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이 안아준 日 선수, '가미카제 찬양' 논란…中도 반발→"일본은 가해자" 댓글도 홍수
(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경기에서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한 하야타 히나(일본)가 자살 공격 비행 부대였던 '가미카제' 관련 기념관을 방문하고 싶다고 밝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랭킹 5위 하야타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단체전과 단식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유빈과 하야타의 경기는 한국과 일본 모두 화제였다. 두 선수는 양국을 대표하는 탁구 선수들이고 한일 대결이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두 선수는 모두 준결승에서 중국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신유빈은 세계랭킹 4위 천멍에 게임 스코어 0-4로 패했고 하야타는 세계랭킹 1위 쑨잉사에게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완패했다.
세계 8위 신유빈은 지난 3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하야타에 게임 스코어 2-4(11-9 11-13 10-12 7-11 12-10 7-11)로 역전패했다.
하야타는 경기 전만 해도 경기를 하는 것 자체도 불투명했다. 자신이 쓰는 왼손 팔목이 불편했다. 그는 경기 내내 왼쪽 팔목을 만졌으나 신유빈을 접전 끝에 이겼다.
신유빈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김경아에 이어 20년 만에 여자 탁구 단식 메달에 도전했으나 하야타에 패하며 4위로 단식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열린 단체전에서 독일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해 아쉬움을 달랬다.
경기가 끝나고 신유빈의 행동이 화제가 됐다. 신유빈은 패배가 확정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던 하야타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해 주며 그를 안아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본 매체와 팬들도 신유빈의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메달 2개를 획득한 하야타는 지난 13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귀국해 기자회견에서 다음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더 좋은 성적을 약속했다. 그는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4년 후 다시 도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논란의 발언은 이후 나왔다. '귀국 후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호빵맨 박물관에 가고 싶다. 또 가고시마의 특공 자료관을 방문해 살아있는 것, 탁구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가고시마현 내 특공 시설로는 미나미 규슈시에 있는 지란특공평화회관, 미나미 사쓰마시에 있는 만세특공평화기념관, 가갸야시에 있는 카야항공기지사료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야타가 말한 곳은 지란특공평화회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란특공평화회관은 2차 세계대전에서 자살 공격 비행부대 가미카제의 핵심 근거지였다는 게 일본 언론 설명이다.
일본은 전쟁에서 패배가 가까워지자 미군의 군함이나 항공모함을 향해 비행사가 비행기를 타고 직접 돌진하는 충격적인 자살 공격을 시도하며 전황 회복에 안간힘을 썼다. 일본에선 고려시대 고려와 몽골 연합군이 일본을 공격할 때 태풍으로 번번이 실패한 점을 들어 이를 가리키는 단어인 '가미카제'라고 불렸다.
실제 지란특공평화회관엔 가미카제 공격이 쓰였던 비행기가 전시돼 있고, 일장기와 전범기가 나란히 그려진 현수막도 있다.
이 발언으로 전 세계 탁구 팬들이 하야타의 SNS로 달려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팬들은 수고했다며 그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다른 나라 팬들은 그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일본 팬들은 "네 생각과 믿음을 지지한다.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지지 마라", "역사를 조작하는 나라의 무식한 사람들의 습성을 무시해라" 등의 하야타를 보호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다른 팬들은 "일본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일본은 진정한 역사 교육을 받지 않는 최악의 나라다", "일본은 침략국이다" 등의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팬들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지란특공평화회관 가와사키 히로이치로 관장은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 이번 인터뷰를 꼐기로 젊은 분들이 많이 방문해 특공의 역사를 알게 되고 생명 존중을 생각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지란특공평화회간이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반응은 차갑다. 중국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 영문판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이번 대회 여자 단식 은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쑨잉사와 남자 단식과 남자 단체전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른 판전둥은 중국의 대표적인 SNS인 웨이보에서 하야타를 '언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야타는 웨이보를 통해 중국 선수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고 판전둥의 금메달을 축하해주기도 했으나 한 번의 발언으로 중국 선수들과 얼굴을 붉히게 됐다.
하야타의 발언은 경기 직후 그를 포옹하며 동메달 획득을 축하한 신유빈의 마음씨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을 만하다.
신유빈의 3~4위전 직후 행동은 일본 탁구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기 때문이다. 신유빈은 패배가 확정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던 하야타에게 다가가 진심으로 승리를 축하해 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일본 탁구 매체들도 "인터넷 상에서 신유빈의 경기 후 행동에 대해 칭찬의 목소리가 쇄도했다"라며 "신유빈은 메달을 놓쳤음에도 미소로 히야타를 축하해줬고, 이제 20세인 한국 탁구 에이스의 행동은 일본 탁구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야타 히나 SNS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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