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에 AI칩까지" 애플·엔비디아급 IT 거물이 되어가는 화웨이
중국 화웨이가 미국 애플·엔비디아에 맞설 정보기술(IT) 거물이 되어가는 걸까. 첨단 반도체를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공지능(AI) 칩 등을 개발하며 기술 자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화웨이의 파죽지세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내놓은 AI 칩 ‘어센드 910B’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어센드 910C’를 이르면 10월 중 출시한다.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인 H100의 성능에 맞먹을 것으로 보이며, 바이트댄스·바이두·차이나모바일 등 중국의 인터넷·통신 업체들이 이 제품 도입 논의에 들어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초도 물량은 7만개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고, 20억 달러(약 2조7200억원) 규모다.
WSJ은 “엔비디아가 중국에 고급 칩을 제공하는 것이 차단된다면 엔비디아는 중국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잃을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으로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 등 저사양 칩을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의 ‘반도체 굴기’ 야망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까지 뻗어 있다. HBM 개발을 위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우한신신(XMC)과 손잡았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화웨이의 소프트웨어는 중국에서 애플을 밀어내고 있다. 화웨이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하모니OS는 1분기에 중국에서 애플 iOS를 제치고 안드로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쓰는 OS에 올랐다. 중국제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첨단 칩을 탑재한 고급형 스마트폰인 ‘메이트 60프로’가 애국 소비로 흥행을 일으킨 덕을 봤다. 화웨이는 하모니OS를 전기차, 가전제품에도 적용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화웨이에 따르면 하모니OS가 탑재된 기기는 9억대 이상이다. 자체 OS로 10억대 넘게 기기를 판매한 제조사는 현재 애플이 유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애플을 압박하고 있다”라고 했다.
눌러도 눌러도 부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인력, 연구개발(R&D)에의 투자 등이 화웨이 건재 비결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보조금은 물론 핵심 구매처다. WSJ은 “중국 국영 회사들과 정부 기관은 화웨이 칩과 스마트폰, 클라우드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를 원한다”라고 했다.
최근 화웨이가 천재 소년 영입을 위해 수억대 연봉을 걸고 채용 공고를 한 게 화제가 됐다. 화웨이와 손잡고 어센드 제조를 맡는 SMIC의 공동 CEO는 삼성전자 출신 대만인으로 TSMC에서 16년간 연구 개발을 이끈 양몽송이다. 또 네덜란드 장비 제조업체인 ASML과 미국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반도체 기업의 숙련 베테랑들이 중국 기업에 입사하거나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있다. 중국 차이나머니네트워크(CMN) 창업자 니나 시앙은 올 초 니케이 아시아 기고에서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한 미국의 기술 제재 집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화웨이의 기술 굴기는 한국 전자 산업에도 즉각 영향을 준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화웨이-SMIC(중국 최대 파운드리)-하이실리콘(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이 엔비디아-TSMC-SK 하이닉스 연합군과 경쟁을 이룰 것”이라며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고가 AI 칩의 대안으로 화웨이 클러스터 제품을 쓸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한국이 확고한 공급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정부의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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