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이 사라지고 있다

박성우 2024. 8. 1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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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광복절 경축사 살펴보니... 올해 '통일' 강조했지만 지난 경축사에서는 언급 안 해

[박성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가졌다.

"자유민주 통일 국가야말로 완전한 광복의 실현" 통일 강조한 윤석열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우리에게 완전한 광복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 앞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역사적 과제가 있다. 바로 통일"이라면서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통일이 곧 완전한 광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통일을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며 ▲국민이 자유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더욱 확고히 가져야 할 것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간절히 원하도록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할 것 ▲국제사회와 연대해야 할 것 등을 언급하면서 "올해를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원년으로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이번 광복절 경축사의 핵심은 자유와 통일이었다. 자유 통일이 없는 한 완전한 광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윤 대통령과 현 정부가 지닌 광복에 대한 관점인 셈이다. 일제 식민지에서 독립해 국권을 되찾았다는 일반적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이번 경축사에서 독립이라는 단어는 총 세 번밖에 쓰이지 않은 반면, 통일이라는 단어는 37번이나 쓰였다. 그렇다면 '광복은 곧 통일'이라는 기조는 이번 정부에서 계속 강조해왔던 것일까. 윤석열 정부의 역대 광복절 경축사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18번 → 7번 → 3번... 광복절에서 사라져가는 '독립'
 먼저 '독립'. 2022년 광복절 경축사만 해도 독립은 총 18번 쓰였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사용횟수가 줄어들어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는 7번, 올해는 고작 세 번만 사용됐다.
ⓒ 박성우
실제로 이번 경축사에서 독립이라는 단어는 총 세 번밖에 쓰이지 않은 반면, 통일이라는 단어는 37번이나 쓰였다. 그렇다면 '광복은 곧 통일'이라는 기조는 이번 정부에서 계속 강조해왔던 것일까. 윤석열 정부의 역대 광복절 경축사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먼저 '독립'. 2022년 광복절 경축사만 해도 독립은 총 18번 쓰였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사용횟수가 줄어들어 2023년 광복절 경축사에는 7번, 올해는 고작 세 번만 사용됐다.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에 대한 설명도 줄고 있다. 2022년 경축사에서는 독립운동과 관련해 14문장을 할애했으나 2023년 경축사에서는 다섯 문장, 올해 경축사에서는 겨우 세 문장 분량에 불과했다.

이처럼 역대 경축사를 살펴보면 광복절은 사실상 다른 국가의 독립기념일에 해당하는 국경일임에도 독립이라는 단어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점차 그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다.

"통일이 곧 완전한 광복"이라더니... 올해 처음 사용된 '통일'
 통일은 사용횟수의 상승이 더욱 심하다. 왜냐면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이 언급되지 않은 반면 올해 경축사에서는 자그마치 37번이나 사용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통일이야말로 광복의 완성이라고 진심으로 바랐다면 왜 이전 경축사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
ⓒ 박성우
그렇다면 이번 경축사에서 '완전한 광복'이라며 그토록 강조한 '통일'은 어떨까. 먼저 통일의 대상인 '북한'부터 살펴보자. 2022년 경축사와 2023년 경축사에서는 북한은 각각 4번과 7번이 쓰였다. 올해는 33번으로 사용횟수가 대폭 상승했다.

통일은 사용횟수의 상승이 더욱 심하다. 왜냐면 이전에는 단 한 번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이 언급되지 않은 반면 올해 경축사에서는 자그마치 37번이나 사용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통일이야말로 광복의 완성이라고 진심으로 바랐다면 왜 이전 경축사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꾸준히 사용해 온 '자유'와 꾸준히 침묵해 온 '일본'
 반대로 꾸준히 언급이 없었던 단어도 있다. 바로 독립을 위한 투쟁의 대상이었던 일본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 박성우
한편 세 번의 광복절 경축사 내내 꾸준히 사용되어 온 단어가 있다. 바로 '자유'다. 자유는 2022년 경축사에서는 33번, 2023년 경축사에서는 27번 사용된 데 이어 올해는 51번이나 사용되었다. 단어의 사용횟수만 본다면 윤 정부가 광복을 바라보는 핵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자유다.

반대로 꾸준히 언급이 없었던 단어도 있다. 바로 독립을 위한 투쟁의 대상이었던 일본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일본'이라는 단어는 2022년 경축사와 2023년 경축사에서 각각 한 번과 네 번, 올해 경축사에서는 한 번만 쓰였다. '일제'는 2023년 경축사에는 쓰이지 않았고 2022년 경축사와 올해 경축사에서만 각각 네 번과 한 번, '한일'은 2022년 경축사와 2023 경축사에서 각각 한 번씩 쓰였다. 한편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일본과 관련한 단어(일본, 일제, 한일)는 총 56번 사용돼 평균적으로 경축사 당 11번 언급됐다.

특히 올해 경축사의 경우, 일본이라는 단어가 쓰인 맥락 또한 이전과 다르다. 2022년 경축사와 2023년 경축사에서는 일본이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한국과 함께 연대하는 이웃 국가라는 맥락에서 한일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강조하기 위해 쓰였다면 2024년 경축사에서는 과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1인당 국민소득, 수출 격차 등 경제적 비교의 대상으로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이와 같이 역대 윤 정부의 광복절 경축사를 살펴본 결과 과연 이 정부가 올해 경축사처럼 원래부터 광복이라는 관점에서 통일을 중요시해왔다고 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세 번의 경축사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독립과 관련된 내용의 축소와 자유의 강조, 그리고 일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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