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계열사 부당지원' LS 과징금 189억 취소 확정…공정위, 다시 산정해 부과할 듯
국산 동거래 과징금 부분만 취소
259억6100만원 중 189억2200만원
7년의 과징금 처분시효 적용 안 돼
전기동(동광석을 제련한 전선 원재료)을 거래하는 과정에 LS글로벌을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몰아준 LS 계열사들에게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중 189억여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같은 LS 계열사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거래지원'에 해당한다는 공정위의 판단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들의 국산 전기동 거래와 관련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할 때 기초가 된 '정상가격' 산출이 잘못돼 위법하다는 이유다.
비록 공정위의 해당 부분 과징금 납부명령이 취소되긴 했지만, 단지 계산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한 것일 뿐 LS 계열사들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이나 공정위 시정명령의 적법성, 그리고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점은 대법원도 인정한 만큼 공정위는 해당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다시 산정해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과징금이 취소된 경우 공정거래법상 7년의 처분시효 적용이 배제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LS MnM(옛 LS니꼬동제련)·LS·LS글로벌·LS전선 등 4개 회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2005년 12월 LS그룹은 국내외 비철금속 거래 중개를 명목으로 LS글로벌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LS글로벌의 자본금은 10억원으로, 당시 전체 지분의 51%를 LS가,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장녀 구은희씨 등 총수 일가 12명이 나머지 49%를 보유했다.
2018년 공정위는 LS그룹 계열사들이 LS글로벌을 부당하게 지원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그 같은 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이후에도 하지 말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LS니꼬동제련에 103억6400만원, LS에 111억4800만원, LS글로벌에 14억1600만원, LS전선에 30억3300만원 등 총 259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LS그룹이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그룹 전선계열사의 주거래 품목인 전기동 거래 단계에 실질적 역할이 없는 LS글로벌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이른바 '통행세'를 몰아줘 200억원 이상의 일감을 지원했다는 판단이었다. 공정위는 또 LS전선이 해외 생산업체 등으로부터 수입하던 전기동도 LS글로벌을 통해 구매함으로써 통행세를 지급했다고 봤다.
그룹 계열사에 10년 넘게 이른바 '통행세'를 몰아주는 등 부당한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259억여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자 LS그룹 계열사들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회사들의 행위가 개정 전 공정거래법상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내지 2013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단계 추가 등 행위'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국산 전기동 거래와 수입 전기동 거래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은 모두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명령 중 수입 전기동 거래에 대한 부분(약 70억원)에는 문제가 없는 반면, 국산 전기동 부분에 부과된 189억2200만원의 과징금은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정상가격' 산출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고들과 피고 공정위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LS니꼬동제련은 LS글로벌이 설립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생산하는 전기동을 LS전선 등 그 수요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다가, LS글로벌이 설립된 후에는 LS글로벌에게 전기동을 판매하고, LS글로벌이 이를 공급받아 다시 판매하는 형태로 국산 전기동 거래가 이뤄졌다"라며 "이와 같은 거래 형태는 2005년 12월 LS글로벌이 설립된 후부터 2018년 8월 이 사건 처분 당시까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LS글로벌은 LS니꼬동제련으로부터 전기동을 구매하면서 애초 LS니꼬동제련의 판매가격보다 톤당 최대 12달러를 할인받았고, 이렇게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받은 전기동을 판매할 때 LS니꼬동제련이 판매하던 가격보다 톤당 1달러 정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다"라며 "LS글로벌이 2006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국산 전기동 거래를 하면서 얻은 거래수익은 총 156억여원이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LS전선은 2005년 말까지 원공급자들로부터 직접 수입 전기동을 구매했으나, LS글로벌이 설립된 후인 2006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LS글로벌을 통해 전기동을 공급받았고, 그 과정에서 중개 거래의 대가 명목으로 LS글로벌에 일정한 금액을 지급했다"라며 "LS글로벌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이 같은 수입 전기동 거래를 통해 얻은 거래수익은 약 87억3200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처분과 관련 "피고(공정위)는 이 사건 국산 전기동 거래와 관련해, LS니꼬동제련이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LS글로벌을 거쳐 거래하는 방식으로 LS글로벌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LS글로벌을 부당하게 지원했고, 이 사건 수입 전기동 거래와 관련해, LS전선이 원공급자로부터 전기동을 수입하면서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LS글로벌을 거쳐 거래하는 방식으로 LS글로벌을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LS글로벌을을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봤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산 전기동 거래와 관련된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출이 잘못됐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정상가격'은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뤄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간에 이뤄졌을 경우 형성됐을 거래가격 등을 말한다"라며 "정상가격은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위반액 산출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바, 피고가 해당 거래와 동일한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 유사한 사례에 의해 정상가격을 추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단순히 제반 상황을 사후적, 회고적인 시각에서 판단해 거래 당시에 기대할 수 있었던 최선의 가격이나 해당 거래가격보다 더 나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하여 가벼이 이를 기준으로 정상가격을 추단해서는 안 되고, 먼저 해당 거래와 비교하기에 적합한 유사한 사례를 선정하고 나아가 그 사례와 해당 거래 사이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래조건 등의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살펴 그 차이가 있다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 정상가격을 추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고 정상가격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산출됐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어디까지나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정이 잘못됐다는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국산 전기동 거래의 정상가격을 산정하면서, LS글로벌과 LS전선 등과의 직거래가격과 LS니꼬동제련과 비계열사 간 거래사례 중 LS글로벌이 LS전선 등 각각에 대해 판매한 물량과 유사한 물량의 거래가격을 비교한 뒤 위 두 가격 중 낮은 가격에서 유통마진을 차감한 금액을 최종 정상가격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원심은 거래물량은 전기동 가격 결정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 피고가 정상가격 산정을 위해 선정한 유사사례의 거래물량은 LS글로벌이 LS전선 등 4개사에 속한 개별 회사들과 각각 거래한 물량이어서, LS글로벌이 4개사의 물량을 통합해 LS니꼬동제련과 거래한 이 사건 국산 전기동 거래의 물량과는 그 거래규모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고가 선정한 유사사례를 기초로 산정된 정상가격이 합리적으로 산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앞서 살펴본 정상가격 산출방법에 관한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상가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모두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비록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의 오류로 인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상당 부분이 취소됐지만, 대법원 역시 원고 회사들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한 만큼, 공정위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과징금을 산정해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제80조 4항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해당 위반행위의 종료일부터 7년이 지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규정, 과징금 처분시효를 7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조 6항에서 '4항 및 5항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로서 그 판결이유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LS 총수 일가 및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형사 재판도 받고 있다. 2020년 6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당시 부장검사 김민형)는 고(故) 구자홍 당시 LS니꼬동제련 회장(LS그룹 초대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 회장, 도석구 LS니꼬동제련 대표이사, 명노현 LS전선 대표이사 등을 LS글로벌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자홍 회장은 2022년 2월 별세함에 따라 법원에서 공소가 기각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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