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쪼개진 광복절

권지혜 2024. 8. 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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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국회의원 5명으로 구성된 '사도광산 진실수호 방일단'이 15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강제동원의 역사적 사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현지에서 알리겠다는 행보다.

방일단은 김포공항을 떠나면서 "일본의 대륙침략과 강제동원의 전범 행위는 어떻게 해도 지울 수 없다.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자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일본으로 출발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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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정치부 차장


야당 국회의원 5명으로 구성된 ‘사도광산 진실수호 방일단’이 15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강제동원의 역사적 사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현지에서 알리겠다는 행보다. 일본 방문 날짜를 79주년 광복절로 잡은 건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방일단은 김포공항을 떠나면서 “일본의 대륙침략과 강제동원의 전범 행위는 어떻게 해도 지울 수 없다.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자 무거운 마음을 안고 일본으로 출발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일본에는 패전일인 이날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각료들은 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했다. 2021년 10월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매년 있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는 예년 수준의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냈다.

올해 광복절은 이런 풍경에 더해 ‘반쪽 경축식’이라는 초유의 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정부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한 광복절 경축식에 야당과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독립운동단체들은 대신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 기념식을 열었다. ‘친일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불러온 낯뜨거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친일몰이’ ‘역사팔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이 광복절마저 ‘친일 부활절’로 만들어버렸다고 비난했다. 서로 상대가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며 핏대를 세웠지만 국가 경사인 광복절의 의미를 훼손하고 깎아내린 건 매한가지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백범기념관 기념식에서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광복회는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우려하는 저열한 역사인식이 우리 사회에 판치는 수준으로 널리 퍼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후손들 모임인 광복회 회장으로선 가질 수 있는 인식이고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본다. 대통령실도 나름대로 이 회장 측에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적 없고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한다. 그래도 한 번 더, 마지막까지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의 정신으로 경축식 참석을 설득하지 않은 건 아쉽다. 대통령실은 아니라고 하지만 독립운동단체가 불참한 광복절 경축식은 누가 봐도 빛바랜 ‘반쪽 행사’다. 광복 이후 처음 있는 일을 이번 정부에서 굳이 만들 필요는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역사 쿠데타 저지 TF’를 구성해 범국민 저항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힌 터라 역사 논쟁, 이념 갈등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안 그래도 여야가 사생결단식으로 대치해 민생 현안이 뒤로 밀린 상황에서 언제 던져도 불이 붙는 친일 이슈는 정쟁을 더욱 격화시킬 게 뻔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있지도 않은 정부의 건국절 계획을 철회하라는 억지 주장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생각”이라고 강경 방침을 밝혔다. 이렇게 국론이 갈라진 상황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통일 구상도 추진력을 얻기 힘들다. 북한의 호응 여부는 둘째치고 우리 내부에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쪼개진 광복절이 주는 메시지가 이것이다. 이번 사태를 참담해하면서 서로 책임소재를 따지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역사 문제를 정쟁의 소재로 악용하는 일도 그만해야 한다. 뻔한 말이고 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갈라진 국론을 모으는 통합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권지혜 정치부 차장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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