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검찰 개혁의 반면교사, 일본 검찰
지난 6월 25일 일본 검찰이 전직 고위간부를 체포했다. 범인은 우리나라의 검사장에 해당하는 검사정(檢事正) 출신의 기타가와 겐타로(北川健太郎). 혐의는 준강간. 검찰은 혐의를 숨겼지만, 언론의 취재로 진상이 드러났다. 그는 검사정이던 2018년 9월 부하 여직원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관사에서 술을 마시며 범행했다고 한다. 일본 검찰은 지난달 12일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일본 사회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정치권의 검찰개혁 요구나, 자체 개혁안을 내놓으며 자성하는 검찰의 모습은 없었다. 5년 넘게 사건을 묵히다 처리한 데 대한 비판 역시 찾기 어려웠다.
기시다 내각은 사흘 후인 28일 우네모토 나오미(畝本直美) 도쿄 고검 검사장(한국의 고검장)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에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우네모토 총장은 도쿄고검 검사장 재직 시절 자민당 비자금 의혹을 덮었다는 비난을 받는 검사다. “거악을 도와 출세했다” “사건 은폐에 대한 논공행상”이라는 비난이 뒤따랐지만, 우네모토가 가진 여성 총장이란 상징성에 묻혔다.
한 주간지에서 일본 검찰이 기타가와 사건을 표면화한 것은 우네모토 총장 취임 전에 불미스러운 사건을 정리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이벤트가 필요한 정치권과 치부를 덮으려는 검찰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란 얘기다.
일본 검찰의 명성은 빛바랜 지 오래다. 직접수사보다는 경찰 지휘에 무게를 둔다. 경찰에 인재와 정보가 몰리고, 주요 사건의 키도 경찰이 잡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 야당이 추진한 검찰 개혁과 비슷한 수사 구조다.
어쩌다 수사를 해도 ‘국책 수사’ ‘인물 파괴 공작’ 등의 수식어로 점철된다.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는 장기간 구속 수사를 당하다 악기 케이스에 몸을 숨겨 가까스로 일본을 탈출했다. 프랑스 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일본 정부의 국책 수사였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 검찰은 우리나라 검찰개혁 논의에 여러모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일을 많이 하지도, 또 공정하게 하지도 않는 토양에서는 기타가와 검사정 같은 범죄의 싹이 튼다. 검찰개혁은 ‘거악을 척결하되,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상식이 출발점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야당은 얼마 전까지 검사 탄핵을 남발하다가 이번엔 검찰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얼마나 진지한 해외 사례 연구나 건전한 상식에 기반한 개혁인지 걱정스럽다.
박현준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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