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我待賈者也(아대가자야)

2024. 8. 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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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이 세상 모든 물건은 다 제값을 지니고 있다. ‘무가지보(無價之寶)’가 있는가 하면 아예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악재(惡材)도 있다.

사람의 이름에도 값이 있다. 이름값이 높은 인재는 그 이름값을 알아보는 사람에 의해 높은 이름값으로 모셔져야 한다. 제갈량이 유비로 하여금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한 것은 이름값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이다. 진심으로 존경하는 비싼 값을 치러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待:기다릴 대, 賈:값 가. 나는 값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다. 2365㎝.

공자도 자신의 값을 제대로 쳐줄 군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옥을 궤에 넣어두시겠습니까? 좋은 값에 파시겠습니까?”하고 묻는 자공의 말에 대해 “팔아야지! 나는 제값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공자는 제값을 쳐주는 군왕을 만나지 못했다.

포부를 안고 최선을 다할 각오로 값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제 값에 모셔오는 게 현명한 지도자이다. 값을 안 줘도 좋으니 써주기만 해주시라고 달라붙는 모리배를 ‘제 사람’으로 여기는 자가 곧 ‘혼군(昏君)’이고 ‘암군(暗君)’이다. 다 ‘어두운 군주’라는 뜻이다. 각자가 이름값을 하고, 또 하게 하는 세상이 바른 세상이다. 제값을 기다리고 있는 인재를 발탁해야 나라가 산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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