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수억에도 지원자 0…시골 의료원에 전문의 떴다, 무슨 일 [르포]

김정석 2024. 8. 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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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경북 김천시 김천의료원 심장내과 진료실에서 방문환자가 심혈관 관련 진료를 받고 있다. 김정석 기자

지난 13일 오전 경북 김천시 모암동 김천의료원 1층. ‘심장내과’ 진료실 앞에 10여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소속인 김천의료원 심장내과 전문의는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이곳에 파견돼 진료하고 있다. 당초 전문의 3명이 주 2회 진료를 하다 환자가 늘자 9명이 주 3회 환자를 돌보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에게 모두 650여명이 진료를 받았다.

의료원에 상급병원 전문의 파견
계명대 전문의가 김천의료원에 파견 진료를 하게 된 것은 경북도가 지난해 공공보건의료 협력 강화 추진단을 만들면서부터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시군 단위 지역에서 다양한 진료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대도시 의료진을 중소 도시 등으로 파견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는 상급종합병원 등 7곳과 지방의료원 3곳, 경북도의사회 등 13개 기관이 참여하는 공공보건의료 협력 강화 추진단을 꾸렸다. 경북도는 이후 해당 대학병원에 58억원을 지원했다. 대학병원은 이 돈으로 의사를 충원하고 의료인력 임상 실무 교육 등을 했다.

대학병원과 의료원 간 협력 체계 구축에 따라 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수술 등이 필요하면 손쉽게 대학병원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난해 김천의료원 심장내과에서 심혈관 이상 소견을 진단받고 동산병원에서 스탠트 삽입술을 받은 강찬구(66)씨는 “지난해 12월 동네에서 운동하다 갑자기 가슴이 갑갑한 느낌이 들어서 김천의료원에서 심장내과 진료를 받았다”며 “심장 혈관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한 달 뒤에 동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동산병원 전문의가 파견 진료를 하지 않았다면 심혈관 이상을 발견하는 것이 훨씬 늦어진 것은 물론 수술 뒤 검사를 받으러 대구를 오갔을 것”이라며 “파견 전문의는 지역 주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경북 김천시 김천의료원 심장내과 진료실 안내판. 김정석 기자

이와 함께 경북대병원 신장내과 전문의 4명도 지난해 5월부터 안동의료원에 파견 진료를 하고 있다. 안동의료원에 인공신장실을 개설해 지난달 29일까지 혈액투석 3006건을 시행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다음달부터 주 1~2회 청송보건의료원으로 산부인과 전문의를 파견한다. 청송보건의료원에서 파견 진료가 이뤄지면 의료공백이 심각한 경북 북부 지역에서도 1시간 이내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경북은 중증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90% 이상이 대구 등에 있는상급종합병원을 찾고 있다.

지난 6일 '경상북도 공공보건의료 협력 강화 추진단' 운영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양동헌 경북대병원장, 조치흠 계명대 동산의료원장 등 경북도 인근 상급종합병원 6곳의 의료원장·병원장이 참석했다. 사진 경북도

이런 가운데 전남 곡성군에서는 도시 소아과 전문의가 농촌보건지소에 파견 진료를 한다. 곡성군은 지난 1월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금한 지 7개월여 만에 목표액인 8000만원을 달성했다. 곡성군은 이 돈으로 의료장비 등을 사 옥과면 보건진료소에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했다. 이곳에는 광주광역시 첨단메디케어의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주 2회 보건진료소에 방문한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진료한다. 곡성지역 초등생 이하 인구는 2400여명이다.

곡성군 관계자는 "농촌지역은 의료환경이 열악해 그간 제대로 된 소아과 진료를 받기 힘들었다"라며 "도시 지역 전문의가 시골에 파견와 진료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전남 곡성군이 소아과병원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정기부를 받았던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캠페인. 사진 곡성군

이에 대해 윤혁준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지방 의료원은 물론 시군단위 의료 시설은 인력과 장비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고령화할수록 의료서비스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파견 진료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방 의료원이 연봉 수억원을 내걸고 전문의를 구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협력 체계가 중소도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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