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레버 ‘변화무쌍’

문수정 2024. 8. 16.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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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활용성 좋은 전자식 속속 도입
컬럼·다이얼·조이스틱 등 다양화
수동 감성 ‘플로어 시프트’ 선호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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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물려받은 차를 12년 동안 운전했던 직장인 박종은씨는 최근 새 차를 장만하려고 알아보면서 ‘변속레버’의 변화를 실감했다. 여러 차량을 살펴보니 익숙했던 ‘기어봉’을 쓰는 차는 거의 없었다. 박씨는 “다양한 디자인의 전자식 변속레버가 적용된 것을 보면서 재밌는 경험을 했다”며 “여러 차량을 시승해보면서 변속레버 적응하는 게 약간 걱정됐지만 디자인이나 공간 활용에 확실히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변화에서 최근에 와서야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변속레버의 디자인이다. 변속레버는 차량 내부의 변속기를 조작해 속도를 내게 해주는 장치다. 오랫동안 변속레버는 막대 형태의 레버인 플로어 시프트가 주로 쓰였다. 흔히 기어봉(기어스틱)이라고 불려왔다. 플로어 시프트 방식이 2010년대까지 주로 쓰였으니 자동차의 역사에서 변속레버 형태만큼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전기 신호를 통해 변속기를 제어하는 ‘전자식 변속레버(Shift By Wire·SBW)’의 등장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SBW 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초반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SBW를 먼저 탑재하기 시작했다.

BMW는 2001년 출시한 4세대 BMW7 시리즈에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거나 내리는 식으로 조작할 수 있는 ‘컬럼식’ 변속레버를 스티어링 휠 오른쪽 뒤편에 장착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컬럼 타입은 최근 가장 흔히 쓰이는 전자식 변속레버다. 위치해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고도 기어를 조작할 수 있어서 편의성 측면에서 각광받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05년 8세대 S클래스 W221 모델부터 컬럼식 변속레버를 적용하고 있다. 4세대 BMW7과 차이점은 스티어링 휠 바로 뒤에 심어 넣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컬럼식 레버는 벤츠의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대부분 차량에 쓰이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기아 K9이 2012년 처음으로 SBW를 적용해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자동차기업들이 전자식 변속레버를 속속 적용하게 된 것은 차량 실내 공간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식 레버는 변속기와 기계적으로 직접 연결돼 있어서 센터 터널에 큼지막하게 자리할 수밖에 없다. 장착 위치와 크기에 제약이 있으나 SBW는 전기 신호만 전달하면 되니 어디에든 장착할 수 있다. 크기나 디자인 또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서 공간의 활용성이 높아지고 디자인 측면에서 차별화가 가능해졌다.

좌우로 비트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도 많이 쓰인다. 비트는 방식의 변속레버는 작은 크기의 스틱 형태도 있고 돌려서 작동시키는 원형으로 돌리는 토글스위치도 있다. 국내 자동차 가운데 최신 기아 모델에서 주로 쓰인다. 니로 EV를 시작으로 다양한 기아 차종에 적용되고 있다.

조이스틱 형태도 흔히 사용된다. 2006년 출시한 2세대 BMW X5에 조이스틱 형태의 레버가 도입됐고 이후 스포티한 감성을 추구하는 차량에 주로 디자인되고 있다. 기존의 플로어 시프트와 비슷해 변속기 조작이 주는 특유의 감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들이 선호한다. 조이스틱형 변속레버는 기존의 플로어 시프트와 달리 공간을 덜 차지한다. 스틱을 움직여 방향을 바꿀 수 있지만 제자리로 돌아오는 설계로 큰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고급 세단에는 크리스털 스피어 변속레버가 적용되기도 한다. 제네시스 GV60의 크리스털 스피어는 은은한 빛으로 실내 분위기를 내는 오브제 기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행 가능한 상황이면 180도 회전해 변속 다이얼이 된다. 변속레버 하나로 미래 모빌리티에 탑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BMW 7·시리즈, X5, X7, iX 등 일부 모델에도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크리스털 기어 노브가 들어간다.

컬럼식 변속레버는 BMW, 벤츠 등뿐 아니라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 흔히 탑재된다. 스티어링 휠, 센터 터널, 센터 페시아 등 다양한 위치에 적용되고 있다. 2014년 출시된 BMW i3 모델에는 컬럼 끝단을 회전해 조작하는 방식도 처음 쓰였다.

플로어 시프트도 여전히 쓰인다. 주로 고성능 모델에 사용된다. 수동변속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작돼 스포츠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수동변속기를 선호하는 이들도 있으나 최근에는 일부 고성능 차량이나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소형 상용차 등에 쓰이는 추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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