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명만 낳아도 더 준다…尹 '저출생 연계' 연금개혁 곧 발표
대통령실이 저출생 대응과 세대 간 형평성, 재정안정화 방안에 방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를 검토하고 있다. 출산하는 여성과 군 복무자에 대한 연금 혜택을 늘리고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을 차등화해 청년 세대의 상대적 부담을 낮추며, 재정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30만 원대인 기초연금을 현 정부 임기 내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국정운영 브리핑에서 직접 이런 내용의 연금개혁안 밑그림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연금의 틀 자체를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보험료율 조정등의 모수개혁만으로는 연금 고갈 시점을 6~7년 정도 늦출 따름”이라며 “구조개혁이 포함된 정부 안을 통해선 30년은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면 2055년 고갈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율 13%ㆍ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하고 다음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하자고 주장했는데, 정부와 여당은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을 다음 국회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팽팽히 맞서왔다.
이번 정부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저출생 대책과 맞물려있다는 점이다. 장래 연금 납입자의 숫자를 늘릴 수 있도록 출산할 경우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고려됐다고 한다. 정부는 우선 둘째 자녀부터 인정해주던 '출산 크레딧'을 첫째 자녀부터 인정해주기로 했다. 출산 크레딧이란 출산할 경우 특정 기간 정부가 연금을 대신 내주는 제도로, 노후에 받을 연금 총액이 그 기간만큼 늘어난다. 현재는 둘째 자녀 12개월, 셋째 자녀부터 인당 18개월씩 최대 50개월까지 출산 크레딧에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첫째 때부터 12개월씩 인정하고 상한을 없애 무제한으로 늘릴 예정이다.
연금 수급 시점인 65세가 돼서야 출산 크레딧 혜택이 적용되던 방식도 출산 즉시 적용하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경력 단절로 국민연금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해 크레딧을 인정받지 못한 여성들을 배려하는 조치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연금 기금이 아닌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군 복무 기간 중 6개월만 추가 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되던 현행 군 복무 크레딧 제도도 군 복무 기간 전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바뀐다. 혜택 시점도 연금 수급 시점이 아닌 군 복무 완료 시점부터 적용된다.
연금 수급 시점이 다른 세대 간 갈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정부 개혁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연금을 늦게 받는 세대일수록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것으로, 예컨대 보험료율을 13~15%로 인상할 경우 장년층은 10년에 걸쳐 인상률에 도달하도록 하고, 청년층은 20년에 걸쳐 목표 시기에 도달하도록 하는 식이다. 현재는 연령과 무관하게 9%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청년 세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아울러 연금 제도가 지속할 수 있도록 출산율과 기대수명 등의 사회적 변수에 따라 연금 지급액과 보험률을 조정하는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도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개혁과는 별도로 노인 빈곤 해소에 도움을 주고자 현행 30만 원대인 기초 연금을 윤 대통령 임기 내에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곧 있을 국정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의 큰 틀을 직접 밝히되, 구체적인 수치까지는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큰 그림과 방향성을 제시하면, 여·야가 논의해 합의점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여·야·정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의 정부 개혁안을 정치권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세대별 차등화 방안과 자동안정화 장치 모두 하나같이 논쟁적인 사안이다. 특히, 연금의 노후보장률을 중시하는 야권과 시민단체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세대별 차등화 방안에서 부담이 늘어날 40·50세대에 집중된 점도 예고된 갈등 요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부 연금개혁안이 최종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며 “정부안은 정부가 책임 있게 연금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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