜻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합사되어 있어, 일부 유족들이 합사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다투고 있다.
▲ 일본 자민당 차기 총재 후보군을 소개하는 NHK 방송 |
ⓒ NHK |
일본의 현직 방위상이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2021년 8월 기시 노부오 당시 방위상 이후 3년 만이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으로 외가에 양자로 입적한 탓에 성이 다르다.
기하라 방위상은 참배 후 "생명을 희생한 분들을 애도하고 존숭의 마음을 표현했다"라며 밝혔다. 자신의 참배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기자들에게 "한국과는 계속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고 한때 군국주의의 정신적 상징이었던 야스쿠니신사를 방위상이 참배하는 것은 중대한 문제가 된다"라며 "한일관계 개선에 찬물을 쏟을 우려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사인 입장에서 참배한 것으로 이해하며 정부로서 견해를 말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어느 나라든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친 분들께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 대해서는 "관계를 강화할 방침은 변함없다"라며 "한일 관계에 대해 말하면 양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로서 관계를 더욱 견고하고 폭넓게 하고 국민들이 관계 개선을 실감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우리 외교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라고 항의했다.
또한 김상훈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미바에 다이스케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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