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체육단체 임원 ‘연임 제한 폐지’ 재고해야
2024 파리 올림픽 폐막과 함께 전해온 토마스 바흐(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아름다운 퇴장 선언이 눈길을 끈다. IOC 규정에 따르면 위원장의 임기는 8년이며, 4년에 한해 연장이 가능하다. 바흐 위원장은 IOC 총회에서 관련 규정을 손보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12년 임기를 마치는 내년에 물러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7월 대한체육회가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체육 단체 임원의 3선 이상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이 나면 체육 단체장과 임원의 ‘장기 집권’이 제도적으로 허용된다. 문체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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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연장 마다한 IOC 위원장
대한체육회는 3선 제한 폐지
사유화·부패·정치화 우려 커
」
기존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임원을 맡을 인물이 부족하다는 인재난이 체육회의 설명이지만 군색하다. 헌법을 뜯어고쳐 임기를 연장하는 독재 국가의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선의로 추진한 정관 개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 결과가 의도하지 않은 체육계의 큰 리스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첫째, 체육 단체 사유화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전국 체육 단체는 240여 개 지역 체육회와 9000여 개 지역 종목 단체가 있다. 체육 단체장이 선출되면 임원 인사는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다. 기존 단체장의 선거 프리미엄은 견고하다. 뜻 있는 신인이 용기를 내어 출마해도 당선되기 쉽지 않다. 정당 공천도 정치 신인이 진입할 공간을 열어두는데, 체육 단체 임원 연임 제한 폐지는 온전히 기득권에 유리한 제도다. 현직 임원진이 카르텔을 형성해 인사와 의사 결정권을 독점할 수 있다.
둘째, 장기 집권은 부패와 도덕적 해이에 취약하다. 임원 연임이 유능함과 리더십의 결과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현행 제도로도 예외적인 경우 재선 이상의 연임이 가능하다. 그런데 연임 제한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1998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된 제프 블라터는 17년간 장기집권했으나 2015년 5선 성공 나흘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관련된 부패 혐의와 핵심 측근의 구속이 결정타였다. IOC 위원은 70세 정년을 적용한다. IOC의 임기제 도입 논의는 21년간 장기집권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위원장의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 관련 뇌물 수수 스캔들을 계기로 시작됐다.
셋째, 체육 단체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체육 단체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일정 기간 전직 정치인과 선출직 공무원의 체육 단체 임원 진출을 막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단체장 선거를 준비하는 선거 운동의 상시화, 그리고 연임 자신감을 방패 삼아 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압력 단체 역할도 서슴지 않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2018년 민선 지방체육회장 선거제 전환 이후 많이 지적됐다. 임원 연임 제한을 폐지하면 체육 단체의 정치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그 결과는 국민과 체육 단체의 괴리다. 그러지 않아도 체육 단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예전 같지 않은데 말이다. 지금 체육계에는 임원 임기 연장보다 더 시급하고 더 중요한 일이 많다.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 태어난 2017년에는 최초로 출생아 수 40만 명 선이 무너졌고, 2023년에는 23만 명까지 떨어졌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 충격은 교육·연금·노동계와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스포츠 영역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한다.
예전에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제도와 시스템을 인구 구조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할 때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 프로 스포츠의 근본적 변화와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과거에 당연하다시피 누려온 스포츠의 사회적 순기능이 그만큼 축소될 것이다. 그에 따른 불이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 2017년생이 학령기에 접어든 올해부터 앞으로 5년이 골든타임이다.
체육 단체는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바흐 위원장이 과거의 틀로 현재의 규정을 재단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체육 단체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관점이 필요하다. 국민이 원하는 체육 단체의 활동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스포츠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하면 답이 보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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