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포' 최주환, 뒤늦게 눈 뜬 '거포본능'
[양형석 기자]
▲ 9회말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키움의 승리를 이끈 베테랑 최주환이었다. |
ⓒ 키움 히어로즈 영상 화면 캡처 |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7회까지 0-1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키움은 8회말 공격에서 동점을 만든 후 9회말 이날 경기에서 나온 첫 장타가 끝내기 홈런으로 연결되면서 선두 KIA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했다(49승61패).
키움은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5피안타2사사구6탈삼진1실점 호투로 선발 투수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고 9회에 올라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주승우가 시즌 3번째 승리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송성문이 멀티 히트를 포함해 3출루 경기를 만들며 맹활약했지만 이날 경기의 주역은 따로 있었다. 9회말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키움의 승리를 이끈 베테랑 최주환이었다.
심각한 '거포부재'에 시달린 키움 타선
히어로즈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3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포함해 9번이나 가을 야구에 진출했던 신흥 명문구단이다. 2010년대 중반에는 서건창(KIA)과 박병호(삼성 라이온즈),강정호로 이어지는 공포의 '넥벤저스' 타선을 구축해 상대 마운드를 벌벌 떨게 했고 2020년대에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안우진(사회복무요원)이라는 투타 최고의 선수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키움은 작년 58승3무83패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하위로 떨어졌다. 2022년 타격 5관왕을 포함해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이정후가 부상으로 8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에이스 안우진도 규정 이닝을 채우자마자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키움은 작년 7월 또 한 명의 핵심 선발 투수 최원태를 LG 트윈스로 트레이드 하면서 사실상 '가을야구 포기'를 선언했다.
키움은 작년 팀 타율 7위(.261), 팀 평균자책점 9위(4.42)로 투타에서 모두 부진했지만 역시 가장 큰 고민은 61개에 불과했던 팀 홈런이었다. 실제로 작년 키움 타선에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고 팀 내 최다 홈런은 지난 5월 NC 다이노스로 트레이드된 김휘집이 기록한 8개였다. 한 마디로 작년 키움 타선에는 시원한 홈런포를 통해 분위기를 바꿀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15홈런, 2022년 23홈런을 기록하며 매년 장타력이 향상되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키움 타선에서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더욱 줄어 들었다. 키움은 작년 시즌 중반에 합류해 .336의 고타율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과 총액 60만 달러에 재계약했지만 57경기에서 3홈런에 그쳤던 도슨은 거포 유형의 타자와는 거리가 있었다.
FA시장을 통해 거포를 영입할 만한 여유도 없었던 키움은 거포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지고 있었는데 작년 11월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그리고 작년 최하위 키움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4년 전 2차 드래프트에서 '전라운드 패스'를 했을 정도로 2차 드래프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키움은 2024년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최주환을 호명했다.
전반기 부진 씻고 후반기 반등 성공
작년까지 프로에서 18년을 보낸 최주환은 두산 베어스 시절 3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18년에는 타율 .333 26홈런108타점으로 두산의 중심 타자로 맹활약했다. FA를 앞둔 2020년에도 타율 .306 16홈런88타점을 기록한 최주환은 시즌이 끝난 후 4년 총액 42억 원의 조건에 SK 와이번스(현 SSG랜더스)와 계약했다. 3할과 20홈런이 가능한 거포형 2루수에게는 결코 아깝지 않은 투자로 보였다.
하지만 팀 명이 SSG로 바뀐 후 인천에서 최주환의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적 첫 해 116경기에서 18홈런67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준 최주환은 SS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22년 타율 .211 9홈런41타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작년 20홈런63타점으로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주환은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시점에 35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키움으로 이적했다.
최주환은 거포형 타자가 턱없이 부족했던 키움에서 시즌 초반 4번 타자로 중용됐다. 하지만 최주환은 전반기 71경기에서 타율 .223 6홈런42타점으로 부진했고 올해 가파르게 성장한 송성문에게 4번 자리를 내주고 5번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최주환은 후반기 들어 27경기에서 타율 .286 4홈런14타점을 기록하면서 늦게나마 기대했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타자 도슨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가운데 최주환은 14일 KIA와의 홈경기에서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두 타석에서 연속 볼넷을 골라낸 최주환은 5회와 7회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최주환은 9회 1사 후 KIA의 돌아온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후반기 반등에 성공했다지만 사실 최주환의 부활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떨어진 키움은 현재 5위 SSG에 6경기 차로 뒤져 있어 엄청난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한 가을 야구 진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FA계약 마지막 해에 늦게라도 중심 타선에서 제 역할을 해주며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채운 최주환은 '거포 부재'에 시달리는 키움 타선에 쏠쏠한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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