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보토의 선구안과 김광현의 '어색한 성적표'

배중현 2024. 8.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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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BO리그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8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3루 홍창기에게 적시타를 맞은 김광현이 교체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2024.05.28/


조이 보토(41·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손꼽히는 '출루 괴물'이다. 지난 시즌까지 MLB에서 17년 동안 활약한 그는 내셔널리그(NL) 출루왕 타이틀을 무려 7번 차지했다.

높은 출루율의 기반은 볼넷이다. 보토의 통산 볼넷은 1365개로 현역 선수 중 1위. 한 번도 어렵다는 '100볼넷 시즌'을 6번 해냈다. 선구안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심판 판정에서도 유리한 면이 없지 않았다. 

2013년 신시내티 리즈에서 보토와 한솥밥을 먹은 추신수(현 SSG 랜더스)는 한 방송에서 "(심판 입장에서) 보토가 안 치면 볼이지"라는 얘길 하기도 했다. 보토 타석에선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애매하게 걸치면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이 선언된다는 의미였다. 그의 선구안이 특출나기 때문에 생기는 에피소드다. 주관적 판단이 개입하는 심판 판정에 선수의 존재감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신시내티 시절 한솥밥을 먹은 조이 보토(왼쪽)와 추신수. 게티이미지


올 시즌 KBO리그에선 '토종 에이스' 김광현(36·SSG)의 부진이 눈에 띈다. 김광현은 13일 기준으로 평균자책점이 5.38(23경기)로 높다.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투수 중 최하위. 2007년 데뷔한 김광현이 5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는 건 이번이 처음(통산 평균자책점 3.32)이다.

구속이 떨어진 걸까.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광현의 직구 평균 구속은 전년 대비 0.2㎞/h 빨라진 143.7㎞/h이다. 9이닝당 탈삼진도 6.36개에서 8.72개로 늘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볼카운트 싸움. 9이닝당 볼넷이 3.74개에서 3.79개로 소폭 상승했는데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리는 상황이 더 잦아졌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김광현의 부진 배경으로 언급되는 게 바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다.

올 시즌 처음 도입된 ABS 체제에선 심판의 주관적 판정이 아닌 기계에 설정된 가상의 존을 통과한 공에만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 포수 뒤에 있는 심판은 인이어로 판정 결과를 들은 뒤 콜만 한다. 명백한 오류라고 판단하지 않는 이상 심판은 ABS 판정에 관여할 수 없다. A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심판이) 스트라이크로 잡아준 걸 기계가 걸러내고 있다. 이게 김광현을 비롯한 몇몇 투수에게 영향을 주는 거 같다"고 말했다.

2024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LG트윈스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가 21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3루 박동원의 내야 안타로 추가 실점한 김광현이 아쉬워하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2024.04.21/


김광현 정도의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투구로 배트를 유인할 수 있다. 과거엔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반 개 정도 빠지더라도 김광현이라는 이름값으로 심판 판정을 유리하게 끌어내는 게 가능했다. 이른바 '보토 효과'였다. 하지만 ABS 체제에선 냉정하다. 류현진(한화 이글스·평균자책점 4.10) 고영표(KT 위즈·평균자책점 5.58) 등 리그 에이스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는 것도 ABS 영향력과 연결 짓는 시선이 꽤 많다. 일종의 '베테랑 어드벤티지'가 없는 셈이다. 

리그 평균자책점 상위 9명 중 국내 선수는 2명. 이 중 30대 베테랑은 양현종(KIA 타이거즈)뿐이다. 양현종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ABS 체제에선 커브가 유리하다고 판단, 일찌감치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줬다.

SSG는 현재 치열하게 5강 경쟁 중이다. 김광현의 반등은 팀의 명운을 가를 결정적 요소 중 하나다. 이숭용 SSG 감독은 "늘 말씀드리지만 잘 이겨낼 것이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본인이 위축되지 않고 잘 이겨낼 거라고 본다"며 "지금은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힘든 시기에 들어섰다. 천천히 가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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