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유튜브의 중심에서 ‘왜’를 외치다

2024. 8. 1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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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자신만의 콘텐츠 앞세운 진검승부의 장…
도전하는 이유 다시 한 번 고민했으면

요즘 주위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왜 유튜브 안 하세요?”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거나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의 눈에 나는 개인 유튜브를 하지 않는 게 의아한 사람이다. 먹고살다 보니 글도 말도 얼추 엮을 줄 알게 됐고, 덕분에 원하는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도 잡았다. 영상 매체가 대세가 되면서 얼굴을 내놓고 일한 지도 오래고 심지어 전 세계가 주목한다는 K콘텐츠,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요란스러운 K팝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 유튜브와 1인 미디어가 익숙한 사람 입장에서는 도무지 개인 채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사람인 셈이다.

누군가 만나 인사 대신 “왜 유튜브 안 해요?”라고 물어보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유튜브와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이미 한국인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기분 탓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크리에이터 미디어 사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3만5000명을 넘었다. 2019년에 비해 10배가 훌쩍 넘게 성장했고, 변호사나 세무사 같은 전문직보다도 4~5배 많은 수치다. 심지어 전체 종사자의 64.9%가 30대 이하일 정도로 젊고 활력 넘치는 업계인데다 매출액도 4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유튜브의 폭발적 성장은 사람들의 일상도 바꿔놨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웬만한 연예인보다 유명 유튜버 이야기를 하는 게 공통 화제를 끌어내기 쉽다. 식사시간에 습관처럼 틀어 놓는 방송이나 영상을 뜻하는 일명 ‘밥친구’ 채널이나 유튜버 하나 없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모인 사람들의 연령대가 낮을수록 적중률은 높아진다. 여기에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전 국민이 이름과 얼굴을 아는 유명인들까지 개인 채널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사이 유튜브는 무림 고수와 숨은 고수들이 각자의 콘텐츠로 자웅을 겨루는 진검승부의 장이 됐다.

승부가 본격화되며 볼거리가 많아진 만큼 부작용도 심해졌다. 날이 갈수록 자극도를 높여가는 유튜브 콘텐츠는 최근 미디어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영상 조회수가 그대로 권력이 되는 판이니 왜 아닐까 싶다. 클릭을 유도하는 선정적 테마 선정과 섬네일에서 고찰보다는 속도, 진실보다는 사이다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점차 늘어갔다. 이러한 흐름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도 적지 않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권위 하락 속도가 더 빨랐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유튜버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회로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 채널을 갖고자 하는 이들의 관심은 대부분 관심과 돈이다. 인기 유튜버는 연예인 못지않은 지지자를 보유할 수 있고, 금전적 보상도 상당하다. 유튜버와 관련된 기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건 예나 지금이나 인기 최상위 유튜버들의 수입이다. 인생 역전에 성공한 유튜버 사례를 보며 인생 이모작이나 조기 은퇴를 위한 파이프라인을 꿈꾸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여기에서 빠진 건 결국 다시 돌아 ‘왜’다. 누구나 자신의 채널을 가질 수 있고, 1인 미디어가 그 언제보다 쉽게 대중의 관심과 애정, 신뢰까지 얻을 수 있는 지금은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운 세상이었다. 그 놀라운 가능성이 담보할 흥미롭고 빛나는 미래 앞에서 사람들은 ‘왜’를 잊고 말았다. 우리는 유튜브를 ‘왜’ 보고 ‘왜’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어 하는가. ‘왜’라는 의문 자체를 고리타분하거나 고지식하다고 비웃는 분위기 속에서 믿을 만한 목소리와 정성을 들인 콘텐츠는 거대한 자극의 쓰나미 속으로 점차 사라져간다. 콘텐츠의 홍수라는 말이 실은 다른 홍수를 뜻하는 건 아니었을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왜 유튜브 안 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왜’에 대한 답을 먼저 찾은 후에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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