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김 여사 문제’의 마지막 퍼즐, 도이치 사건

강찬호 2024. 8. 1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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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형법상 ‘공범’은 여러 가지다. 두 사람이 함께 물건을 훔쳤으면 ‘공동정범’, 딴 사람을 써서 훔쳤으면 ‘간접정범’이다. ‘교사범’과 ‘방조범’도 있다. 교사는 딴 사람을 회유나 압박해 죄를 저지르게 하는 것이다. 방조는 딴 사람이 죄를 짓는다는 걸 알면서도 놔둬 사실상 도와준 것이다.

‘방조’를 거론한 이유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때문이다. 김 여사의 또 다른 사법리스크인 ‘명품백 사건’은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로 종결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이 ‘방조’ 혐의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 ‘명품백’과 달리 짚어볼 문제 남아
전주 손씨, ‘방조’ 혐의 추가돼 관심
손씨 판결 후 김 여사도 결론 날 듯

그동안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도 김 여사는 불기소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 여사처럼 주가조작에 자기 명의 계좌가 활용된 ‘전주’의 한명인 손모씨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손씨는 이 사건 주범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대표와 함께 주가를 조작한 혐의(공동정범)로 기소됐는데 “시세를 변동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이에 검찰은 손씨 2심 공소장에는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손씨가 공동정범 혐의는 몰라도, 주가 조작 사실을 알면서도 돈을 대줘 권씨의 범죄를 방조한 혐의는 상당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처음엔 법원이 손씨의 방조 혐의를 직권으로 판단해주기를 청했지만, 법원은 “공소장에 없는 내용이니 방조 혐의를 추가해 공소하라”고 했다. 검찰은 내부 논의 끝에 그같이 공소장을 변경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용산은 손씨가 1심서 무죄를 받자 “손씨처럼 김 여사도 무죄이니 기소대상이 못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손씨가 2심에서 ‘방조’ 혐의가 추가되는 바람에 김 여사도 이 혐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만은 않게 됐다. 1심 법원도 “(주가조작)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최은순(김 여사 어머니), 김건희 명의 계좌 정도”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방조는 처벌 수위는 낮지만 엄연한 범죄다. 검찰이 명품백 사건은 곧 종결할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좀 더 뜸을 들이는 듯한 분위기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다음 달 선고가 내려질 손씨의 2심 결과다. 손씨가 2심에서 공동 정범은 물론 방조 혐의까지 무죄를 받는다면, 김 여사는 불기소될 공산이 크다. 반면 손씨가 공동 정범 혐의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공동 정범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되 방조 혐의는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김 여사 문제는 복잡해질 수 있다. 전주인 손씨가 ‘방조’로 유죄를 받았는데 역시 ‘전주’ 격의 위치에 있는 김 여사를 불기소한다면 논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심 법원은 주가 시세 조종에 김 여사 명의의 계좌 3개가 동원됐다고 봤지만, 검찰이 이에 대해 기소하지 않았기에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다. 2심 법원이 손씨의 방조 혐의에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김 여사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런 마당에 검찰이 2심 확정 전에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김 여사 수사를 종결하면 “영부인을 봐준다”는 야당의 공격을 자초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직 대통령 부인을 기소하는 것도 검찰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검찰은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손씨와 김 여사를 포함해 주가 조작과 연관된 계좌주 전원을 조사한 다음 ‘여기서부터는 범죄’라는 기준선을 설정해 그 안에 들어가는 ‘전주’들은 기소하고, 나머지는 불기소하는 것이다. “검찰이 전주 91명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검찰이 이 방안을 택한다면 범죄 여부를 가름할 기준선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법적으로, 또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질 만한 수준인지 아닌지에 따라 김 여사의 (불)기소 향배가 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7월2일 손씨의 2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9월 12일 손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 9명에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그 하루 뒤인 13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퇴임식을 한다. 검찰 총수 교체기에 김 여사 기소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선고가 내려지는 것이다. 김 여사 변호인은 “김 여사는 사건 관련자들과 (주가를 조작하려는) ‘의사 연락’을 한 적이 전무해 ‘방조’ 혐의 가능성도 전무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그도 검찰이 2심을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리려 하는 것에는 “절차상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손씨의 2심이 결정된 뒤에 김 여사 기소 여부를 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는 이유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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