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가면 (김)도영이밖에 몰라요"...후배가 기특한 '대투수' 양현종 "워낙 잘하고 있잖아요"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고척, 유준상 기자)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양현종이 홀로 7이닝을 책임지면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양현종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9승째를 올렸다. 투구수는 95개로, 구종별로는 직구(44개), 슬라이더, 체인지업(이상 22개), 커브(7개) 순이었다.
13일과 14일 경기에서 불펜 소모가 컸던 만큼 KIA로선 양현종이 길게 끌고 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직전 두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진 정해영과 전상현은 아예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1회말과 2회말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양현종은 팀이 1-0으로 앞선 3회말 1사에서 송성문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으며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데 이어 4회말과 5회말을 삼자범퇴로 끝내면서 투구수를 아꼈다.
6회말까지 실점 없이 투구를 이어간 양현종은 7회말 선두타자 김건희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운 뒤 후속타자 이승원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주성원과 이주형을 모두 뜬공 처리하면서 시즌 5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함께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양현종은 "호투 여부를 떠나서 최소 투구수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려고 했다. 이틀간 불펜투수들이 너무 고생해서 오늘(15일) 쉬는 투수들이 많았는데, 그러면서 마음을 잡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 3연전이 리그 2위 LG 트윈스와의 원정 3연전인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금요일(16일)부터 중요한 경기가 있기 때문에 불펜투수들이 하루라도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많은 이닝을 던지려고 노력했다. 또 타자들도 점수를 많이 뽑아줘서 여유롭게 투수 운영이 이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탈삼진 4개를 솎아낸 양현종은 탈삼진 관련 기록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10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까지는 1개,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탈삼진까지는 3개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로테이션상 양현종의 다음 선발 등판일은 21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으로, 이날 새로운 기록이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초반에는 기록을 신경 쓰지 않다가 6회말부터 좀 신경 썼는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 7회말에는 점수 차가 벌어지기도 해서 삼진을 잡으려고 욕심을 냈다"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무조건 기록을 세워야 하는 만큼 크게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는 달성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양현종은 팀 상황을 고려해 로테이션 조정을 감수하고 LG와의 주말 3연전에 등판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지금이 승부처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무리하게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지 않기로 했다.
양현종은 "감독님께서 인터뷰하신 걸 봤는데, 나 또한 아직 승부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LG도 정말 잘하고, 우리도 계속 꾸준히 승리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5~10경기 남았을 때가 승부처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선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던지는 게 더 나은 것 같고, 또 오늘같은 경우 상대 선발이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선수였기 때문에 꼭 경기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 경기 중요한 것 같다. 하위권 팀을 만나서 우리가 여유를 갖고 경기를 치르는 게 아니라 모든 팀들이 다 강하기 때문에 (상대팀에) 맞춰서 등판하기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교(광주동성고) 후배이자 팀 후배인 김도영에 대한 언급도 빠질 수 없었다. 이날 김도영은 시즌 30번째 홈런으로 KBO리그 역대 9번째 30홈런-30도루 고지를 밟았고, 동시에 최연소 및 최소경기 30-30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이 감독을 비롯한 모든 코칭스태프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도영을 환영했고, 양현종도 김도영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더그아웃에서 김도영과 함께 모교의 교가를 부른 양현종은 "너무 좋은 학교를 나왔다. 미래가 너무 창창하다"고 웃은 뒤 "이제는 광주동성고에 놀러 가면 날 모르더라. (김)도영이밖에 몰라서 서운한 것도 없지 않지만,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다"고 후배 김도영을 칭찬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양현종이 선발로 나올 때마다 김도영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아갔다. 김도영이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라는 기록을 쓴 4월 25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선발 중책을 맡은 투수는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오늘 도영이가 홈런 치는 걸 보면서 '운이 많이 따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도영이도 '선배가 나올 때마다 이렇게 쳐서 뭔가 좀 신기하기도 하다'고 하는데, 나로선 너무 좋다. 그 선수가 타점이나 홈런을 만드는 게 곧 팀의 점수로 연결되기 때문에 좋은 징크스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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