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학습, 학보다 습이 중요… AI 교과서가 많은 도움될 것”

이도경 2024. 8. 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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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김효은 교육부 정책보좌관
‘스타 강사’ 출신 김효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지난 13일 부총리 집무실이 있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보좌관은 EBS에서 ‘레이나쌤’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내년 3월 도입되는 인공지능(AI) 영어 교과서가 영어 공교육을 바꿀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영어 학습은 체육 수업과 똑같습니다. 이론을 배우는 ‘학(學)’보다 머릿속 지식을 몸에 익히는 ‘습(習)’이 더 중요하죠. 공교육 현장에서 부족했던 ‘습’의 과정을 AI 교과서를 통해 활성화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김효은(41)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발탁 배경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AI 교과서를 비롯한 교육부 정책들이 학교 현장에 좋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확신이 들어 보좌진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본명보다 EBS 스타 영어강사 ‘레이나쌤’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청년 인재로 영입한 인사로,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교육부 정책보좌관으로 최근 임명됐다.

이목을 끄는 발탁이었다. 정책보좌관은 다양한 유형이 있다. 통상적으로 장관에 임명되면 관료 조직을 장악하려는 목적으로 최측근을 데려오기도 한다. 여당과의 소통을 위해 여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이나 당직자 등을 데려오는 경우도 많다. 드물지만 장관의 관심 정책에 힘을 싣고자 관련 분야 전문가를 데려오기도 하는데, 김 보좌관은 이 유형에 가깝다. 지난 13일 부총리 서울 집무실이 위치한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김 보좌관을 만났다.

-발탁 배경은.

“이주호 부총리와는 정책보좌관 제의를 받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었어요. 교육부 연락을 받고 이 부총리와 대화했는데 이런 주문을 받았어요. ‘정말 허심탄회하게 AI 교과서 등 여러 정책을 학부모들에게 설명하고 싶은데 제가 무슨 말을 하든지 (학부모 보기에) 저는 그냥 아저씨라서… 아이 키우는 엄마이자, 선생님이셨던 분이 저를 좀 도와주세요.’(웃음) 진정성과 함께 어떤 답답함이 느껴졌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서 해보겠다고 했어요. 다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고, 사교육 분야인 학원에서도 공교육 영역인 EBS에서도 학생을 가르쳐봤고, 초청받은 강연을 마다하지 않고 나갔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이 2만명 정도 됩니다.”

-AI 교과서 등 에듀테크(교육정보 기술)가 학생에게 도움이 될까.

“모든 학생에게 태블릿PC 나눠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부정적이었어요. ‘세금 낭비’란 시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선생님들과 대화하다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해서 선후배 중 현직 교사가 많습니다. 지방에서 재직하는 선배 교사로부터 태블릿PC를 사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고 이들이 학교에서 받은 태블릿PC를 고마워하며 정말 잘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내년 3월 도입되는 영어 AI 교과서가 영어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나.

“우리 공교육 영어 학습은 이론을 공부하는 ‘학’이 70%, 몸에 익히는 ‘습’이 30%입니다. 영어는 그 반대여야 합니다. 우리가 말할 때 문법 생각 않고 ‘탁탁’ 자동 반사적으로 나오듯 영어도 몸에 익도록 하는 훈련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공교육에서 습을 70%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교사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현장에서 학생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 외국 생활을 했거나 선행학습으로 저만치 나간 아이도 있고 기초가 부족한 학생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는 교과서 진도 빼는 것도 빠듯하죠.”

-영어 AI 교과서가 나오면 달라질까.

“제가 자란 경북 영천에는 보습 학원이 2개 있었어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는데, 미국서 살다 온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미국 드라마로 독학했는데, A와 B가 대화하는 장면을 켜놓고 A 역할을 제가 해보고 B 역할을 제가 해보는 방식으로 따라 했어요. 회화에 많은 도움이 됐는데, 영어 AI 교과서에는 기본적으로 이런 기능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AI 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말하는 연습을 하게 될 거로 기대합니다. 회화는 기능 중 하나이고, 작문할 때도 AI의 첨삭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교사가 학생 한 명씩 일일이 붙잡고 영어를 익히도록 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달라질 거로 기대합니다. 선생님은 교사용 태블릿PC로 실시간으로 학생들이 어떤 연습을 하는지 보고 필요하면 교육적으로 개입을 하게 됩니다.”

-우려의 시선도 있는데.

“AI 교과서에 숨겨진 장점 하나를 더 말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 하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를 가르쳐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겁니다.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은 사춘기입니다. 공교육에서 영어를 본격적으로 접하는 시기와 겹칩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주변 친구를 많이 의식합니다. 선생님이 수업에서 호응을 끌어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죠.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주변 아이들 눈치를 많이 보고, 내성적인 아이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AI 교과서를 딱 이 시기에 접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내성적인 학생들도 거리낌 없이 영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실수할까 걱정돼 입을 닫는 아이들도 AI 앞에선 걱정 없이 말하고, 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사는 AI 교과서를 통해 학생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알 수 있지만 친구들은 알 수 없는 거죠.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쳐보지 않은 교육부 사람들은 간과하기 쉽지만, 사춘기 학생들에겐 생각보다 중요한 점입니다.”

-앞으로의 포부는.

“목표가 있다면 AI 교과서 도입이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현장 경험을 교육부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보좌관 제의 전에 영어유치원이나 영어 사교육을 함께 해보자는 제의를 참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공교육인 EBS에서 정말 많은 혜택을 받았고 학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AI 교과서뿐 아니라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에서는 정책 수혜자 관점에서 학부모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현장을 다니며 많은 얘기를 듣고 교육부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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