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는데" 경찰 밀친 취객…공무집행방해 무죄→유죄 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손으로 밀친 시민이 1·2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대법원이 이를 유죄 취지로 뒤집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 서울 용산에서 회사 동료들과 회식을 한 후 택시를 타려다 택시 기사와 승강이했다. 택시 기사가 이미 예약된 택시라며 내리라고 하자 A씨가 승차 거부라며 항의한 것이다. 이에 택시 기사가 인근 파출소에 신고했고 B·C 등 2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관은 택시 앞에 ‘예약’이란 문구가 쓰여 있고 실제 다른 손님이 예약된 것을 확인한 후 택시 기사를 돌려보냈다.
술에 취한 A씨는 경찰을 상대로 항의를 계속했다. 경찰은 A씨에게 승차 거부 민원은 다산 콜센터(120)에 신고하면 된다고 안내했지만 A씨는 고성을 내며 도로변에 있던 C 경찰관에 몸을 들이밀었다. 이에 B 경찰관은 A씨가 유형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 제지하기 위해 A씨를 두 차례 밀쳤다. 이에 A씨가 “왜 미는데 XX”이라며 B 경찰관의 몸을 4회 밀쳤다. 이로써 A씨는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A씨의 행동이 위법성 조각(阻却) 사유에 해당하는지였다. A씨가 경찰관을 밀친 행위는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사회적 통념상 상당한 정도를 넘어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1·2심은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위법성 조각을 인정하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A씨가 C 경찰관에 몸을 들이민 행위는 신고 접수를 받아 주지 않는 것에 항의하기 위한 행위로 보이고, 그럼에도 B 경찰관이 A씨를 밀자 A씨가 B 경찰관을 밀게 됐다”며 “이는 경찰관들의 부당한 행위에 대항해 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A씨의 폭행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결이다.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는 “경찰관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달리 보면서도 “1심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는 같은 선고를 내렸다. “A씨 입장에선 B 경찰관의 행위가 경찰권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오인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형법상 ‘자기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벌하지 않는다’(16조)는 규정을 적용한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관의 행위는 적법”하며 “A씨에게 오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경찰관들의 반복된 설명에도 근거 없는 항의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B 경찰관은 C 경찰관을 보호하기 위해 A씨를 제지한 것”이라며 “A씨 스스로 오인의 계기를 제공하지 않았거나 오인 회피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 사건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위법하다고 오인할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이는 최초 밀친 행위를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후 B 경찰관을 여러 차례 밀친 행위까지 정당화할 순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다”며 “다시 심리·판단하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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