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일본 노벨상 학자와 서울반도체의 동행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는 아웃사이더였다. 그가 전자공학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친 곳은 도쿠시마(德島)대학교. 명문에는 한참 못 미친다. 1979년 입사한 회사는 니치아(日亞)화학공업. 중소기업이었다. 그는 반도체 특허를 다수 출원했으나 돈이 되지 않았다.
그는 꺾이지 않는다. 1988년, 아예 아주 높은 목표를 새로 잡는다. 다들 고개를 저은 고휘도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개발이었다. 1993년 마침내 세계 최초로 이를 만들어낸다. 회사는 이 품목으로 연간 10억 달러 넘게 매출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그가 받은 대가는 형편없었다. 그는 1999년 회사를 박차고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바바라 캠퍼스 교수가 된다. 2001년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 보상 소송을 건다.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고려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석사 학위를 받고 제일정밀공업과 삼신전기를 거쳐 1992년 서울반도체를 인수한다. LED를 주력 품목으로 삼아 1990년대 100억 원대이던 매출을 2003년 1200억 원대로 키운다. 더 도약하기 위한 전기를 2004년 1월 마련한다. 나카무라 교수와 기술협약을 체결한 것. 당시 니치아화학 소송 건이 진행 중이었다. 자신을 최고로 인정하는 서울반도체에 나카무라 교수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나카무라 교수와 니치아화학은 2005년 1월 법원이 제시한 8억4000만엔에 합의한다. 그는 2014년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도 안게 된다. 이후에도 서울반도체와 공동연구 및 교류를 이어온다.
서울반도체가 니치아화학의 LED 백라이트 분야 아성을 깼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점유율에서 1위에 올랐다. 니치아화학 출신 나카무라 교수가 준 도움이 상당히 작용한 성과가 아닐까 싶다.
‘세계 1위’를 향한 과정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반도체는 7분기 연속 손실을 보다가 지난 2분기에 흑자로 전환했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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