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실수, 산송장 기시다 완전히 아웃시켜"…엔저 이어질 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연임 도전을 포기하자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관심을 끈다. 최대 관심사인 ‘엔저’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4일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가 곧 차기 총리다. 기시다 총리가 물러난 배경은 경제보다 정치적 이유가 첫 손에 꼽힌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이 결정적이었다. 기시다 스스로 대규모 재정 지출과 완화적 금융 정책,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한 성장 전략을 축으로 하는 ‘기시다 노믹스’ 덕분에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 임금 인상, 기업 호실적, 증시 부양 등을 가져왔다며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경제 성과의 ‘재료’였던 엔화 약세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았다. 그가 취임한 2021년 10월 110엔 수준이었던 달러당 엔화값은 올해 7월 161엔까지 떨어졌다(환율 상승). 결국 일본은행(BOJ)이 개입해 지난 4월과 7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건 물론이고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0.25%)까지 인상했다. 최근 달러당 엔화값은 140엔대로 올랐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은 일본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결국 경제 성과마저 희석하며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수명까지 단축시켰다. 일본 증시 분석업체 어시메트릭 어드바이저의 아미르 안바르자데 애널리스트는 “오랫동안 산송장(dead man walking)이었던 그를 몰락시킨 건 엔화 약세”라며 “일본은행의 정책 실수가 그를 완전히 아웃시켰다”고 분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유력한 총재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 전 방위상이나 모테기 토시미츠 자민당 간사장이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지한다고 발언하기도 했지만, 엔화 약세를 뒤집으려다 최근 역풍을 맞은 만큼 자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총재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더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이 현 기준금리(0.25%)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시장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만큼 일본과 금리 차는 좁혀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엔저가 완화된다는 측면에서 일본과 수출 경합 관계에 있는 한국 자동차·철강·기계·화학 산업에는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국내로 유턴할 경우 최근 부진한 내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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