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남 다출산은 차별 적응 결과”… 통계 학술지 논문 황당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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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높은 출산율은 오랫동안 감내해 온 지역 차별에 대한 적응 행위의 결과일 수 있다. (중략) 차별의 역사가 호남인에게 가족과 자녀 출산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그 결과 호남지역 출산율은 줄곧 1위를 유지했고, 다른 지역에 사는 호남 출신 인구가 2명 이상 다자녀를 낳는 확률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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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 과잉 반영된 비과학” 비판 나와
“호남의 높은 출산율은 오랫동안 감내해 온 지역 차별에 대한 적응 행위의 결과일 수 있다. (중략) 차별의 역사가 호남인에게 가족과 자녀 출산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통계개발원이 지난달 1일 발간한 학술지 ‘통계연구’ 여름호에 이런 내용의 논문이 실렸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연구진이 투고한 이 논문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지역별 출산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호남지역 출산율은 줄곧 1위를 유지했고, 다른 지역에 사는 호남 출신 인구가 2명 이상 다자녀를 낳는 확률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연구진은 호남지역 출산율이 높은 원인이 ‘지역감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호남에 대한 편견은 영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호남 이외 지역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라며 “(높은 출산율은) 다른 집단과의 경쟁에서 친족 중심의 연합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적응성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에 출산율과 지역감정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자료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높은 출산율을 대표적 사회문제인 지역감정과 연결 짓는 황당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학계에선 “주관이 과하게 반영된 비과학적인 해석”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15일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일·가정 양립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전통적 시각으로 저출생 문제를 해석할 때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저출생 위기 속에 쏟아진 여러 담론 가운데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진단들이 적지 않다. 지난 5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발간한 보고서엔 ‘여학생 1년 조기 입학’을 저출생 해법으로 제시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보고서는 “남녀 간 교제 확대를 위해 여학생을 1년 조기 입학시키면 적령기 남녀가 서로 더 호감을 느끼게 돼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에 “여성의 연령이나 사회 진출 시점을 조절해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논리가 황당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보다 저출생 사회에 먼저 진입한 주요국에선 “저출생의 원인과 해법은 단편적 접근으로 찾을 수 없다”는 시각이 많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 확대 등을 넘어 출산을 둘러싼 환경, 젊은층 인식 변화 등을 원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저출생 원인을 ‘급속한 산업화’와 ‘일과 육아를 양립하기 힘든 환경’ ‘지나친 교육열과 높은 집값’ ‘소수 대기업과 다수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짚었다. 그러면서 “저출생 흐름 반전을 위해 모든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핀란드 인구통계학자인 안나 로트키르흐는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젊은층이 자연스럽게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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