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슬립 "세계 1위 슬립테크 기술력…세계 누구나 푹 자게 하겠다"
상업화 부진하면서 올 초 위기 맞기도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 딛고 도약
"올해 손익분기점 넘어설 것"
"오픈AI와 협업해 '수면 비서' 만들겠다"
"세계 1위의 수면 측정 기술을 갖고 세계로 가겠다. 보이지 않던 수면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슬립테크의 반도체' 같은 역할을 하겠다."
에이슬립은 이동헌 대표와 홍준기 최고기술책임자(CTO), 구윤표 제품총괄 등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실에서 만난 6명이 2020년 함께 창업한 후 국내 슬립테크 분야 대표 스타트업으로 꼽히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에이슬립의 ‘에이슬립트랙’ 솔루션은 스마트폰 마이크를 활용해 사용자의 호흡 소리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수면 단계 등을 분석함으로써 수면의 질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수면 측정의 기본은 수면다원검사다. 하지만 병원에서 여러 기기를 몸에 찬 채로 하룻밤을 자야 해 불편이 컸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스마트워치 등을 활용해 심장박동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에이슬립은 '소리'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수면을 보여주는 뇌파는 실시간으로 변하는데 심장박동은 조금씩 지연돼 변화한다"며 "실제로 뇌파에 더 가까운 건 호흡소리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수천건의 수면다원검사 중 호흡 데이터를 모았고 반대로 걸러내야 하는 가정환경 발생 소음 데이터도 수집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스탠퍼드 의대에서 진행한 수면 측정 성능 검사에서 슬립루틴이 다른 스마트워치나 수면 측정 앱 총 11종 중 가장 앞선 성능을 보였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수면무호흡증 진단 보조 의료기기 '앱노트랙'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받았다. 카카오벤처스, 삼성벤처투자 등이 유명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했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트렌드를 선도하는 오픈AI, 소프트뱅크 등 해외 빅테크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에이슬립은 이동헌 대표의 교체설이 나오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수익성의 성장이 기술력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사업 방향의 이견 등의 문제로 회사 내외부에서 갈등이 표출됐다. 이 대표는 "자금은 떨어져 가는데 조직은 비대해지면서 내부에서 불신이 생겼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에이슬립은 원래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제품 외에도 자체적인 하드웨어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빠르게 상업화에 이른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 개발은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표는 "하드웨어 사업 유지를 위해 조명 제품을 만드는 상황까지 되니 비용이 급증했다"며 사업 방향을 둘러싼 창업자 간의 갈등도 생겨났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에이슬립의 지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더는 하드웨어와 가지 않고 소프트웨어에 올인하겠다고 결단한 이유다. 70명에 달했던 직원 규모도 30명 수준으로 줄였다. 연구개발(R&D) 사업 인력도 크게 줄었지만 이는 하드웨어에 집중된 조정으로 핵심 역량인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은 거의 줄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창업자들의 결별도 순탄히 이뤄졌다. 이 대표는 "다른 창업자들의 지분을 받아 압도적 최대 주주로 지분을 40%까지 늘렸고, 홍 CTO와 구 총괄이 15%를 가져 과반 지분을 확보했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도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는 손익분기점 돌파다. 이 대표는 "기술력은 있는데 돈을 못 버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올해 안에 월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건 확정적이고, 내년은 영업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서도 기술력을 토대로 신뢰를 준 결과 고객사들도 이탈하지 않은 덕분이다. SK텔레콤, KB헬스케어, 경동나비엔 등 다양한 기업들이 '수면의 과학'을 AI 서비스, 수면 매트 등의 제품에 담기 위해 에이슬립을 찾고 있다.
이 대표는 "고객사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미 계약한 곳이 30곳이 넘고, 올해 안에 B2B로 출시된 제품을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하나당 매출을 2000~3000만원씩 잡으면 올해 안으로 월 매출이 2억~3억원대로 안정적 흑자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객사가 늘어날수록 잘 자기 위한 온·습도 조절부터 잘 일어날 수 있는 시간에 깨워주는 조명 등까지 다양한 생태계 구축까지 가능해 "에이슬립이 슬립테크의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해외에서도 소프트뱅크가 먼저 우리의 기술력을 보고 찾아오기도 했다"며 일본은 소프트뱅크와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하고, 미국은 직접 진출해 파트너를 찾는다는 구상이다. 에이슬립은 샘 알트먼이 이끄는 오픈AI와도 협업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에이슬립은 AI 기업"이라며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얼마나 잘 잤는지, 어떻게 생활하면 더 잘 잘 수 있는지 대규모 언어모델(LLM)로 분석해 조언해주고 이해시켜주는 개인화된 AI 수면 비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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