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테러리스트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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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원형은 1~2세기 로마제국에 대항해 싸운 이스라엘 열심당원들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해 문제 삼고 나선 이종찬 광복회장이 14일엔 그의 임명이 궁극적으로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만들려는 음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광복절 당일인 15일 전국 주요서점에서 출간되는 학술서적 '테러리스트 김구'를 지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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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원형은 1~2세기 로마제국에 대항해 싸운 이스라엘 열심당원들이다. 예수의 제자 시몬도 열심당원이었는데 이들은 단검을 소지한 채 로마 앞잡이나 유명인사 암살을 일삼았다. 테러리스트가 본격 조명을 받기 시작한 건 1970년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북아일랜드 독립운동, 바스크 독립운동 에서 발생한 각종 테러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아나키스트나 비정부단체들의 테러리즘은 절대권력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성이 인정되기도 했다. 초강대국 미국조차 제3세계 독재권력에 맞서는 반정부단체의 테러를 암암리 지원할 정도였다. 그러나 테러의 의미가 천인공노할 악마의 행동으로 강등된 건 무고한 민간인이 무차별 희생된 2001년 9·11테러였다. 이후 전개된 테러와의 전쟁으로 독립운동 등 정치적 저항권의 수단으로서의 테러리즘마저 용서 못 할 행위로 취급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일제치하 조선의 독립투사들도 현재의 우리가 자연스레 열사나 의사로 부르는 것 처럼 일본인들로부터 테러리스트로 불려도 억울해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이나 의열단장 김원봉은 자신들의 행동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고, 백범 김구 선생조차도 백범일지에 ‘암살과 파괴의 테러 운동을 계획’이라고 기술할 정도였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해 문제 삼고 나선 이종찬 광복회장이 14일엔 그의 임명이 궁극적으로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만들려는 음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광복절 당일인 15일 전국 주요서점에서 출간되는 학술서적 ‘테러리스트 김구’를 지칭한 것이다. 서점 온라인 게시판의 서평은 테러를 ‘강자에 대한 약자의 정의로운 폭력적 저항’으로 평가하면서 김구 선생의 행동이 당시 이런 의미의 진정한 테러리즘이었는지 파헤쳐보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 책의 출간으로 ‘김구를 오사마 빈 라덴으로 착각하는 테러리즘에 대한 역사학계의 알레르기’가 해소될지 아니면 논란만 확대 재생산될지 궁금하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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