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前직원 “핵심은 민희진 부당 개입” 주장…전문가도 “부적절”
“민 대표가 조사에 부당 개입” vs “보복성 허위신고”
전문가 “대표로서 부적절한 태도”
걸그룹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에서 발생한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 과정에 민희진 대표의 부당 개입이 있었는지를 두고 이른바 ‘여직원 B씨’와 민 대표 간 진실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민 대표는 업무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B씨가 ‘보복성 허위 신고’를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논점 흐리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도어 전 직원 B씨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브와 어도어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뒤 내 사건이 공정하지 못하게 처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들의 감정 싸움 속에 평범한 직장인이자 피해자인 나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 “민희진·하이브도 법적 대응 검토” 어도어 前직원 인터뷰)
A씨는 지난해 9월 경력직 사원으로 어도어에 입사한 뒤 올해 3월 6일 임원 A씨를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같은 달 21일 퇴사했다. A 임원은 민 대표와 함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인물이다.
B씨는 지난 3월 6일 하이브 RW(사내 윤리기준)팀에 A 임원을 성희롱 1건, 직장 내 괴롭힘 7건으로 신고했다. A 임원이 고객사와 미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거나 폭언 등으로 괴롭혔다는 내용이다. 어도어는 사내 인사관리(HR) 조직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 모회사이자 HR 업무 계약을 체결한 하이브가 권한을 위임받아 조사한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RW팀은 B씨의 신고가 접수된 직후인 3월 6일 민 대표에게 상황을 공유했다. 다음 날 메일로 재차 상황을 공유받은 민 대표는 신고 내용에 편향된 의견이 많다고 주장하며 ‘편파적’ ‘보복성’ ‘날조 신고’ 등의 표현을 사용해 답장했다.
하이브는 이후 B씨, A 임원과 각각 대면조사를 진행한 뒤 3월 14일 민 대표에게 조사 결과를 메일로 알렸다. ‘양측의 주장이 다르고, 증거가 부족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A 임원의 행동에 불필요한 오해의 여지가 있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엄중 경고’ 조치를 해달라고 권고했다.
민 대표는 이에 반발하며 A 임원을 즉각 해당 메일의 수신자로 참조했다. 수신자로 참조할 경우 당사자 간에 오가는 메일을 전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A 임원이 조사 담당자와 대표가 주고받는 사건 관련 대화를 실시간으로 공유받게 된 것이다. A 임원은 이후 메일로 여러 차례 자신의 입장을 해명했다. 민 대표도 조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B씨의 신고가 보복성 신고라고 거듭 주장했다. 반면 B씨는 3월 16일 양측의 실랑이가 마무리된 뒤 닷새가 지난 21일에야 조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날은 A씨의 퇴사일이었다.
전문가는 민 대표의 이 같은 행위가 위법했는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부분이 있지만, 대표로서는 논란의 여지 없이 적절치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노무법인 ‘지안’ 대표 장인기 노무사는 위법 여부와 관련해 3가지 쟁점이 있다고 했다. ①하이브가 조사를 진행한 상황에서조사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책임이 민 대표에게 있는지 여부 ②민 대표가 수신자 참조를 한 시점 ③민 대표의 행위가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등 3가지이다. 민 대표의 개입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과 이 점이 하이브의 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장 노무사는 다만 “민 대표가 A 임원에게만 메일을 공유함으로써 결과가 사실상 한쪽에만 통보되고 A 임원은 소명의 기회를 추가로 얻은 것으로, 이는 조사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B씨도 “대표자라면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 않나”라며 “하이브의 ‘경고’ 권고에도 공정하게 중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하이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 대표가 B 임원에게 메일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B 임원도 A씨와 마찬가지로 3월 21일에 결과를 알게 됐을 것”이라며 “민 대표가 조사 결과를 수정해달라고 항의하면서 하이브 HR은 이례적인 상황에 대해 내부 검토를 다시 한 뒤 ‘엄중 경고’ 권고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고 밝혔다. 장 노무사는 “민 대표의 항의로 내부 검토를 다시 했다면 이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의 RW 규정상 B씨와 접촉할 수 없어 A 임원의 입장만 청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 RW 규정에 따르면 신고자와 피신고자 모두 접촉이 불가하다”며 “그런데도 민 대표는 A 임원에게만 연락해 입장을 듣고, 어떻게 대응할지 조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노무사도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한쪽의 입장만 들으며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민 대표는 조사 결과를 통보받은 뒤 하이브 측에 ‘B씨-A 임원-광고주’의 삼자대면을 제안했다. B씨가 퇴사 당일 인사차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뒤에는그에게 직접 A 임원과 만나 화해할 것을 권유했다. 민 대표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B씨는 민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실제로 A 임원과 만나 대화했다.
B씨는 이에 대해 “비슷한 업계에서 계속 일해야 하는 만큼 민 대표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었고 원만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노무사도 “가해자와의 대면을 권유하는 것은 의도를 떠나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장 노무사는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민 대표는 B씨의 연락을 받은 뒤 뒤늦게나마 의견을 청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메시지 공개 자체는 ‘비밀 누설 금지 조항 위반’이라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또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위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계 사람이라면 조금만 수소문해도 B씨를 특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 노무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B씨가 사내 고충처리위원의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으면 이런 식의 개입이 원천 차단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30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하고, 고충처리위원을 둬야 한다. 이 경우 조사 주체는 사용자인 민 대표가 되며,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 근로복지공단 검색 시스템에 따르면 어도어는 30인 이상 사업장이다. 하이브 관계자도 “30인 이상이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사내에 고충처리위원이 있는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국민일보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어도어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결국 기업 간 갈등 속에서 근로자인 B씨만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노무사는 “B씨 입장에서는 절차가 불공정했다고 느낄 만한 여지가 분명히 있다”며 “관련 자료가 대중에 지속적으로 공개되는 것도 또 다른 차원의 피해”라고 비판했다.
B씨는 민 대표가 자신의 업무 능력을 공격하며 연봉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등 논점을 흐리는 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핵심은 민 대표의 부당한 개입”이라며 “내 사건이 부적절하게 처리됐다는 것을 이번 사태로 뒤늦게 알게 됐고, 민 대표가 자료를 공개하며 어쩔 수 없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 대표, 하이브, A 임원 등 모든 관련자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고, 고용노동부에도 진정을 넣을 것”이라며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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