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혁, 中 동팡저우 '폭망' 기억해야…손흥민 뼈 있는 조언, 이유 있다

김환 기자 2024. 8. 14. 22: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양민혁은 과거 중국의 동팡저우와 일본의 미야이치 료가 남긴 실패 사례를 기억하면서 손흥민의 조언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어린 나이에 프리미어리그(PL)에 입성했으나 처참하게 실패하고 떠난 둘의 사례는 겨울에 토트넘 홋스퍼 합류를 앞두고 있는 양민혁이 꼭 기억하고 축구종가로 넘어가야 할 선례다.

양민혁을 향한 손흥민의 뼈 있는 조언이 주목받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유튜브 채널 '맨 인 블레이저'와의 인터뷰에서 양민혁을 위한 경고 같은 조언을 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PL은 절대 방심하면 안 되는 무대라면서 양민혁이 PL에서 꾸준히 경쟁하려면 모든 것을 완벽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민혁을 위한 조언을 부탁받은 손흥민은 "힘들 거다. PL에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적, 문화적, 신체적으로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입을 뗐다.

이어 손흥민은 "가족과 떨어진 상태지만 모든 게 완벽해야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양민혁이 이 일로 겁을 먹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양민혁에게 현실적인 경고를 하고 싶다"며 자신의 뒤를 이어 PL에서 뛰게 될 후배를 위해 진지한 조언을 건넸다.

손흥민은 "이 경고가 양민혁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양민혁이 현재 K리그에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여기(PL)에는 기회를 위해 자리를 차지하려고 매일 같이 노력하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 그 선수들이 서로 포지션을 차지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양민혁이 '넥스트 손흥민', 혹은 '손(Son)의 아들(Son)'로 불리는 점에 대해서는 "난 아직 여기에 있다"며 미소를 지으면서도 "양민혁이 그 세대에서 최고가 되도록 도울 것이지만, 내 자리를 100% 줄 생각은 없다. 내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게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양민혁과 손흥민도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라는 점을 짚었다.

K리그가 끝난 뒤 겨울에 토트넘 합류를 앞두고 있는 양민혁 입장에서는 지레 겁을 먹을 만한 대선배의 경고다. 하지만 손흥민의 이런 강한 경고는 모두 양민혁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이다.

앞서 양민혁처럼 어린 나이에 PL에 입성했던 중국의 동팡저우와 일본의 미야이치의 사례를 보면 양민혁이 PL 무대를 밟기 전 얼마나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중국 내에서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동팡저우는 2004년 당시 PL 최고의 구단이었던 영국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부름을 받아 맨유에 입단했다. 맨유 유니폼을 입었을 때 동팡저우의 나이는 불과 19세였다. 지금의 양민혁보다 한 살 많은 나이다.

물론 맨유가 중국 시장을 노리기 위해 동팡저우를 영입했다는 의견이 짙었으나, 한편으로는 동팡저우에게서 성장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그를 영입한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동팡저우는 맨유 입단 직후 로열 앤트워프(벨기에)로 임대돼 2005-06시즌 벨기에 2부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좋은 활약을 보이다 2007년 1월이 되어서야 맨유로 돌아왔다.

그러나 벨기에 2부리그와 PL의 격차는 너무나도 컸다. 당대 최고의 클럽으로 꼽히던 맨유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건 20대 초반의 동팡저우에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2006-07시즌 첼시와의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하기도 했으나 최악의 활약을 펼쳤고, 이후에도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동팡저우의 커리어는 빠르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등번호도 다른 선수에게 내주고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다 결국 계약 해지로 맨유를 떠났다. 이후에는 중국리그의 다롄 스더에서 재기에 성공, 레기아 바르샤바(폴란드)와 포르티모넨스 SC(포르투갈) 등에서 활약하며 다시 유럽 생활을 하는 듯했으나 맨유 시절과 마찬가지로 두세 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2012년 중국리그로 돌아왔지만 동팡저우의 경기 감각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중국리그를 전전하던 동팡저우는 결국 2014시즌 허베이 종지에서 방출된 이후 2016년 은퇴했다.

또 하나의 좋지 않은 선례는 일본의 유망주였던 미야이치다. 주쿄고등학교 시절 일본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던 미야이치는 2011년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의 눈에 들어 아스널과 계약을 맺고 PL에 입성했다.

그러나 미야이치는 아스널 커리어 중 대부분의 기간을 페예노르트(네덜란드), 볼턴 원더러스, 위건 애슬레틱(이상 잉글랜드), FC 트벤테(네덜란드) 등에서 임대로 보냈다. 

미야이치가 임대를 전전한 데에는 부족한 실력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반복되는 부상이었다. 미야이치는 2012-13시즌과 2013-14시즌 연속으로 복사뼈 골절 부상을 당하더니, 2015-16시즌에는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며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미야이치의 유리몸 기질은 아스널을 떠난 이후에도 이어졌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FC 장크트파울리로 이적한 뒤에도 미야이치는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고, 2016-17시즌과 2017-18시즌에도 연이어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일본 최고의 유망주에서 어느덧 30대 베테랑 미드필더가 된 미야이치는 현재 일본 J리그의 요코하마 F. 마리너스에서 뛰는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울산HD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결승전에 선발 출전하기도 했다.

양민혁은 동팡저우와 미야이치의 선례를 기억하면서 손흥민의 조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동팡저우와 달리 소속팀에서 꾸준히 실력을 증명하고, 미야이치처럼 다치지 않아야 손흥민이 그랬던 것처럼 PL에서 오랜 기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

실제 손흥민은 토트넘 합류 초반을 넘긴 뒤 꾸준히 토트넘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리그 적응을 마친 손흥민의 경기력이 점점 좋아진 덕이었다. 또한 손흥민은 그동안 커리어에서 십자인대 파열처럼 큰 부상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몸 관리도 프로 선수에게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증명한 셈이다.

겨울에 토트넘에 합류하기 전까지 몸과 마음 모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양민혁이다.

양민혁은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친선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손흥민과 맞붙은 소감을 묻자 "확실히 잘한다는 걸 느꼈다"면서 "그 정도의 레벨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다. 골을 넣은 손흥민 선수가 제일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또 "토트넘은 확실히 달랐다.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계속,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자신이 토트넘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진=SNS, 토트넘 홋스퍼,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Copyright © 엑스포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