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키부츠' 터줏대감 김호영 "고정관념 깨고 싶어…일부러 '무매력' 찰리 택했죠"

홍지유 2024. 8.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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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호영(41)은 이제 막 40대에 접어들었지만, 데뷔 22년 차의 중견 배우다. 뮤지컬 '킹키부츠' 출연은 이번이 네 번째. 2016년 재연, 2018년 삼연, 2022년 오연에 이어 다음 달 7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여섯번째 시즌에서도 주인공 찰리 역을 맡았다.

'킹키부츠'는 2013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음악상·안무상·남우주연상·편곡상·음향디자인상 6관왕에 오른 작품. 한국에서 2014년 초연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이번 시즌에선 김호영을 비롯해 이석훈·김성규·신재범이 폐업 위기를 맞은 구두 공장 사장 찰리 역을 맡고, 찰리를 변화시키는 드래그퀸 롤라는 박은태·최재림·강홍석·서경수가 연기한다.

김호영의 찰리는 감정 표현이 섬세하고 다른 배우들과의 합이 좋다는 평가다. 그는 탁월한 입담과 특유의 에너제틱한 모습으로 방송계에서도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행어 "끌어올려~"의 주인공, 김호영을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약속 시각보다 20분 먼저 카페에 와 있었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밝게 인사하며 자신의 유행어처럼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김호영을 만났다. 김호영은 "이번 시즌에는 편안하고 담백한 찰리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Q : 10년 동안 총 네 번의 시즌에 참여했다. 소감은.
A : 이제 큰 그림을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예전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면서 연기했다. 그래야 스스로 '열심히 했다', '열연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이제는 좀 덜어내려고 한다. 완전히 찰리가 되려면 그 방법이 맞는 것 같다.

Q : 10년 간 변화가 많았을 텐데.
A : 2016년 찰리를 처음 만났을 때 서른셋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일단 성대 상태가 다르다. (웃음) 나이를 먹으면서 예전엔 순조롭게 넘겼던 부분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미국 작품이다 보니 팝 음악 느낌이 나는 넘버가 많은데,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하나같이 팝 느낌을 잘 살린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Q : 그래서 어떻게 했나.
A : 내가 잘하는 걸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팝 느낌을 잘 살리는 배우를 원했다면 날 캐스팅 안 했겠지. (웃음) 대신 연기 연습을 더 많이 한다. 힘을 준다기보다 빼는 연습이다. 편안한 찰리,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찰리를 보여드리고 싶다.

Q : 연습할 때 어떤 스타일인가.
A : 연출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다 그렇지만, '킹키부츠'는 동선 하나하나, 서 있는 위치까지도 세세하게 정해져 있는 작품이다. 제작진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답답한 일이 생긴다. '왜 이 장면에서 이렇게까지 오버해야 하지?' 이런 질문이 생길 때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때그때 답을 찾으려고 한다.

킹키부츠 10주년 기념 포스터. '찰리'역의 김호영이 선물 상자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 CJ ENM

Q : 이미지만 보면 롤라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A : 처음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롤라가 아니라 찰리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았다. 김호영이라는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으니까. 그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찰리'를 내 커리어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무채색의 캐릭터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Q : 찰리는 어떤 인물인가.
A : 처음에는 '무매력'으로 느껴지는 친구다. 꿈도 없고 평범하다. 드래그퀸 롤라를 만나면서 찰리가 서서히 변한다. 물려받은 구두 공장을 일으켜야겠다는 목표도 생긴다. '킹키부츠'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빨간 부츠, 그리고 빨간 부츠를 신은 롤라다. 그렇지만 찰리가 아니면 롤라는 무대에 등장할 수도 없다. '킹키부츠'는 결국 찰리의 성장기다. 찰리가 '무매력'에서 '유매력'으로 변하는 과정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Q : 롤라와의 합은 어떤가.
A : 4주 전 연습을 시작했는데, 후배들이 정말 잘한다. 요즘 대세인 최재림은 10년 넘게 봐 왔다. 장르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열일'하지 않았나. 엄청나게 성장했더라. 강홍석은 한국 초연인 2014년부터 묵묵히 자리를 지킨 성실한 배우다. 이제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가 됐다. 서경수는 재능이 많고, 피지컬이 좋다. 얘들을 보면 엄마까진 아니고, 이모의 마음이 돼서 흐뭇해진다. 은태(박은태) 형은 연습 벌레다.

Q : 최근 모습은 뮤지컬 배우보다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것 같다.
A : 올라운더가 되고 싶다. 영화·드라마도 하고 싶고, 내 이름을 건 브랜드도 만들고 싶다. 그래도 내 뿌리가 뮤지컬임에는 변함이 없다. 매체 활동을 늘린 시기에도 매해 뮤지컬 한 편 이상은 했다. 홈쇼핑에서도 '방송인' 김호영 말고, '뮤지컬 배우' 김호영으로 소개해달라고 부탁한다.

Q : 앞으로의 목표는.
A : 언젠가 내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내 애칭인 '호이', '호이스럽다'가 어떤 보편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면 좋겠다.

킹키부츠 10주년 기념 포스터. CJ ENM

Q : '호이스럽다'는 어떤 의미일까.
A : 2022년 MBC 예능 '라디오스타' 출연 후에 유행어 "끌어올려~"가 생겼다. 그 후로 긍정적이고 에너제틱한 이미지로 봐주시는 것 같다. 그 전까지는 '투머치(너무 과하다)' 라는 반응도 있었고. (웃음) 에너지 레벨이 높은 건 맞다. 드라마나 영화도 해 보고 싶고, 라디오 DJ도 하고 싶다. 1년 후 뭐가 되겠다 하는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면 기회가 오겠지' 생각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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