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쌀을 합시다] 지역특화작목 포도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며

2024. 8. 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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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 농촌진흥청 연구정책국장

지중해와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포도는 여름 과일의 여왕으로 8월이 제철이다. 포도알이 탐스럽게 열린 모습이 숫자 8과 닮아 8월 8일을 ‘포도 데이’로 정했다. 국제학술지 안티옥시단츠(Antioxidants·2022) 에 따르면, 포도에는 레스베라트롤·타닌 등 항산화물질이 많아 포도를 꾸준히 섭취하면 기대수명이 최대 5년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포도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한 이유를 뛰어난 기능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재배되는 유럽계 포도는 중국을 통해 들어와 1400년경부터 널리 재배된 것으로 추측된다. 본격적인 포도 산업이 태동한 것은 1906년 농촌진흥청 전신인 독도원예모범장이 설치되면서부터다. 2010년대까지 캠벨얼리·거봉·엠비에이 등 보라색 외래품종이 주를 이뤘다. 이에 농촌진흥청과 도농업기술원에서는 국내 품종육성에 몰입했고, 그 결과 생식·양조용 청포도 ‘청수(淸水)’, 알이 큰 ‘흑보석’, 불꽃이 터져 흩어지는 듯한 색을 지닌 ‘슈팅스타’, 고당도의 씨 없는 ‘충랑(忠琅)’ 등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할 수 있는 품종들을 개발했다.

이뿐 아니라 일본에서 도입된 샤인머스켓의 재배법을 농촌진흥청, 경북도농업기술원과 충북도농업기술원의 협업으로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체계화해 고가의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23년에는 신선 농림축산식품 중 김치, 딸기에 이어 3번째 수출 효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선한 생식용 포도 생산과 더불어 포도를 가공한 와인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분야이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청수’는 씨가 없고 수량이 많은 생식용 포도로 선발됐으나, 수확기에 포도알이 떨어져 유통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풍부한 과일향과 수려한 와인색 덕분에 양조용 품종으로 재탄생했고, 충북 농가형 와이너리에서 ‘청수’로 만든 와인이 2019년 세계와인올림픽(베를린와인트로피)에서 동메달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는 농촌진흥청의 품종개발과 충북 포도연구소의 재배기술, 충북 와인연구소의 품질분석, 영동군농업기술센터의 양조기술 교육, 한국포도회, 농가 와이너리 등 지역사회와 연구기관의 협업으로 가능했다. 나아가 포도 주산지인 경북과 충북에서는 포도 농가와 와이너리, 와인터널 등을 통한 포도 수확 체험, 와인 시음, 와인 강좌 등 그 지역만의 특별한 맛과 문화적 향유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곧 지역자생력을 강화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내 포도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과 특화작목연구소는 지역특화작목 포도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 연구기관과 민간 협력을 통해 신품종 육성과 스마트 기술 개발, 와인품질 향상 등 육종, 재배, 가공, 수출까지 가치사슬 전 분야에 걸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아 지역 경제의 핵심산업으로 우뚝 서고 이를 바탕으로 로컬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때 진정한 지역 주도 균형발전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육사 시인의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는 시구처럼 여름 청포도의 새콤달콤함과 풋풋함이 살아 숨 쉬는 풍요로운 우리 농촌의 미래상을 ‘신이 내린 선물, 포도(葡萄)’를 통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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