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할배 떠났지만… 故 마허 교수 2주기, 유망주 4명에게 장학금

김효경 2024. 8. 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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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케리 마허 교수. 중앙포토

'사직 할아버지'의 열정은 아직도 살아 있다. 롯데 자이언츠 팬 고(故) 케리 마허 교수 장학금 전달식이 진행된다.

고 케리 마허 장학위원회는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케리마허 장학금' 2주기 전달식을 가진다. 마허 전 영산대 교수는 2013년부터 부산 사직구장과 전국 야구장을 돌며 롯데의 전 경기를 직관했다. 경기 때마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열성적으로 응원해 야구 팬들에게 '사직 할아버지'로 불렸다. 그는 안타깝게도 2022년 8월 16일 향년 68세로 별세했다. 롯데 2군 구장인 상동에서 가까운 곳에 묻힐 만큼 롯데 사랑은 특별했다.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진행된 케리마허 장학금 전달식. 사진 이성옥
케리마허 장학금을 수상한 선수들과 롯데 자이언츠 주장 전준우. 사진 박준형

마허 교수는 세상을 떠나기 전 부산 지역 유소년을 위한 야구 장학금을 만들고 싶어했다. 마허 교수의 유산과 지인들이 모은 돈으로 장학기금이 마련됐다. 지난해 1주기를 맞아 첫 시상식이 열렸다. 초대 수상자는 안지원, 우명현(이상 부산고), 하현승(센텀중), 김진욱(대천중), 김민서, 박의진(이상 부산중)이 선정됐다.

올해는 부산고 1학년 투수 김도원, 대신중 3학년 내야수 강대호, 경남중 3학년 투수/외야수 이태수, 양산시BC 내야수 신지헌이 선정됐다. 부산 지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선수를 대상으로 자문위원들과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츠공화국이 추천한 선수 중 실력과 인성이 뛰어난 4명의 선수를 선정했다. 경기 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마허 교수와 선수들이 소개되고, 네 선수는 마허 교수가 항상 경기를 지켜보던 좌석에서 경기를 관람한다.

10년 전 마허 교수(왼쪽)와 잠실구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은 부산고 김도원.

마허 교수는 롯데 팬들이 사진을 요청하면 항상 즐겁게 받아줬다. 김도원 역시 7세 때 서울 잠실구장에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김도원은 "아버지와 잠실구장에서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셨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며 "중학교 때도 한 번도 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 부산고에서 열심히 한 덕분에 좋은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 내동중을 졸업한 김도원은 중학교 때부터 빠른 공을 던졌다. 그의 롤모델은 지난해 WBC에도 출전한 요미우리 자이언츠 사이드암 투수 오타 다이세이다. 사이드암으로서 최고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진다. 김도원은 "훌륭한 선수가 되서 마허 교수님처럼 받았던 걸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2019년 마허 교수(오른쪽)와 함께 사진을 찍은 양산BC 소속 신지헌(가운데).


양산시BC 내야수 신지헌은 부산권 중학 내야수 중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택트와 작전수행 능력 역시 뛰어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격수로 꼽혀 두산 베어스 김재호와 같은 선수로 자랄 유망주로 꼽힌다.

신지헌 역시 마허 교수와의 추억이 있다. 그는 "롯데에서 유명하신 분이어서 찍게 됐다"며 "돌아가셨지만 이런 장학금을 주셔서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포수와 내야수로 뛰었던 그는 중학 진학 후 내야수로 변신했다. 신지헌은 "감독님 추천으로 내야수에 전념하게 됐는 데 잘 한 것 같다. 인성도 좋고, 야구도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2024년 고 2주기를 맞아 케리 마허 장학금을 받는 4명의 선수. 김도원(왼쪽부터), 이태수, 강대호, 신지헌. 사진 고 케리 마허 장학위원회


경남중 이태수는 부산권 중학교 3학년 중 기량으로는 1, 2위를 다툰다. 이태수는 "경기장을 자주 찾으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봤는데, 내가 교수님께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게 진짜인가' 생각했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투타를 겸업하고 있는 그는 "아직은 둘 다 욕심이 난다. 그래도 하나를 고르라면 투수"라고 했다.

이태수는 '야구인 2세'다. 아버지는 경남고를 졸업하고, 부산 강서구 리틀야구단을 이끌고 있는 이정우 감독이다. 그는 "처음에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재미로 야구를 했다. 그러다 축구도 해봤지만, 야구가 더 좋아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라고 싶다"고 했다.

케리마허 장학금을 수상한 선수들과 지난해 수상자인 김민서 김진욱 하현승. 사진 박준형


강대호는 이태수와 함께 부산 중학야구 최고 강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키(1m76㎝)는 크지 않지만, 팔과 손목 힘이 뛰어나 올해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뒷바라지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선수다.

강대호는 "굉장히 영광스럽고, 교수님께서 좋은 상을 주신 만큼 열심히 하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다니다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그의 꿈은 이대호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이대호 선수처럼 홈런도 많이 치고, 주루 플레이와 수비도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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