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달라진 ‘대프리카’…도시 숲이 열섬 효과 덜었다
한여름 폭염의 대명사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가진 대구가 달라졌다. 최근 전국적으로 극심한 폭염을 겪는 상황에서도 대구의 낮 최고기온이 다른 도시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최고기온 40도를 기록했던 지난 4일 대구의 최고기온은 37.8도로 전국 15위였다. 지난 10년간 기상청 자료를 토대로 도시별 평균 체감온도를 비교하면 광주광역시가 가장 높았고, 대구는 11위에 머물렀다. 대구 시민과 기상 전문가 사이에선 더는 ‘대프리카’가 아니란 말도 나온다.
대구의 한여름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데는 도시 숲 조성 사업이 긴요한 역할을 했다. 대구는 한낮 뜨거운 공기가 잘 빠지지 않는 분지 지형인 데다 도심 속 녹지마저 부족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런 열섬 효과를 줄이려고 대구시와 산림청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8곳, 48㏊ 규모의 ‘도시바람숲길’ 사업을 벌였다. 도시 바깥쪽 산림의 맑고 시원한 공기를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숲을 조성해 공기 순환을 촉진하고 폭염과 미세먼지를 줄이는 사업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 숲을 이용해 바람길을 내면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중장기 대책으로 가로수를 늘린 것도 효과를 봤다. 지난해 대구의 가로수는 23만9000여 그루로 1995년의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대구의 사례는 다른 도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후변화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긴 어려워도 도시의 노력에 따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여름 폭염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도심 속 생활공간엔 더 많은 나무를 심을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도 도시 숲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하고 대폭 늘려가는 추세다. 국내 주요 도시에서도 숲이 더욱 많아져 열섬 효과도 덜고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휴식 공간을 제공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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