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존의 문화산책] 파리 올림픽 : 매혹적인 간주
지난 일요일 아름다운 폐막식을 끝으로 파리 올림픽이 성대한 막을 내렸다. 약 2주간 프랑스는 올림픽 리듬에 맞춰 선수들과 함께 요동쳤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 이상으로 나라 전체가 유대감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평화로운 경쟁을 통한 결속력 강화가 올림픽 정신 아닌가.
한국인들은 ‘스포츠 외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1991년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우승한 일을 모두가 기억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남북한 대표단이 흰 바탕에 파란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사상 최초로 공동 입장했다. 2년 후 역사적인 라이벌인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월드컵을 개최했다. 가장 최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한과 북한 간에 대화를 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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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 유대감 느낀 올림픽 끝나
프랑스, 현실의 정치위기 마주해
극우 정당 약진, 의회 분열 심각
새 정부 구성 협상 지난할 것
」
올여름에는 프랑스 센 강변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표류물 위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존 레논의 명곡 ‘이매진’(Imagine)이 울려 퍼지고, 흑인 여가수가 백인 남성으로 이루어진 프랑스 국립헌병대 군악대의 반주에 맞춰 열창하고, 4년째 투병 중이던 퀘벡 출신 가수 셀린 디옹이 에펠탑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개막식 예술 감독 토마 졸리(Thomas Jolly)는 개막식 퍼포먼스에 대해 ‘우리에게 시급한 포용과 박애, 관용, 결속이라는 공화주의적 발상’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는 가족과 함께 개막식을 시청하면서, 그리고 친구들과 개막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집단 정서를 통한 교감과 결속력을 느꼈다. 경기가 시작되었고 관중들은 신나게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다(럭비 경기를 직관한 벨기에인 친구는 프랑스 관중의 응원이 좀 지나치게 열성적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그러나 개막식 이후 예술적 표현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다. 프랑스 사회 내의 깊은 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였다. 한편에서는 독창성과 혁신적 성격을 칭찬하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악취미와 도발 일색이었다고 비판했다. 교회들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퍼포먼스에 대해 ‘기독교에 대한 공격’이라며 항의했다(예술감독은 이런 해석을 부인했다). 미국 통신회사 씨 스파이어(C Spire)는 공식 X 계정에 ‘충격적’이라고 평하며 이번 올림픽에서 광고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퍼포먼스에 참여한 DJ 바바라 부치는 개막식 이후 그녀의 외모와 성적 지향성을 비난하는 악플을 비롯한 무수한 사이버 테러를 받았다.
올림픽 개최 열흘 후 프랑스의 한 지역 일간지 ‘라 샤랑트 리브르’(La Charente Libre)는 ‘프랑스, 언제부터 단결되었는가?’라는 헤드라인을 실었다. 8월 11일에 폐막식을 끝으로 이제 올림픽은 막을 내렸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선수들이 메달을 받고 관중은 환호했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전혀 평화롭지 않음을, 프랑스 사회가 깊은 분열을 겪고 있음을, 전례 없는 정치적 위기의 한복판에 놓여 있음을 잊을 수는 없다. 올림픽 기간 이런 문제들이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프랑스인들이 8월 12일 아침과 함께 맞은 현실은 위기였다.
가장 최근에 드러난 위기는 6월 유럽의회 선거로 시작되었다. 결과는 충격이었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이 대통령 정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프랑스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극우 정당의 정치적 세력이 강해졌다. 과거 좌파와 중도파 간에는 국민연합을 억제한다는 정치적 합의가 있었다. 이런 움직임이 상황을 ‘명확히’ 하는 데에 도움이 돼야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마크롱은 기대만큼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정치적 정체 상태에 빠져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의회는 좌파, 중도, 극우로 분열되어 어느 쪽도 내각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연합 정부의 역사가 없었던 프랑스로서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 후 총리를 지명하게 되어 있었다. 전통적으로는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정당에서 후보를 선정한다. 총리 후보로 제시된 인물이 몇 명 있었으나 이미 기각되었고, 대통령은 올림픽 폐막 이후로 총리 지명을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마크롱은 현 총리의 사임을 보류하면서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유임을 요청했다. 이제 올림픽이 끝났으니 때가 되었다. 까다롭고 지난한 과정이 될지라도 새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어야 한다. 힘겨운 일일 것이다.
나는 1998년 7월 프랑스 월드컵을 기억한다. 프랑스가 우승국이 되자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기뻐하고 ‘백인-흑인-황인’의 다인종으로 구성된 팀(‘파랑-하양-빨강’으로 된 프랑스 국기의 재구성)을 치하했다. 그러나 이런 평화로운 이미지는 3년 후 극우 정당이 대선 2차에 처음으로 진출하면서 산산조각 났다.
국제 스포츠 행사는 정치적 반향과 함께 상징적인 국면을 가져온다. 스포츠가 국제적 사안을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환상을 일으킬 때도 있다. 한동안은 정말 긍정적인 분위기도 조성한다. 하지만 언제나 상징으로 남을 뿐이다.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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