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發 이커머스 재편 촉각, 결국 수혜는 네이버·쿠팡 그리고…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8.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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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기업 수두룩…‘제2 티메프’ 나올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친다. 이커머스업계를 향한 이용자 불신이 커져 시장 재편 가능성도 대두된다. 특히 위메프와 티몬을 쓰던 고객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심사다. 일단 관련 업계는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동시에 이커머스 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일부 플랫폼의 연쇄 붕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남아 피해 금액 환불을 위해 직원을 기다리는 모습. (매경DB)
공백 생긴 8% 점유율 두고 경쟁

네이버·쿠팡·11번가 수혜 기대

티몬과 위메프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 큐텐그룹이 대금 정산 문제를 해결해도 시장 신뢰 회복에 상당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정산 지연 사태를 겪은 판매자가 티몬과 위메프에 재입점할 가능성은 낮다. 오픈마켓은 입점 판매자가 이용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오픈마켓 경쟁력은 다양한 판매자 확보를 통한 상품 구성에 있는데, 이를 잃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시선은 이탈 이용자를 누가 확보하느냐로 쏠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연간 합산 거래액은 최소 6조원 이상이다. 점유율로 환산하면 2022년 기준 티몬 5%, 위메프 3%다. 단순 합산 8% 점유율 차지를 위한 이커머스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단 수혜는 쿠팡과 네이버 등 상위 업체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커머스 시장은 상위 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본다”며 “상대적으로 막대한 자본력과 운영 효율성이 근거”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 131.5%, 부채비율 45.5%를 기록 중이다. 이커머스 외에도 광고와 검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을 내고 있어 안정적이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기업의 단기 지급 능력을 엿보는 지표로 통상 100% 이상이면 우량한 편이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올 1분기 코스피 상장사 부채비율(115.6%)의 절반 수준으로 안정적 재무 상태를 유지 중이다. 쿠팡도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추세다. 올 2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5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말 52억4300만달러 대비 늘었다.

증권가는 특히 네이버의 수혜를 예상한다. 티몬·위메프와 마찬가지로 오픈마켓 중심이라는 점이 근거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를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으며 “티몬과 위메프의 연간 7조원 수준 거래액(GMV)은 경쟁 오픈마켓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최대 오픈마켓은 네이버인데, 전체 오픈마켓 시장 40% 이상을 점유했다고 추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로 2조5000억원 이상 거래액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와 달리 쿠팡은 그간 직매입 중심 사업을 펼쳐왔다. 오픈마켓은 곁들이는 정도였다. 지난해 자사 오픈마켓용 풀필먼트 시스템 ‘로켓그로스’를 출시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직매입 비중이 높다.

상대적으로 빠른 정산 시점도 네이버 수혜를 예상하는 근거 중 하나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긴 판매대금 정산 주기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빠른 정산과 일반 정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빠른 정산은 결제 후 3일이 지나면 판매대금을 정산해준다. 월 거래 건수 3개월 연속 20건 이상, 반품 비중 20% 미만이면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스마트스토어 월 거래액의 46%를 빠른 정산으로 지급 중이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로 지급된 정산대금이 2020년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40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정산도 이용자의 구매 확정 후 1영업일 내 대금을 지급한다. 쿠팡 역시 빠른 정산과 일반 정산을 함께 운영한다. 다만 일반 정산 시 대금을 모두 받으려면 40일 이상 소요된다. 쿠팡 판매자는 주정산과 월정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 세팅은 주정산이다. 주정산은 판매된 주 일요일에서 영업일 15일(휴일 제외)이 지난 후 70%가 지급된다. 나머지 30% 최종액 정산은 두 달 후 첫 영업일에 지급된다. 휴일 여부에 따라 정산 완료까지 50일 가까이 필요한 경우도 생긴다. 월정산은 상품이 판매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영업일 15일 후 정산된다.

같은 맥락에서 11번가 반사이익을 예상하는 관계자도 있다. 11번가는 일반 정산과 빠른 정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일반 정산도 고객이 구매를 확정한 후 2영업일 내 정산을 완료한다. 구매 확정을 하지 않더라도 배송 완료일로부터 일주일 뒤 자동 구매 확정이 돼 2영업일 뒤 정산한다. 아무리 늦어도 10일 내 정산이 완료되는 셈이다. 실제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도 유의미하게 늘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번가의 8월 1일부터 3일까지 DAU는 139만660명 → 145만1760명 → 163만9461명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연쇄 여파 우려

결손금 쌓인 플랫폼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을 대상으로 입점사 대금 정산 현황 긴급 점검에 나섰다. 눈길을 끄는 건 점검 대상에 패션 등 이커머스 기반 버티컬 플랫폼도 포함된 점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들여다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상당수 버티컬 플랫폼 재무 상태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에 허덕이는 곳도 있다. 대다수 플랫폼이 적자 누적에 시달려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티몬·위메프 사태가 이커머스 시장 ‘옥석 가리기’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패션 플랫폼 중에서는 에이블리(법인명 에이블리코퍼레이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에이블리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9년 이후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완전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를 의미한다. 에이블리는 2019년 이후 매년 상황이 악화 중이다. 2019년 -57억원이던 자본총계는 2023년 -542억원으로 확대됐다. 누적된 당기순손실로 쌓인 결손금 규모도 상당하다. 에이블리의 미처리 결손금은 지난해 말 기준 204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2594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에이블리는 “플랫폼 출시 이후 정산 오류나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적 없다”고 강조한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최근 판매자 대상 공지를 올리고 “정산을 목적으로 개설된 ‘정산 전용 계좌’로 정산금을 별도 관리한다”며 “2023년 3월 손익분기점 달성을 시작으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안정적 유동자금을 보유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 패션 앱 브랜디, 남성 패션 앱 하이버를 각각 운영 중인 뉴넥스도 상황이 좋지 않다. 계속된 적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24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영업손실 459억원) 대비 적자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영업 외 비용 등을 반영한 당기순손실은 471억원에 달한다. 적자폭이 커지다 보니 결손금 규모도 1921억원까지 불어났다. 자본총계는 2022년 527억원에서 지난해 5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현재 추세를 이어갈 경우 완전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명품 플랫폼 시장도 살얼음판이다. ‘머트발’로 불리는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 3개 업체는 지난해 말 기준 각각 236억원, 654억원, 785억원의 결손금을 기록했다. 트렌비와 발란은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매출 감소율이 각각 54.5%, 56%에 달한다.

최근 시장에서 불거진 우려를 두고 최형준 발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 이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매출 증가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버티컬 플랫폼 중에도 안정적 사업을 이어가는 곳도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만 4201억원에 달한다. 현금비율과 유동비율은 각각 61.2%, 131.5%다. 현금비율은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1년 내 단기 부채(유동부채)를 어느 정도 상환 가능한지 따져보는 지표다. 통상 현금비율 50%, 유동비율 100%가 넘으면 재무건전성이 우량하다고 평가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파트너 브랜드와 동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최고의 패션 기업으로 탄탄하게 성장해가고 있다”며 “입점 브랜드 정산 주기는 평균 25일이고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2호 (2024.08.14~2024.08.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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