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공결 쓰려면 ‘소변 검사’ 받고 오라는 대학… “무관한 검사” vs “오남용 막기 위한 궁여지책”

이해림 기자 2024. 8. 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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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도권 한 대학에서 여학생의 생리공결 증빙 서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반드시 제출할 증빙 서류로 내건 것이 ‘소변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기재된 진료확인서 또는 진단서여서다. 서울예대 인근 병원과 학교 측은 ‘생리공결 오남용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설명하지만, 생리 입증 목적으로 소변 검사를 받으라는 건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게 전문가 입장이다. 또한 취재 결과, 학교 인근 병원에선 이미 수년 전 부터 생리공결 관련 서류를 받으러 온 학생에게 소변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예대 “소변 검사 진단서 내야 생리 공결 인정”
생리공결은 생리통이 극심해 수업에 참석하지 못한 경우 출석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 교육부에 ‘생리공결제’ 시행을 권고하면서 도입됐다.

지난 12일 서울예대 교무처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생리공결 인정을 위한 증빙서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2학기부터 서울예대에서는 생리통으로 진료·치료를 받았다는 진료확인서 또는 진단서로는 생리공결이 인정되지 않는다. 병원에서 소변 검사를 받은 후, 이 사실이 문구로 명시된 진단서 또는 진료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소변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나 진료확인서로는 출석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조치는 생리공결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게 학교의 설명이다. 서울예대는 생리공결 관련 F&Q(자주 묻는 질문)에서 “2022년도 1학기 총학생회 요청으로 생리공결 증빙서류를 진단서뿐만 아니라 진료확인서로도 확대했으나 이후 생리공결 사용이 급격히 증가해 2024년 1학기에는 전체 출석인정의 53.5%가 생리공결 출석인정”이었다며 “일부 학생은 생리통과 무관하게 (생리공결)을 결석을 인정받는 수단으로 활용함에 따라 부정 사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서울예대에서 게재한 생리공결 관련 F&Q(자주 묻는 질문)​ 중 일부/사진=서울예대
◇소변 검사, 생리 여부 정확히 확인하는 검사 아냐
소변 검사는 생리 여부를 진단하는 공식적 검사가 아니다. 소변 검사는 소변에 섞여나온 적혈구, 단백질, 당 등 다양한 성분을 통해 요로질환, 대사성 질환, 콩팥 질환 등을 확인하는 용도다. 소변에서 피 성분인 적혈구가 검출되는 것은 방광염이나 요도염 등 요로 감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생리 중인 여성이라고 소변에서 혈액이 반드시 확인되지는 않는다. 에비뉴여성의원 조병구 원장은 “소변 검사 결과로 생리 여부를 정확히 판별할 수는 없다”며 “검체가 오염되지 않게 제대로 채취했다면 생리 중인 여성이라도 소변에서 혈액이 검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생리를 하고 있지 않은데, 방광염 등의 사유로 소변에 혈액이 섞여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생리 중인 여성이 검체를 잘못 채취할 경우 소변에서 피가 확인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생식기 주변에 묻어있던 생리혈이 소변을 누는 과정에서 검체에 섞여들어 갈 수 있어서다. 조병구 원장은 “처음 나오는 소변은 버리고 그 이후에 나오는 ‘중간뇨’를 채취해야 요도 입구에 묻어있던 혈액이나 세균에 검체가 오염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환자 대부분이 그러하듯 처음 나오는 소변을 바로 채취해버리면 소변에 혈액이 섞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 ”지금껏 해왔지만 학생 불만 없었다” 
누리꾼들은 이번 일을 두고 “악용 사례가 많으니 저렇게까지 하는 것” “악용도 있겠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병가에 대해서는 증명하는 게 맞다” “오죽했으면 하다가도 굳이…“ 등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예대 인근 병원은 이번 일을 두고 난색을 보였다. 서울예대 교무처에서 소변 검사 사실이 기재된 진단서나 진료확인서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서울예대 인근의 A 병원에서는 4~5년 전부터 생리공결 증빙서류를 받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소변 검사를 시행해왔다. A 병원 관계자는 “생리통이 있다는 환자의 말을 믿어야 하겠지만, 말만 듣고 생리 여부를 판단해 진료확인서나 진단서를 발급하기엔 생리공결 오남용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에 궁여지책으로 다양한 검사 중 그나마 간단한 소변 검사를 해서 피가 검출되는지 확인한 후에 진단서나 진료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생리공결 서류 발급을 목적으로 방문한 학생들도 모두 거부반응 없이 검사를 받고 갔다는 게 병원 측 입장이다.

현재 생리공결은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일 뿐 의무는 아니다. 이에 수용 여부와 요구하는 증빙 서류도 대학마다 다르다. 현재 서울 지역 주요 11개 대학 중 생리공결을 인정하는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이다. 증빙서류 제출이 필요 없는 곳도 있고, ‘생리통’이 명시된 병원진단서를 제출하거나 담당 교수 확인을 받아야 인정되는 곳도 있다.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은 생리공결이 별도로 마련돼있지 않다. 유고 결석 출석 인정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면 교수나 강사 재량에 따라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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