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은 기회의 땅" 지방서 음악으로 뿌리내린 부부

최미향 2024. 8. 1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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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없는 충남 서산에 정착한 첼리스트 박연희씨와 성악가 박태수씨 사연

[최미향 기자]

 왼쪽부터 성악가 남편 박태수, 첼리스트 박연희 부부 .
ⓒ 박연희 제공
충남 서산에서 현재 2살, 1살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자 첼리스트 박연희씨. 그녀는 현재 오케스트라 단무장이자 사업가이기도 하다. 모든 자리에서 잘 해내고 싶은, 욕심있는 그녀. 낯선 공간인 서산에 정착하면서, 짧은 기간 스펙타클하게 기획하고 연주하면서도 1인 다역을 무리없이 해낸 것은 열정이 만들어낸 산유물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족들은 애초 이사를 반대했었다. 남편인 성악가 박태수씨는 "서울쪽에도 일이 많은데 왜 충남까지 내려가야 되냐?"고 극구 반대했고, 부모님 또한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겠냐. 차라리 서울에 있으면 인스퍼레이션(예술적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영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냐"라며 마지막까지 반대했단다.

그렇지만 연희씨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의 집값은 날이 갈수록 천정부지로 올라가 버거웠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조금 천천히, 느리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기도 했다.

마침 전세 기간이 끝나가면서 서울과 가까운 곳에 음악인들을 환영하는 도시가 눈에 띄었다. 그곳이 충남 서산이었다. 그렇게 서산행을 고집한 그녀는 계획대로 아이를 키우면서, 단 몇 개월 만에 음악인으로서, 기획인으로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지난 6일 저녁, 서산시 성연면에는 '버로니의 음악여행'을 기획하면서 서울대학교 출신 성악가인 남편 박태수씨가 소속된 '누벨마리에 뮤직' 예술단체의 공연이 기획됐다. 이날 서산시민들은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연공연에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제는 남편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돌봐주시러 서산에 내려오시는 부모님도 딸 내외와 손주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곤 많이 달라지셨다고 한다.

아래는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도 수도권 못지않게 다양한 음악과 기획력으로 시민들의 질적 삶을 높여주는 첼리스트 박연희씨와 그녀의 남편 성악가 박태수씨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진행됐다.
 첼리스트 박연희 .
ⓒ 박연희
- 서산으로 내겨오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박연희: "3년 정도 됐을 겁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서산챔버오케스트라' 객원모집 게시글이 시발점이었어요. 그걸 보고 연락을 하게 됐고, 서산에서 객원연주를 하게 됐죠.

그리고 1년 정도 후였나, 다시 단원모집 게시글을 보고 또 같이 일하게 됐어요. 마침 수석자리가 비어있어 첼로 수석이 됐구요. 앙상블도 새로 만들고 있던 와중이었어요. '플레르 앙상블' 첼로주자가 되어 계속적으로 서산에서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첫째 아기 출산 후 연년생으로 둘째 아기가 태어났어요. 네 식구가 되면서 서울과 서산을 왕복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죠. 설상가상으로 전세 기간도 끝나갈 무렵이었구요. 살 수 있는 거처를 찾아보던 중 서산시 성연면에 마땅한 집을 찾게되어 정착하게 됐습니다."

- 모든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산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박연희: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인을 보고 많은 기쁨을 얻으시는 시민들의 모습을 눈으로 보게 되면서였죠. '조금만 열심히 움직이면 문화 예술의 영역이 넓혀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구요.

그러다 보니 가족들의 한결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5개월 전에 서산시 성연면에 보금자리를 잡았어요. 제 의견에 뜻을 같이 해준 남편에게 너무 고마워요. 저는 현재 이곳에서 예술과 접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답니다. 서산은 저에게 기회의 땅같아요. 너무 거창한가요(웃음). 그렇지만 사실인 걸요. 너무 좋아요."

- 무연고라고 했는데 음악가로서 어려움은 없는지.

박연희: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내려온 지는 이제 겨우 5개월 밖에 되지 않았어요.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사람들을 만나러 '어디 갈까' 네이버를 검색했죠. 주로 카페였어요.

커피와 차를 앞에 두고, 용기내어 견적서를 내밀기도 했어요. 우리는 서울에서 이사 온 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이런 콘서트를 하고, 우리가 이런 연출을 해드린다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러면 대략 20% 사람들은 관심을 보이며 연락처를 받죠. 하지만 가격 때문에 조금 망설이시는 분들도 있어요.

저희 연주를 한 번도 들어보지 않으신 분들이 많아서 설득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하지만 막상 연주회가 열리면 대부분은 아주 흡족해하지요."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남편 박태수 성악가 .
ⓒ 박태수
- 지난 6개월 동안 살아보며 느낀 서산은 어떤 도시인가?

박태수: "연고도 없는 사람이 외부에서 와서 음악 사업을 한다는 게 사실은 어렵죠. 그건 너무 당연한 결과예요. 왜냐하면 음악이라는 건 결국에는 볼 관객이 있어야 하거든요. 보통은 연고가 있는 곳으로 가서 사업하는 게 정상이니까요. 연고가 없으면 도대체 누가, 어떻게 알고 연주를 보러 올 건지 그게 연주자 분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거든요.

그런데 서산은 참 희한한 도시예요. 제가 본 견지에서는 내부적인 부패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예민해요. 행정적 절차도요. 굉장히 청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부에서 유입된 예술가들을 편견없이 대해주는 도시가 그리 흔하지 않다고 알고 있거든요.

제겐 굉장히 기분 좋은 도시, 만족스런 도시예요. 지난 8월 6일, 피크닉 콘서트 in 클래식 '버로니의 음악여행'이 제가 사는 서산시 성연면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어요. 우리가 기획한 사업이었죠."

- 힘든 점이 있다면.

박연희: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저 혼자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일 앞에서 빠르게 진행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요.

그럼에도 서산으로 내려온 것에 대해서는 후회 안해요. 새로운 기대와 함께 한 개씩 이루어나갈 때의 감사함이 점점 더 많이 생기거든요. 짧은 기간이지만 서산은 저에게 기회의 도시기도 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박연희: "예전에 서산중앙호수공원에서 열린 '플레르 앙상블'의 연주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그 당시 공연을 봐주시는 많은 분들이 감동어린 눈빛과, 진심으로 경청해주시는 모습이 다른 여느 곳에서의 연주와는 사뭇 달랐어요.

또 기억나는 공연은, 얼마전 이곳 서령고등학교에서 열린 '찾아가는 음악회'예요. 30분 정도의 짧은 음악회에서 학생 및 교직원들의 호응이 폭발적이었죠. 얼마나 대단했는지 공연장 안에 열기가 가득찼었던 공연이었어요.

그때 '나의 첼로 연주가 결코 작은 일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힐링의 시간이 되는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크게 느꼈어요. 음악으로 기운을 얻는다는 생각 아시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박연희: "서산이라는 지역, 그리고 충남이라는 지역에서 양질의 예술 작품들을 보여드리는 요즘이 너무 보람있어요. 앞으로도 저는 이곳에서 겸손한 자세로 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음악인생을 살다가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귀한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참 빠뜨릴 뻔 했어요. 일 있을 때마다 친정부모님이 서울에서 내려오셔서 우리 연년생 아이들을 돌봐주셔요. 첼리스트였던 아버지와 학습지 지부장까지 하신 어머니가 저희 아이들을 돌봐주시기에 저는 맘 놓고 또 일을 할 수 있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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