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가면 1200억 연봉인데…'돈보다 의리' 페르난데스, 맨유와 2027년까지 재계약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제시한 천문학적인 연봉을 거절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잔류를 택했다.
맨유는 1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브루누 페르난데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027년 6월 30일까지 계약을 연장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으며,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라고 발표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022년에 2026년 6월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4년 계약에 서명했다. 1년 연장 옵션이 있기에 최대 2027년까지 동행할 수 있지만 맨유는 페르난데스의 공헌도를 고려해 새로운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3년 계약으로 인해 페르난데스는 맨유에 최대 2028년까지 머물 수 있다. 기존 계약 기간에서 1년 늘어난 셈이지만, 연봉이 큰 폭으로 인상돼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상을 보답 받았다.
포르투갈 미드필더 페르난데스는 맨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영입생 중 한 명이다. 지난 2020년 1월 맨유는 포르투갈 스포르팅CP에서 뛰는 페르난데스를 옵션 포함 이적료 8000만 유로(약 1200억원)에 영입했다.
당시 페르난데스는 맨유가 아니라 토트넘 홋스퍼에 갈 뻔했다. 손흥민이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은 맨유보다 먼저 페르난데스 영입에 진지한 관심을 드러냈지만, 구단 간의 합의가 결렬되면서 영입이 불발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페르난데스는 "2019년 여름 프리미어리그에서 내게 관심 갖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한 곳은 토트넘뿐이었다"라며 "지금은 기분이 이상하지만 당시엔 토트넘 제안을 받고 신이 났다.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두 구단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거래를 결렬됐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스포르팅에서 뛰는 건 행복했지만 내 운명은 아니었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 이적이 불발된 후 6개월 뒤인 2020년 1월 맨유가 페르난데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에이전트에게 100%가 될 때까지는 이적 얘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밤에 전화가 왔다"며 "난 그에게 '토트넘?'라고 물었고, 에이전트는 맨유라고 답했다"라고 했다.
페르난데스는 즉각 "지금 농담하는 거냐"고 에이전트에 되물었다. 에이전트의 답은 달랐다. "정말이다. 맨유에서 원한다. 이제 네가 정할 차례"라고 받아쳤다.
페르난데스는 "맨유로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에이전트에)답장도 하지 않았다. 눈물을 참기 시작했다"라며 "아내가 달려와 '왜 우는거냐'고 묻자 난 '모르겠다. 행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거액에 합류한 페르난데스는 왕성한 활동량과 창의적인 패스를 통해 단숨에 맨유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는 맨유 유니폼을 입은 후 234경기 출전해 79골 66도움을 기록하면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등극했다.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2022년 구단과 재계약을 맺어 계약 기간을 2026년까지 늘렸다. 주급도 크게 인상됐고, 2023-24시즌을 앞두고 클럽 주장으로 선임되는 영예를 안았다.
페르난데스의 계약 기간이 이제 2년 밖에 남지 않아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선 1994년생 페르난데스가 벌써 30세가 됐으니 맨유가 이적료를 받고 팔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재계약 소식이 없자 이번 여름 사우디아라비아가 페르난데스 영입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클럽은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동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고 있는 알나스르였다. 일부 매체는 알나스르가 페르난데스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인 급여를 제공할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컷오프사이드'는 지난 6월 "알나스르는 페르난데스에게 엄청난 계약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제안은 아마 1년에 7000~8000만 유로(약 1046~1200억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주급으로 계산하면 135~154만 유로(약 20~23억원)에 해당되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사우디로 가기 보다 맨유에 남기로 결정했다. 맨유는 잔류를 택한 페르난데스에게 팀 내 최고 대우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팀토크'에 따르면 페르난데스는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주급 22만 파운드(약 3억 8400만원)를 받았는데, 재계약을 인해 팀 내 최고 주급자인 마커스 래시퍼드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으로 에상된다. 래시퍼드 주급은 35만 파운드(약 6억 1000만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820만 파운드(약 317억원)인 셈인데, 이는 사우디 측이 제시한 급여의 4분의 1 정도에 해당된다.
지금까지 수많은 축구선수들이 사우디의 오일머니 유혹에 넘어가 유럽을 떠나 중동으로 향했지만 페르난데스는 재계약을 맺으면서 맨유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재계약을 맺은 후 페르난데스는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내가 맨유에 대해 가진 열정을 알고 있다. 난 이 셔츠를 입는 것의 책임과 중요성을 이해하며, 이 놀라운 클럽을 필요하는 데 필요한 헌신과 열망의 수준을 잘 알고 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난 이미 여기서 많은 특별한 순간을 보냈다"라며 "하지만 맨유 유니폼을 입고 최고의 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면 이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영진과 감독과의 논의를 통해 앞으로 몇 년 동안 모든 사람이 주요 트로피를 위해 싸우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분명해졌다"라며 "미래가 얼마나 긍정적일지 알 수 있고 이 팀을 앞으로 이끌 수 있어 기쁘다"라며 맨유에 잔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사진=맨유, 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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