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립대병원 16곳, 올 1.4조 빚냈다…전공의 이탈 여파

최민지, 남수현 2024. 8.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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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대가 정원 증원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진료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충북대병원 응급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5일 오전 8시30분까지 전문의 부재로 소아와 중증외상을 제외한 일반 응급 진료가 불가하다고 밝혔다.김성태 기자

국립대병원 16곳의 올해 상반기 빚이 1조3924억원으로 지난해 차입금(1조3158억원)을 6개월 만에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병원의 현금 보유액도 과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최악의 경영 상황을 맞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교육부가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립대병원 현황 자료(2020년~2024년 상반기)에 따르면, 16개 국립대병원의 올해 상반기 차입금은 1조3924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연간 차입금의 규모가 1조3000억원 안팎이었던 것에 비해 두배 수준으로 는 셈이다. 국립대병원의 차입금은 2020년 1조1929억원, 2021년 1조3944억원, 2022년 1조3159억원, 지난해 1조3158억원이었다. 16개 국립대병원은 강원·경북·칠곡경북·경상국립·창원경상국립·부산·양산부산·서울·분당서울·전남·화순전남·전북·제주·충남·세종충남·충북대병원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대 증원 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국립대병원의 경영난이 더 악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올해 차입금 규모가 가장 큰 국립대병원은 세종충남대병원이었다.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2813억원의 차입이 발생했다. 본원인 충남대병원 차입까지 합하면 3774억원이다. 뒤이어 창원경상대병원(2567억원), 경북대병원(1822억원) 순이었다.

16개 국립대병원이 보유한 현금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20년 7696억원에서 지난해 5490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4309억원까지 감소했다. 특히 경상국립대(5억3700만원), 분당서울대병원(9억3100만원) 등은 보유한 현금이 10억원 이하로 가장 적었다.

올 상반기 의료수익은 3조1979억원으로 지난해 수익(7조4439억원)의 절반에 못 미쳤다. 서울대병원은 2020년 1조1248억원이던 의료 수익이 지난해 1조4036억원으로 늘었지만, 올 상반기엔 5869억원(7월 1일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상반기 의료 수익이 4318억원으로 전년도(1조333억원)의 반이 안 된다.

강원대병원은 의료수익이 2020년 1489억원에서 지난해 1803억원까지 늘었지만, 올해 상반기는 815억원(7월1일 기준)이었다. 지난해 3628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던 충북대병원은 올해 상반기엔 1280억원이었다.


“의료 공백으로 환자 줄면서 경영 악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등록금 납부 거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의 경우, 지난달 기준 일평균 입원환자 수는 전공의 공백 전 대비 36.4%, 외래환자 수는 19.2%로 감소했다. 여기에 세종분원 건립을 위해 빌린 장기차입금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병원 경영이 악화했다고 한다.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우리 병원은 개원 이래로 흑자인 적이 없었지만, 의료 수요에 따라 꾸준히 병동을 확장하고 이를 의료 수익으로 메우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며 “환자가 줄어들면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를 대신하는 교수들의 추가 당직비 등 인건비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랜 비상사태에 지친 교수들이 병가·휴직을 택하고 이로 인해 폐쇄하는 병동이 늘어나면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병원의 경영 악화는 대학 교육에 악순환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 사립대의 기획처장은 “의대의 경우 부속병원으로부터 받아왔던 수억 원 규모의 전입금이 올해 들어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정복 의원은 “국립대병원의 재정 위기는 의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민지·남수현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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