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진짜 욕망을 잃어버린 시대

2024. 8. 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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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지난주일 예배 후 밥상공동체에서 마주 앉은 집사님에게 물었다. “이번 주 휴가라 들었는데 어떻게 오셨어요?” 집사님은 당일로 다녀왔다며 그곳이 참 좋았다고 한다.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점봉산 곰배령을 다녀왔다. 그런 곳에서 조용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며 얼마나 좋았는지 마음을 보여준다. 구름이 몰려와 비를 뿌릴 것 같더니 이내 맑은 하늘이 드러나면서 깊은 산속에서만 볼 수 있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봤다고 한다. 아내와 그렇게 오랜만에 한적하고 여유롭게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여전히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노래 부르며 떠들고 노느라 정신이 없고, 어떤 사람들은 올림픽 본다고 방으로 들어가 꼼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주 보는 모습이지만 왜 그 멀리까지 와서 늘 먹던 고기를 먹고 노래를 부르며 노는 걸까. 떠나기 전 봤던 TV와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굳이 이곳까지 와서 할 수 있는 게 없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진짜 욕망을 잃어버린 사람이요, 시대다.

신이 우리에게 주신 진짜 욕망은 어쩌면 훨씬 고상하고 아름다우며 수준 높은 것이다. 무엇을 먹고 마시며 입을 것인지는 기본 중 기본이다. 이게 전부라면 인간이 동물과 다를 게 무엇인가. 사람이 위대하거나 훌륭한 것은 내면에 감추어진,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진짜 욕망에 있다. 진정한 존재감과 함께 의미와 가치는 거룩한 욕망에 있다. 현대인의 감출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불안에서 오는 두려움은 결코 물질로 채워질 수 없다.

이제 진짜 욕망을 회복하고 찾아야 한다. 먹고 마시며 노는 것이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전부나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부정할 수 없는 영적 존재다. 먹고사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내면의 깊은 욕망이 있다. 그것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무리 풍요롭고 만족할 무엇이 있어도 헛헛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 이 영적 교감은 인간이 신과 소통하며 관계하는, 내면과 정신적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하며 욕망하는 욕구다. 물질이나 세속적 욕망을 이루기 위한 신앙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영적 교감, 그것이 신앙의 핵심이다. 내면과 믿음의 세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행복이 있다. 하지만 인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한다. 도대체 누가 적이며 경쟁자인가. 반목과 대립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떠나 존재할 수 있으며 행복을 말할 수 있는가.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사람을 기피하고 함께하는 게 어렵고 힘든 세상이라면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모든 사람을 벗과 동행으로 삼는 진짜 욕망을 회복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사랑받는 사람이 되려는 거룩한 갈증을 찾아야 한다. 사람인 자신을 잃고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나 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자연의 신비와 은총에 빠져드는 경탄과 감동의 욕망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 일상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자연을 벗어난 적이 있는가. 자연의 모든 생명이 얼마나 놀랍고 아름답게 우리 곁에 존재하는지 의식해 봤는가. 세상의 들꽃 하나, 개구리, 나무, 강아지 등 무엇 하나 모자람이 있는가. 전혀 없다. 모든 건 스스로 완벽하고 온전하다. 그렇게 만들어졌으며 우리 곁에서 살아간다. 중요한 건 모두가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신이 만든 모든 피조물이 그렇다면 당신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인간은 말할 게 없다. 이제는 지구와 이 땅에 존재하는 인간으로 우리가 누구이며, 불가능하다는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거룩한 욕망으로 돌아서야 한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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