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배척한 폭도"…日 헌병이 가져간 의병 문서 돌아왔다
일본 땅을 떠돌던 구한말 의병들의 문서와 편지가 100여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1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최근 국내로 들여온 '한말 의병 관련 문서'와 '한일관계사료집'을 공개했다.
한말 의병 관련 문서는 총 13건으로 1851년부터 1909년까지 작성됐다. 13도 창의군에서 활동한 허위·이강년(1858∼1908) 등이 남긴 글과 위정척사론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항일 의병 운동을 이끈 최익현(1833∼1906)의 편지 등이 포함됐다.
의병들이 남긴 기록은 두 개의 두루마리에 담겼다. 재단은 일제 헌병 경찰이었던 아쿠타가와 나가하루(芥川長治)가 문서를 수집한 뒤 1939년 두루마리 형태로 묶었다고 보고 있다. 아쿠타가와는 각 두루마리에 ‘한말 일본을 배척한 우두머리의 편지’, ‘한말 일본을 배척한 폭도 장수의 격문(檄文)’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아쿠타가와가 의병장 유인석(1842~1915)이 시문집을 만드는 현장을 급습한 뒤 '다수의 불온 문서를 압수했다'고 기록한 부분도 있다. 재단은 "(아쿠타가와가) 헌병경찰로 활동하면서 수집한 자료가 의미 있다고 판단해 개인적으로 간직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유물은 일본의 한 고미술 거래상에게 넘어갔고, 국가유산청이 올해 7월 복권기금으로 사들여 최근 한국으로 들여왔다.
이날 의병 관련 문서와 함께 공개된 '한일관계사료집'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편찬한 역사서다. 임정이 국제연맹에 독립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역사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재미교포 소장자가 재단에 기증했다. 재단은 “편찬 당시 총 100질이 제작됐으나 현재 완질로 전해지는 것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독립기념관 소장본과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도서관 소장본 뿐”이라고 밝혔다. 각 권 첫머리에 3·1운동 민족대표 김병조(1877~1948)의 인장이 찍혀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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