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월드+]빈곤과 반이민정서가 부른 영국 폭동

2024. 8. 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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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유입 임금·소득감소 우려
백인 노동계급 반대 경향 강해
빈곤지역 10곳중 7곳서 폭동
英극우세력 조직·지도자 없이
SNS 통해 젊은층에 영향력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영국은 7월 29일 런던 북서부 사우스포트에서 발생한 폭동이 영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2주간 큰 혼란을 겪었다. 폭동 원인은 3명의 초등학생이 망명 신청자에게 살해되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실제 범인은 르완다 이민자 출신의 아들로서 이민 2세에 해당하는 영국인이었지만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22개 도시와 마을에서 수천 명이 모스크와 무슬림 거주지역 및 이들이 거주하는 가게 등을 공격하고 이민자들을 폭행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서 세계를 통치하던 영국은 20세기 들어와서 주기적인 인종 폭동을 겪어왔다. 1919년 대규모 폭등을 시작으로 1970년대까지 빈곤 지역을 중심으로 흑인 청소년과 경찰 사이의 충돌이 계속 이어졌다. 1990년대 이후로는 10년을 주기로 대규모 폭동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이런 주기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130만명 이상이 이민자로 유입되는 영국은 주요 국가 가운데 이민 친화적인 국가로 간주해 왔다. 전체 영국인의 55%가 이민이 자국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독일에 비해 2배 이상의 수준이다. 하지만 2015년 시리아 내전 이후 이민 위기가 유럽 국가들에 밀어닥치자 반이민 분위기는 강화되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51%가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영국인들의 이민자에 대한 태도는 계층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민자가 대폭 감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하는 비율은 기업의 상위관리자 및 전문가의 경우 23%에 머무르고 있는데 비해 빈곤계층의 경우 42%까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반대가 높아지는데 66세 이상의 경우 40.9%가 이민자 감소가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18~25세의 경우 이런 의견은 11.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렇지만 영국 역시 기본적으로 노동계급 백인들의 이민 반대 경향이 강하다. 이민자의 유입으로 임금과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2016년까지 시행된 장기 연구에 따르면 노동계층 가운데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임금자의 경우 이민자로 인한 영향이 일부 나타나지만 그 수준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지 않으며 특히 숙련노동자 계층의 경우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반감과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에서 시위대와 대치 중인 경찰 [AFP 연합뉴스]

이번 폭동으로 새삼스럽게 영국의 극우세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30년대 영국에는 귀족 출신의 오스월드 모슬리가 주도하는 영국 파시스트연합(BUF)이라는 단체가 5만명 이상의 세력을 규합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세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민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아닌 가두에서의 공격적인 캠페인으로 노선을 변화했으며, 이러한 노선은 이후 1970년대 반 이민 세력의 대표주자였던 국민전선(NF)으로 계승되었다. 하지만 이들 세력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하게 쇠퇴했으며 현재에는 영국국민당(BNP)이 지방의회 및 유럽의회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영국에서 태어나야 영국 국민인가’라는 질문에 1995년에는 48%가 그렇다고 답을 했지만 2023년에는 17%로 낮아진 데서 알 수 있듯이 영국 사회 전체적으로 인종차별적 태도가 감소했으며, 무엇보다도 양당 체제를 뒷받침하는 비례대표 없는 단순 소선구제도의 영향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전후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극우세력들은 분화를 거듭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에서의 극우 정치세력은 과거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단체와 더불어 포퓰리즘 성격의 급진 우파가 더해지면서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급진 우파 세력은 구체적인 조직과 지도자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인플루언서 등을 중심으로 집결하고 행동에 나서는 비정형적 모습을 보인다. 이 가운데 유명한 인물로는 일명 토미 로빈슨으로 알려진 엑슬리 레넌이 있다. 훌리건 출신의 그는 영국이 이민자에게 점령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폭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폭동을 부추기는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폭동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는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급진 우파들은 전통적인 정치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컴퓨터 게임 및 격투 클럽 운영 등을 통해 젊은층의 삶을 파고들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강력한 사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2011년 대규모 폭동 사건 당시 1300명에 이르는 폭도의 체포와 기소를 주도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SNS 영상 등을 통한 신원확인을 통해 검거된 사람들의 70% 이상은 전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지연으로 악명 높은 영국 법원이지만 폭동 사건에 대해서는 24시간 재판 시행 등을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벌써 30명 이상에게 총 70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번 폭동이 단순한 반이민 정서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10곳 가운데 7곳에서 폭동이 발생함으로써 빈곤과 반이민정서가 결합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망명 신청자들에게 저렴한 호텔에서 머무르도록 하는 정책으로 인해 빈곤 지역이 더 많은 이민자를 부담하는 것처럼 여겨지도록 할 뿐만 아니라 인도적 지원에서 자신들이 소외되는 것처럼 느끼는 것도 폭동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노동력 부족은 이민의 확대를 가져오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으리라는 것을 이번 영국 폭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서 급속한 인력 부족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예방하고 해결해나갈 것인지 선제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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