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걷어낸 임청각, 완전 복원 눈앞
‘독립운동의 산실’ 경북 안동시 임청각(보물 제182호)이 2025년 완전히 복원된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를 11명이나 배출하며 항일 투쟁의 밑거름이 된 임청각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인 석주(石洲) 이상룡(1858~1932) 선생의 생가다.
정부와 경북 안동시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는 내년까지 임청각을 완전히 복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정률은 90%정도다. 임청각 복원 사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2019년 시작됐다. 총 사업비 280억원을 들여 가옥 2동을 복원하고 철도 개설로 훼손된 임청각 주변 지형과 수목을 재정비하고 있다. 또 임청각 진입부에는 임청각 역사문화공유관도 건립할 계획이다.
임청각은 1519년 형조좌랑을 지냈던 이명이 지었다. 임청각은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을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는 중국 시인 도연명의 시구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임청각 주변은 영남산을 등지고 낙동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고성 이씨 종택인 임청각은 본래 99칸 저택이었지만 집 한가운데 철길이 깔리는 탓에 50여 칸이 허물어졌다. 일제는 1942년 2월 나쁜 조선인이라는 뜻의 ‘불령선인(不逞鮮人)’의 집이라며 일부러 철길을 놓았다. 남은 칸도 진동과 소음으로 크게 훼손됐다.
임청각에서는 독립운동가 11명이 나왔다. 이 선생 동생 상동(1865~1951)과 봉희(1868~1937), 아들 준형(1875~1942), 조카 형국(1883~1931)·운형(1892~1972)·광민(1895~1945), 손자 병화(1906~52), 손자며느리 허은(1907~97), 당숙 이승화(1876~1937), 부인 김우락(1854~1933) 여사다. 이들은 모두 애족장·독립장 등 건국훈장을 받았다.
임청각의 상징적 인물인 이상룡 선생은 유학자로서 구한말 항일의병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이후 협동학교 설립에 참여해 애국계몽운동에 힘썼다.
그는 일제에 주권을 빼앗긴 뒤 1911년 1월 재산을 처분해 마련한 독립운동자금을 들고 50여 명의 가솔과 만주로 갔다. 이후 서간도 지역에 항일 독립운동단체 경학사를 만들고, 신흥무관학교의 전신이 되는 신흥강습소를 설립해 독립군을 양성했다.
이상룡 선생은 망명 전 “공자·맹자는 시렁 위에 두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며 독립운동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고, 사당에 모신 조상 신주를 땅에 묻으며 독립 전에는 귀국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1925년 임시정부가 국무령제로 바뀐 후 초대 국무령을 지냈지만 분열된 독립운동계에 회의를 느끼고 다시 간도로 돌아와 무장 항일투쟁에 노력했다.
그는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32년 5월 지린성(吉林省) 서란(舒蘭)에서 74세에 순국했다. ‘나라를 되찾기 전에는 내 유골을 고국으로 가져가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으며, 유해는 해방 이후에도 오랜 세월 타국에 묻혀 있다가 1990년 고국으로 돌아와 안장됐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일제로부터 국권을 찾은 지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야 임청각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며 “임청각 복원은 우리 민족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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