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올리브유와 치매 사망 위험

2024. 8. 1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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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지중해식단을 따르지 않아도 올리브유를 많이 먹으면 더 건강할까? 그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4년 5월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일 올리브유를 섭취하는 것이 치매로 인한 사망 위험 감소와 관련되는 거로 나타났다.

매일 7g 이상 올리브유를 섭취하는 사람은 올리브유를 전혀 또는 거의 섭취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로 인한 사망 위험이 28% 낮았다. 참가자들의 식단의 질이나 지중해 식단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와 관계없이 올리브유를 더 많이 섭취한 사람들의 치매 사망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 과일, 채소, 통곡물, 견과류, 생선, 닭고기 위주로 먹지 않고 그저 아이스크림에 올리브유 1.5스푼을 끼얹어 먹는 것만으로도 치매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지중해식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올리브유. [중앙포토]

이번 연구는 9만2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에게 1990년부터 28년 동안 4년마다 다양한 식품을 얼마나 자주 섭취하는지 질문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1년 동안 샐러드드레싱 또는 음식이나 빵에, 가정에서 베이킹이나 튀김에 올리브유를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답하도록 했다. 참가자의 65%는 여성이며 간호사였고 남성 참가자는 치과의사, 약사, 수의사 같은 보건 전문가였다. 28년의 긴 연구 기간에 참가자 4751명이 치매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망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리브유 섭취와 치매로 인한 사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사이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하지만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보건전문가라는 특정 직종의 사람들만 관찰했기 때문에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 관찰연구이므로 정말 올리브유를 먹어서 치매 사망 위험이 낮아진 건지 인과관계를 알 수도 없다. 하루 마가린이나 마요네즈 5g을 동일한 양의 올리브유로 대체하면 치매로 인한 사망 위험이 8~14%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버터나 다른 식물성 기름을 올리브유로 대체했을 때는 그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올리브유 때문에 치매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지 확인하려면 무작위 대조 시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쪽에는 올리브유 캡슐 7개, 다른 한쪽에는 일반 식용유 캡슐 7개를 주고 양쪽의 치매 사망 위험을 여러 해 동안 비교해보는 데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올리브유에 단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있어서 치매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일 수 있다. 또는 올리브유를 더 많이 먹는 사람이 건강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성향이라 그런 차이가 난 것일 수도 있다. 확실한 답을 알려면 후속연구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둘 중에 고를 필요는 없다. 집에서 요리할 때 가능하다면 올리브유를 쓰고 건강에 좀 더 유의하는 건 동시에 가능하다. 건강관리는 알고 보면 쉬운 일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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