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97%→53% 뚝, 배터리 공장 절반만 돌린다
국내 배터리 제조 3사의 올 상반기 공장 가동률이 급락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신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가동률은 공장 설비가 생산 능력 대비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매출과 연동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가동률이 크게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 상반기 평균 공장 가동률은 59.4%로 지난해 상반기(74.8%)보다 15.4%포인트(p) 감소했다. 연간으로 보면 2022년 73.6%, 지난해 69.3%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유럽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중국 배터리사들과 경쟁이 심화한 영향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상반기 유럽 지역 매출액은 3조402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7조3969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SK온 역시 올 상반기 평균 가동률이 53.0%로 지난해 상반기(97.6%) 대비 44.6%p 급락했다. 연간 가동률을 보면 2022년엔 86.8%, 지난해엔 87.7%였다. 삼성SDI의 올 상반기 가동률은 76%로, 지난해 상반기(75%) 대비 소폭 올랐다. 다만 이는 소형전지만 해당하는 수치로, 삼성SDI는 주로 전기차에 쓰이는 중대형 전지의 가동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다른 회사들과 바로 비교하긴 어렵다.
배터리 업체의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캐즘 탓에 배터리 주문을 줄인 상태다. 리튬 같은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가동률 하락의 원인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리튬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란 예측에,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재고를 확충하기보다는 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반기보고서를 보면 양극재 가격은 2022년 1㎏당 43.99달러에서 지난해 33.47달러로, 올 상반기엔 19.98달러로 더 떨어졌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생산량이 적으니 원재료비는 줄지만 부동산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든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19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했다. SK온은 올 2분기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업계는 올 연말까지는 큰 시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바닥을 지나는 중’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가동률은 올 1분기 57.4%였지만 2분기 가동률이 반영된 상반기 전체 가동률은 59.4%로 소폭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3분기부터는 주요 고객사들의 신차 출시 준비 등에 따라 가동률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SK온은 포드의 ‘트랜짓 커스텀’과 현대차그룹의 ‘EV 9’ ‘아이오닉 대형 SUV’ 등의 북미 생산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어 북미 지역에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수요 회복 전까지는 우선 생산 라인을 조정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전기차 생산 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으로 전환해 가동률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SK온은 “권역·공장별 상황에 맞는 효율적 라인 운영 계획을 수립해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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