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직무정지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 청문회서 “고문 받는 듯 ... 국회 동물농장”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방송 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이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발언 중에 야당의 공세를 고문 등에 비유하면서 고성도 오갔다.
이 위원장은 야당이 이사 선임 의결을 비판하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경우 이달 12일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사 선임은) 부여받은 임무 중 하나였고, 법과 원칙에 따라 선임했다”고 말했다. 위원장 취임 당일이던 지난달 31일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과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 정원 9명 중 6명을 의결한 배경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 7월 30일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 공영 방송 이사 선임을 할 경우 즉시 탄핵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2시간 만에 끝낸 점, 두 위원이 이견 조정 없이 투표만 반복해 이사를 선임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이 위원장은 “직무가 중단된 상태이다. 헌법재판소가 심판 중이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해 말씀드리는 건 마땅하지 않다”며 답하지 않았다.
야당이 답변을 거부하는 이 위원장을 향해 “여기 왜 왔느냐”며 비판하자 이 위원장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구절을 인용해 “여기서 느끼는 게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은 더 평등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고 맞받았다. 이 위원장은 또 “지난 청문회를 봤는데, 사무처장을 포함해 (방통위) 과장들까지 불려 나와서 본인이 답변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답변하라고 한다”며 “비유하면 고문받듯 하는 것”이라고 말해 야당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국회를 동물농장에 비유하거나, 신성한 국회 상임위장을 고문실에 비유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야 의원 질의와 증인 답변 과정에서 고문이란 말이 계속 언급되자, 최 위원장은 “나도 21살 때 끌려가 나체로 고문을 받은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다. 고문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 위원장과 함께 청문회에 출석한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부위원장)도 야당 공세에 물러서지 않았다. 김 직무대행은 야당의 방송 장악 주장에 오히려 “노영방송 수호를 위한 국정장악이란 표현이 더 맞다”고 맞받아쳤다. 야당 의원이 방문진 이사 선임 당시 속기록 제출을 요구하자 “비공개회의 내용이고, 인사에 대한 부분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했다며 김 직무대행을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야당은 이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과정이 위법하다며 1∼3차 청문회 실시 계획을 단독 채택했다. 9일 1차 청문회에서는 이 위원장이 직무정지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참했고, 김 직무대행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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