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연임 포기…총리직 물러난다
기시다 후미오(사진) 일본 총리가 14일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하순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내각제로 다수당 총재가 총리가 되는 구조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자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며 “자민당이 변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최초의 한 걸음이 나의 불출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재 선거를 통해 뽑힌 새로운 리더를 일개 병졸(兵卒)로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히로시마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 이후 지지율이 하락했다.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의 정치자금 문제가 결정타가 됐다. 자민당 주요 파벌 의원들이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파티권을 할당해 팔고, 목표치를 넘기는 경우 이를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이 불거졌다. 기시다 총리는 정치자금 문제로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자 오랜 역사를 지닌 자민당 내 파벌을 해체하기도 했다.
기시다 ‘정치자금 스캔들’에 결국 퇴장 선언
20여 분간 굳은 표정으로 회견에 임한 그는 임기 중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이 지난 30년간 겪어온 경기 침체(디플레이션)에서 최근 벗어나고 있는 점을 비롯해 방위비 인상, 히로시마 G7 회담과 함께 한·일 관계 개선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등을 언급했다.
9월 말로 다가온 총재 선거로 관심이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카키타 고지 주오대 교수는 14일 자민당 세대교체 가능성을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리로 복귀하면서 만들어진 자민당 내 정치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카키타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전 총리 복귀 이후 주요 플레이어가 바뀌지 않았다”며 “이번 총재 선거에서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등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라종일 전 주일 대사는 “한·일 관계 개선이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큰 틀에서 차기 총리가 누가 되더라도 한·일 관계나 한·미·일 3국 정상이 구축한 외교안보 협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도 한·일 관계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새 총리가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으면 일·한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년)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춘 새 공동선언 발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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