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가자 오프라인으로

김상기 2024. 8. 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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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네티즌 사이에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몰이하는 외국인 유튜버가 있다.

'닉 케이(Nick K)'라는 인물인데 그의 한국 자전거 여행 영상이 연일 화제를 모았다.

닉의 영상에는 "너무 따뜻해, 이게 진짜 우리나라 아닌가"라거나 "이 동네 분들 정 때문에 눈물 난다" "맙소사, 한국인인 내가 미국인 영상을 보고 그 마을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등의 감탄사가 쏟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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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요즘 한국 네티즌 사이에 혜성처럼 등장해 인기몰이하는 외국인 유튜버가 있다. ‘닉 케이(Nick K)’라는 인물인데 그의 한국 자전거 여행 영상이 연일 화제를 모았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으로 주로 일본에 거주하며 영상을 만들어온 닉은 한국에 오기 전 일본 도쿄에서 시모노세키까지 1500㎞를 자전거로 종단했다. 그의 일본편 영상들은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고, 조회수는 많아야 1만건을 웃도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가 한국에 도착하면서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편 첫 영상은 국토 종주를 떠나기 전 부산을 둘러보며 갖가지 먹을거리와 길거리 풍경을 담아낸 것이었는데 무려 14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직전 일본편 영상들에 비하면 100배 이상 껑충 뛰었다. 하루아침에 ‘유튜브 알고리즘이 낳은 벼락스타’가 된 셈이다. 조회수뿐인가. 구독자 또한 폭증했는데 5년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16만여명 구독자를 모아온 닉의 채널엔 한국 여행편 이후 6만여명에 가까운 새로운 구독자가 모였다. 한 달여 만에 2년 치 구독자가 새로 생긴 것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닉의 한국편 영상이 이처럼 급부상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많은 한국 네티즌은 우리가 잊고 있던 한국의 정취가 잘 담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닉이 마주친 한국인들은 어디선가 불쑥불쑥 나타나 소리 없이 도움의 손길을 전해줬다. 무더위에 자전거를 타느라 지친 닉에게 잡기 편하게 깎은 수박을 건넨 아저씨가 포문을 열더니 충북 괴산 월악산 자락의 한 작은 마을에서 ‘한국인의 정’은 정점에 다다른다.

마을 식당을 찾은 닉이 옆 테이블 모녀가 먹던 콩국수를 신기한 듯 쳐다보자 식당 주인은 콩국수를 맛보라며 대접했고, 닉이 쉴 곳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모녀의 남편이자 아빠인 이장은 하룻밤 지내라며 마을회관을 선뜻 내주었다. 부산에서부터 한국 팥빙수의 끝내주는 맛을 알아버린 닉이 2인분 팥빙수에 난감해하자 마을의 작은 카페 여주인은 반값을 받고는 2인분 같은 팥빙수를 만들어 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날 저녁 동네 택시기사는 외국인 손님이 왔다며 빵과 우유와 초코파이를 잔뜩 사 들고 와 손짓과 발짓으로 편하게 가라고 했고, 이장의 딸은 세면도구와 수건 등을 놓고 가면서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손편지를 남겼다. 마을 사람들의 환대에 혼이 쏙 빠진 닉은 “여기 분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착하네요. 더 행복할 수 없습니다”라며 울컥해한다.

닉에겐 한국인의 환대와 유튜브 대박이 신기한 일이었겠지만 우리 네티즌들에게는 닉의 영상이 오히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등 SNS에 빠져 잊고 살았는데 오프라인의 진짜 세상은 저렇게 따뜻하고 소중한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닉의 영상에는 “너무 따뜻해, 이게 진짜 우리나라 아닌가”라거나 “이 동네 분들 정 때문에 눈물 난다” “맙소사, 한국인인 내가 미국인 영상을 보고 그 마을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등의 감탄사가 쏟아지는 중이다.

SNS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익명성에 묻혀 토론은 생산적인 의견 교환이 아닌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가짜뉴스와 선동으로 여론은 조작되기 일쑤다. 갖은 혐오와 극단주의, 유언비어가 판을 치고 비교와 과시를 조장해 우울감을 극대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오죽하면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호주, 영국, 대만 등이 청소년의 SNS 사용을 규제하겠다고 나섰을까. 닉의 영상이 더 널리 퍼져서 온라인의 소음 속에서 잊고 지냈던 오프라인 세상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다시금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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