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사막 위 집 짓는 커플, 이것도 여행이랍니다
지난해, 21살 신예진은 '희망'이라는 꽃말의 데이지를 품고 2023년 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25일까지, 365일동안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하며 만난 '삶의 이유를 찾는 여정'을 <너의 데이지>를 통해 풀어나갑니다. '데이지(신예진)'가 지난 1년 동안 여행하며 만난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연재기사입니다. <기자말>
[신예진 기자]
이스라엘의 뜨거운 사해를 지나 바닷가 마을 에일랏에 도착했다.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빛은 에일랏 바다에 분화되어 반짝이는 빛을 보여준다. 요르단과 국경을 맞대는 에일랏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 데이지 꽃을 들고 손흔드는 엘레나(왼쪽)와 세르지오(오른쪽) 러시아 사람인 세르지오와 엘레나는 10년 터울 커플이다. 미용사였던 엘레나에게 머리 손질을 받던 손님 세르지오는 연인관계로 발전해 십 년 넘게 동거를 이어왔다. 여행을 함께 해오다 5년 전, 장기 배낭여행을 함께 시작했다. |
ⓒ 신예진 |
러시아 벨라루스에서 미용사였던 엘레나와 손님인 세르지오는 연인관계로 발전해 십 년 넘게 동거를 이어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은 처음부터 사막에 집을 짓는 여행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여타 다른 커플과 마찬가지로 호텔과 주요 명소를 다니며 여행을 즐기던 중 삶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생각했지. 차를 팔고 배낭을 메 집을 나섰어. 이후 새로운 장소에서 독립적으로 도시 밖에 스스로 집을 건설하고 살아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
▲ 세르지오와 엘레나 집으로 가는 길 세르지오와 엘레나는 에일랏 국경 근처 사막에서 손수 집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진은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촬영했다. |
ⓒ 신예진 |
방금 전에 내가 본, 사막 위에 우뚝 솟은 집이 세르지오와 엘레나 손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지인 사막에서 방과 집을 짓는 데에 걸렸을 그들의 땀방울을 상상한다. 화장실 만들기에 몰두하는 세르지오와정원을 꾸미는 엘레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나무로 만든 집 앞에서 정원을 가꾸고 있는 엘레나 세르지오와 엘레나 집은 손님이 묵을 텐트와 연결된 위층, 뒷간에 마련된 자연 화장실, 세수를 하는 수제 화장실, 부엌과 침실로 되어있다. 에일랏 도시에서 가져온 재료와 자연 재료를 이용해 1년 넘게 짓고 있다. |
ⓒ 신예진 |
"이 삶이 행복하니까."
그는 여행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매순간 새로운 걸 가져다 준다고 덧붙이며 이어 말한다.
"우리도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야.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관광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사진 찍고 맛있는거 먹고 돌아오는 여행을 했지. 그런데 반복되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건 진짜 여행이 아니란걸 깨달았어. 우리만의 여행을 시작하니까 훨씬 신나고 흥미롭더라."
▲ 세르지오와 엘레나가 내게 제공해준 야외 침대와 텐트 함께 머무르는 집에서 나와 잠에 들기 위해 제공된 텐트로 올라가면 청명한 에일랏의 하늘을 찾은 수많은 별이 밤하늘을 메꾼다. 사막을 둘러싼 고요한 산 가운데에서 별은 내게 총총총 인사한다. |
ⓒ 신예진 |
홍해를 배경으로 가진 사막 한가운데에서 별을 바라보고, 함께 저녁 담소를 나누는 것. 그것이 내가 하는 여행이자, 내가 삶을 살아가는 여행이구나.
▲ 에일랏 사막에서 함께한 저녁식사 근처에 머문다는 이스라엘 청년을 포함해 함께한 저녁 식사는 수제 후모스를 비롯해 다양한 음식에 상다리가 휠 정도였다. 사막에서 이런 음식은 어떻게 구하기도 힘들 텐데, 나누는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 내게 세르지오는 말한다. "why not? (안 할 이유가 있나?)" |
ⓒ 신예진 |
풍요로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에 들기 위해 제공된 텐트로 올라간다. 텐트 앞에 놓인 의자에 가만히 누워 사막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을 떠올린다. 평온하게 보내던 일상을 벗어나,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에 집을 짓기 시작한 세르지오와 엘레나.
자신만의 길을 뚜렷이 나아가는 그들은 캄캄한 밤의 별빛과도 같아 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의 별빛을 통해 나의 삶과 여행방식을 깨닫는다. 사막에 덩그러니 놓인 집의 전등불이 꺼진다. 꺼지지 않는 에일랏 사막의 별은 이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덧붙이는 글 | 세르지오와 엘레나의 프로젝트는 아래 링크를 통해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Y-Oa--oCAKl621NMBBJpoA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anumonkey.travel/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groups/hanumonkey/ VK : https://vk.com/hanumonkey 해당 기사의 원본 이야기는 기사 발행 후 기자의 브런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daisyp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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