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미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 활기 불어넣은 ‘시골 아재’

김형구 2024. 8. 1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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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이 있던 날 밤 공화당 당직자 출신 한 취재원은 기자에게 “대선은 사실상 끝났다”고 했다. 천운을 타고 난 트럼프에 동정론까지 몰릴 것이어서 그의 대선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란 얘기였다. 이틀 뒤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는 백악관 재입성을 목전에 두고 치르는 ‘트럼프 대관식’ 같았다.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트럼프 얼굴은 여유가 넘쳤다.

축제 분위기는 오래 못 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내놓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다. 해리스의 맹추격이 시작됐고 가속도가 붙으면서 판이 조금씩 뒤집히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필라델피아 합동 유세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오른쪽)와 팀 월즈.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세론이 흔들리는 과정에 해리스의 ‘깜짝 픽’으로 평가받는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가족 농장, 비상근 주방위군, 공립학교 지리 교사이자 축구팀 코치. 월즈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 이력들인데, ‘푸근한 옆집 아저씨’ 이미지 구축 배경이기도 하다.

285명이 마을 인구의 전부인 옥수수밭 벽촌에서 태어난 월즈는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쏟아내는 회고록을 쓴 일도 없다. ‘뉴욕의 억만장자’인 트럼프,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회고록 『힐빌리 엘레지』로 뜬 J D 밴스 등 공화당 대통령·부통령 후보와는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프로필이다.

전국적으로는 ‘무명’에 가까웠던 월즈가 급부상한 건 한 아침 방송에서 “그들(트럼프·밴스)은 괴상하다(weird)”고 한 게 대히트를 하면서다. 엘리트 진보의 고담준론식 정치 비평이 아니라 핵심을 찌르면서도 그보다 더 쉬울 수 없는 수사(修辭) 하나로 대중을 열광케 했다.

월즈는 지난 6일 필라델피아에서 해리스와 함께한 첫 공동 유세에서도 존재 이유를 입증했다. “대선이 91일 남았다. 별거 아니다. 잠은 죽은 뒤 자겠다”며 귀에 착 감기는 말로 전력투구를 약속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미 언론에서는 “세련되지 않은 스타일인데 빈틈없는 정치 내공을 갖고 있다”(뉴욕타임스)는 평이 나온다.

지난 6월 27일 첫 대선 TV 토론 이후 트럼프 피격, 바이든 후보직 사퇴, 해리스 대선 후보 지명, 월즈 부통령 후보 지명까지 롤러코스터를 탄 대선 레이스. 11월 5일 투표일까지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이전의 바이든·해리스 팀에선 보기 어려웠던 에너지와 열정이 해리스·월즈 팀에서 느껴지며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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