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사막 위 집 짓는 커플, 이것도 여행이랍니다

신예진 2024. 8.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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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잇 유어셀프 하우스' 프로젝트로 세계를 탐험 중인 러시아 커플의 이야기

지난해, 21살 신예진은 '희망'이라는 꽃말의 데이지를 품고 2023년 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365일동안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을 <너의 데이지>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데이지(신예진)'가 지난 1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연재기사입니다. <기자말>

[신예진 기자]

이스라엘의 뜨거운 사해를 지나 바닷가 마을 에일랏에 도착했다.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빛은 에일랏 바다에 분화되어 반짝이는 빛을 보여준다. 요르단과 국경을 맞대는 에일랏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여행자 커뮤니티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난 호스트 세르지오는 오랫동안 자연에 있던 듯 야생의 모습을 하며 인사했다. 사막에 산다는 세르지오의 발걸음에 의지해 산속을 오른다.
▲ 데이지 꽃을 들고 손흔드는 엘레나(왼쪽)와 세르지오(오른쪽) 러시아 사람인 세르지오와 엘레나는 10년 터울 커플이다. 미용사였던 엘레나에게 머리 손질을 받던 손님 세르지오는 연인관계로 발전해 십 년 넘게 동거를 이어왔다. 여행을 함께 해오다 5년 전, 장기 배낭여행을 함께 시작했다.
ⓒ 신예진
파도 소리가 점차 멀어지며 희미하게 들릴 즈음, 사막 한가운데 우뚝 세워진 집이 보인다. 여전히 건설 중인 듯한(?) 나뭇집 안에는 세르지오의 여자 친구 엘레나가 있고, 이내 나를 반긴다.

러시아 벨라루스에서 미용사였던 엘레나와 손님인 세르지오는 연인관계로 발전해 십 년 넘게 동거를 이어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은 처음부터 사막에 집을 짓는 여행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여타 다른 커플과 마찬가지로 호텔과 주요 명소를 다니며 여행을 즐기던 중 삶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했지. 차를 팔고 배낭을 메 집을 나섰어. 이후 새로운 장소에서 독립적으로 도시 밖에 스스로 집을 건설하고 살아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나만의 길에서, 우리의 집 만들기
▲ 세르지오와 엘레나 집으로 가는 길 세르지오와 엘레나는 에일랏 국경 근처 사막에서 손수 집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촬영했다.
ⓒ 신예진
일명 '두 잇 유어셀프 하우스'라는 프로젝트 아래 세르지오와 엘레나는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국으로 시작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거쳐 이스라엘에 왔다. 지금까지 4년정도 진행 중이라는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연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전에 내가 본, 사막 위에 우뚝 솟은 집이 세르지오와 엘레나 손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지인 사막에서 방과 집을 짓는 데에 걸렸을 그들의 땀방울을 상상한다. 화장실 만들기에 몰두하는 세르지오와정원을 꾸미는 엘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가 선택한 삶은 남들과 정말 다른 삶이잖아. 왜 이런 삶을 택하게 되었어?"
▲ 나무로 만든 집 앞에서 정원을 가꾸고 있는 엘레나 세르지오와 엘레나 집은 손님이 묵을 텐트와 연결된 위층, 뒷간에 마련된 자연 화장실, 세수를 하는 수제 화장실, 부엌과 침실로 되어있다. 에일랏 도시에서 가져온 재료와 자연 재료를 이용해 1년 넘게 짓고 있다.
ⓒ 신예진
그들은 누가 보아도 독특한 삶을 살고 있었다. 누구도 선택하지 않는 길인, 자신만의 길 위에서 프로젝트를 해내는 세르지오와 엘레나.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내 질문에 엘레나는 선인장을 옮기면서 아무렇지 않게 답한다.

"이 삶이 행복하니까."

그는 여행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매순간 새로운 걸 가져다 준다고 덧붙이며 이어 말한다.

"우리도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야.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관광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사진 찍고 맛있는거 먹고 돌아오는 여행을 했지. 그런데 반복되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건 진짜 여행이 아니란걸 깨달았어. 우리만의 여행을 시작하니까 훨씬 신나고 흥미롭더라."

자신만의 여행을 체득하고 실천하는 세르지오와 엘레나의 모습이 아름답다. 앞으로도 지구상의 많은 장소를 탐험하고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고 싶다는 둘은 '세상에 있는 멋진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게 꿈'이라 덧붙인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사막 위의 뜨거운 땀이 된다.
▲ 세르지오와 엘레나가 내게 제공해준 야외 침대와 텐트 함께 머무르는 집에서 나와 잠에 들기 위해 제공된 텐트로 올라가면 청명한 에일랏의 하늘을 찾은 수많은 별이 밤하늘을 메꾼다. 사막을 둘러싼 고요한 산 가운데에서 별은 내게 총총총 인사한다.
ⓒ 신예진
어느덧 화장실 공사를 마친 세르지오. 저녁 먹으러 나오라는 부름에 우리는 건조한 토양 위에 뿌리던 비료를 정리한다. 그렇게 정원을 나와 식탁으로 향하면서 나는 엘레나의 말을 곱씹었다. 그들의 삶을 느끼고, 그 삶 속에 빠지는 것. 삶을 함께 공유하는 것.

홍해를 배경으로 가진 사막 한가운데에서 별을 바라보고, 함께 저녁 담소를 나누는 것. 그것이 내가 하는 여행이자, 내가 삶을 살아가는 여행이구나.

무언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것처럼, 세르지오와 엘레나가 굳건히 가진 그들만의 방식이, 그들 앞에 놓인 프로젝트가 그들을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 저녁을 먹으며 세르지오와 엘레나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다.
▲ 에일랏 사막에서 함께한 저녁식사 근처에 머문다는 이스라엘 청년을 포함해 함께한 저녁 식사는 수제 후모스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에 상다리가 휠 정도였다. 사막에서 이런 음식은 어떻게 구하기도 힘들 텐데, 나누는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 내게 세르지오는 말한다. "why not? (안 할 이유가 있나?)"
ⓒ 신예진
"내겐 삶은 삶이야. 이유가 필요 없지. 그게 좋은 삶이든 좋지 않은 삶이든 모든 삶을 사랑해. 나에겐 주어지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삶이야. 그냥 그 삶을 행복하게 음미하고 있어."

풍요로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에 들기 위해 제공된 텐트로 올라간다. 텐트 앞에 놓인 의자에 가만히 누워 사막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을 떠올린다. 평온하게 보내던 일상을 벗어나,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 집을 짓기 시작한 세르지오와 엘레나.

자신만의 길을 뚜렷이 나아가는 그들은 캄캄한 밤의 별빛과도 같아 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의 별빛을 통해 나의 삶과 여행방식을 깨닫는다. 사막에 덩그러니 놓인 집의 전등불이 꺼진다. 꺼지지 않는 에일랏 사막의 별은 이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세르지오와 엘레나의 프로젝트는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Y-Oa--oCAKl621NMBBJpoA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anumonkey.travel/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groups/hanumonkey/ VK : https://vk.com/hanumonkey 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기자의 브런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aisy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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